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식약처, 역가 확인 위해 노력했어야…
전문약에 비해 안전성 높다고 단정할 수 없어" 판단

일반의약품인 '리도멕스(성분명 프레드니솔론 발레로 아세테이트 0.3%)'를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주지 않은 것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의 핵심은 "역가등급 인정에 오류 · 잘못이 있다"였다. 

역가는 약제를 건강한 피부에 바른 후 혈관이 수축하는 정도를 측정한 수치로 의약품 효능·효과의 강도를 뜻한다. 식약처가 분류한 스테로이드 외용제 분류 기준으로 1~6등급은 전문약, 7등급은 일반약이다. 

삼아는 리도멕스를 "7등급 약물이 아니"라고 했고, 식약처는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할 만큼 근거가 부족하다"고 대응했다. 이에, 행정법원은 식약처의 거부 처분이 불합리하거나 부당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삼아가 식약처를 상대로 낸 '의약품 분류조정 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피고(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3월 원고(삼아제약)에 내린 각 의약품(리도멕스크림·로션) 분류 조정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식약처는 이를 불복, 지난 15일 항소심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삼아제약이 제출한 자료들은 기존 일반의약품 허가를 뒤집을 만큼 결정적이지 않았고, 관련 연구에서도 일반약 유지가 적절하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행정법원은 거부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며 "식약처와 삼아제약이 주장하는 역가 구분에 차이가 있고, 식약처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고 강조했다.

행정법원은 소결론을 통해 피고(식품의약품안전처)는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역가등급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전문약과 일반약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각 의약품 성분인 프레드니솔론 발레로 아세테이트 0.3% 역가등급 인정에 오류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각 의약품(크림과 로션)의 안전성과 의약선진국 일본의 분류 내력을 더하면 각 거부 처분은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고 부당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 처분이라는 것이 행정법원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2012년 의약품 재분류 과정 당시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봐야 한다. 식약처는 이때, 리도멕스를 일반약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후 삼아제약은 리도멕스가 5~6등급에 해당하며 전문약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 측은 "안전성과 유효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야 하며, 중대한 부작용 사례도 없는데 삼아제약이 전환·분류하고자 한다"고 했다. 

2012년 스테로이드 외용제 전체를 재분류할 때 학회 등의 역가 등급을 참고하되, 기준이 없는 경우 기존 분류를 유지하도록 기준을 설정했다. 이에 일반약은 계속 분류 유지하도록 결정했다는 것이 식약처의 논리였다.

하지만 법원은 "역가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식약처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에서만 쓰이는 약이라 역가를 알 수 없다고 식약처는 주장하지만, 한국과 일본 연구자료가 있는지 추가로 검토해 분류해야한다는 것.

특히 법원은 "일반약 분류는 신중히 해야하므로 리도멕스 역가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일반의약품으로 유지하기 보다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식약처가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했다. 2012년 재분류 심사 결과와 식약처가 연구용역을 진행한 서울대 산학협력단 보고서에 근거해 "리도멕스 역가는 알 수 없다"고 내린 결론은 "식약처가 잘못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법원은 "리도멕스의 약물이상 반응기간과 유병률이 6등급 역가에 해당하는 성분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문의약품에 비해 의약품 안전성이 더 높다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2013년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가 발간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 '약학정보원 홈페이지의 약효 분류' 등을 언급했다. 학회에 따르면 '프레드니솔론 발레로 아세테이트' 0.3%의 크림 형태는 역가가 5등급, 로션은 6등급으로 규정됐고 약학정보원의 홈페이지 약효 분류에도 프레드니솔론 발레로 아세테이트가 3등급의 역가로 규정됐다.

아울러 법원은 "식약처가 2012년 6월 작성한 의약품 Q&A에 국내 및 의약선진외국의 의약품 분류는 주요 참고사항으로 꼽히는데 의약품 사용국인 일본만 해당 품목을 전문약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했다. 

일반약 범위가 함부로 확대되서는 안되고 신중해야 하는데, 이 사건 각 의약품(리도멕스 크림과 로션)의 안전성이 더 높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결정이다.

또한, 식약처는 "의협과 약사회 등 유관기관의 사회적 합의가 의약품 분류에 중요한 산물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사회적 합의는 의약품 분류에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회적 합의가 의약품 안전 사용과 약물 오·남용 방지, 국민보건 향상을 위한 공익목적에 중요한 요소가 되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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