개국연령 낮아지고 좋은 입지 '가뭄에 콩 나듯'한 현실
높은 개국 수요는 높은 권리금 불러... 유지될 진 미지수
전문가들 "작게 시작해 큰 약국으로 옮기는 게 안정적"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 맞는 봄, 지난달부터 약사사회에도 크고 작은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새내기 약사 강의'가 봇물을 이뤘다. 약사회, 약국체인, 약국 관련 업체 등 주최는 달랐지만 저마다 매력적인 주제로 예비 약사와 젊은 약사들의 흥미를 돋웠다.

그중에서도 참석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내용은 단연 개국, 내 약국 개설이었다. 여러 주최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강의 내용은 다양했지만 약사들이 높은 집중력을 보이고 관련 질문을 쏟아낸 건 개국 관련된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약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모두의약국'이 주최한 세미나는 종료 후에도 화제가 됐다. 약국 현장에서 일하는 선배 약사들이 근무약사와 개국 경험을 살려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 가운데 논란이 될 만한 내용까지 가감없이 전달했다는 이유에서다. 

모두의약국이 주최한 '약사는 처음이라' 토크콘서트 현장. / 사진 제공= 모두의약국.
모두의약국이 주최한 '약사는 처음이라' 토크콘서트 현장. / 사진 제공= 모두의약국.

모두의약국 관계자는 "현장 중심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강사진부터 참신하고 새로운 분들을 섭외했다.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주제를 생각했는데, 참석자들의 질문을 보니 확실히 이들의 관심사가 개국에 집중돼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세미나 후에도 '현실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등 호응이 많았는데, 이런 니즈를 반영해 '최신 개국 트렌드'를 주제로 한 다음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죽하면 '개국병'이란 말이 생겼겠나"

세미나 뿐만 아니다. 많은 젊은 약사들이 가까운 미래에 개국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신호는 약사사회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오죽하면 '개국병'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한 약사는 "약국 자리는 없고 개국 연령은 점차 앉아져 하루라도 빨리 개국을 해야만 근무약사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하다"며 "현실이 이렇다 보니, 많은 근무약사들이 적극적으로, 또는 잠정적으로 개국을 준비하고 있고 일상의 대부분 시간을 개국 정보를 모으는 데 보내고 있다. 이걸 우리끼리 '개국병에 걸렸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약국 권리금 수준은 개국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업계는 최근 거래되는 약국 권리금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말한다. 

권리금은 약국을 양도하는 사람이 임의로 정할 수 있어 객관적인 지표로 보긴 어렵지만, 수요가 많을수록 금액은 천정부지로 오르게 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쉽게 변동되는 권리금은, 넘쳐나는 개국 수요가 기존 약국 자리의 가치를 계속해서 끌어올리고 있음을 알려준다.

한 약국업체 관계자는 "권리금 액수가 턱없이 높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거래된다. 좋은 약국 자리는 없다시피한데다, 신입 약사가 약국을 열려면 '치들', 일명 '치고들어가는' 자리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며 "우스갯소리로 '요즘은 똥도 거래된다'고 할 정도로 입지가 좋지 않은 약국도 금방금방 계약된다. 이러니 약국을 구하는 약사들은 조바심이 날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천정부지 솟은 권리금은 젊은 약사들의 인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울의 한 약사는 "권리금을 내려면 대출을 받지 않느냐. 요즘 약사들은 이 금액을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라 생각한다"며 "기성 약사들은 대출금을 갚아야 할 빚이라 생각하지만, 요즘 약사들은 다음에 이 약국을 양도하면 회수할 수 있으니 자산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경험이 적은 초년 약사도 처음부터 큰 약국, 처방전이 많은 약국을 높은 권리금을 주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며 "나중에 회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 큰 권리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약국에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높은 권리금을 지탱하는 높은 개국 수요...유지될 지는 '미지수' 

높은 권리금은 높은 개국 수요를 전제로 한다. 큰 부채를 안고 개국에 뛰어든 약사들이 계획대로 권리금을 회수하려면 개국 수요가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높게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이부분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한 약국 입지 관련 전문가는 현재 약대 정원과 한 해 약국 졸업생 수, 약사 인력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조건 등을 언급하며 좋은 약국 입지는 계속 줄어들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문가는 "약국 수요는 줄어들 수 없다. 지금까지 계속 증가해왔고 일시적인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계속 상향선을 그릴 것으로 본다"며 "한 해 2000명 가까운 졸업생 중 대부분이 결국 약국에 안착할텐데, 약국 자리는 한정적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반면 약대 6년제 개편이 변수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약대는 4년제에서 PEET로 전환되며 실제 개국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수능 점수로 어린 나이에 입학해 6년제를 졸업하는 다음 약사 세대의 약국 수요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 약사는 "올해 입학한 6년제 약대생은 졸업 연령이나 약대에 들어온 동기 등이 PEET 약사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졸업 후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 등이 다르다는 가정 하에, 이들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에 개국수요는 지금과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뜨거워진 개국 열기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약국 입지 전문가는 "어느 시점에, 얼마나 역량을 갖추고 개국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이라며 "각자의 가치관이 다를 뿐, 선택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젊은 약사들과 가치관이 다르다 해서 '성급하다',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두둔했다. 

그는 이어 "빨리 개국해서 많은 걸 경험하고 자기만의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어릴 때 실패는 회복할 수 있지만, 나이 들어 실패하면 만회할 수 없다. 개국이 목표라면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 그 조건에 맞는 입지를 찾아 빨리 시작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초반부터 과도하게 무거운 경제적 부담은 독이 될 수 있다. 

그는 "첫 개국이라면 비교적 권리금이 높지 않고, 혼자 핸들링할 수 있는 작은 약국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이후로 공부하고 노력해 처방전 수를 늘리고 매약 매출도 차차 늘려가 향후 더 큰 약국을 인수하는 게 안전하다"며 "이런 계획 없이 처음부터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안고 시작하는 개국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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