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자문위 "이점보다 부작용 우려 커"
시판 철회 2년 만에 재도전 제동
GSK의 혈액암 치료제 '블렌렙(성분명 벨란타맙 마포도틴)'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FDA 자문위는 18일(현지시각), 최소 1차 이상 치료 경험이 있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블렌렙 병용요법의 전체적인 유익성/위험성에 대해 "수용 불가" 의견을 표명했다.
이번 좌절은 GSK가 주요 약물 및 백신의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신규 약물 승인에 기대를 걸고 있는 시점에 발생했다. 또한 GSK는 2028년부터 HIV 치료제 포트폴리오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GSK의 2분기 실적 발표는 7월 30일 예정돼 있다.
FDA는 오는 7월 23일 예정된 PDUFA(신약 허가 목표일) 이전까지 자문위 권고를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GSK는 생존 기간 연장이 시급한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블렌렙이 여전히 의미 있는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FDA의 최종 허가 여부 결정 과정에 협조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FDA는 일반적으로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만,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렌렙은 항-BCMA 단일클론항체에 독성 약물 아우리스타틴 F를 비가수분해성 링커로 연결한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시건텍과 교와기린의 기술을 활용했다. 이번 자문위 평가는 보르테조밉 및 포말리도마이드 병용요법을 포함한 2건의 후기 임상(DREAMM-7, DREAMM-8)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FDA 자문위는 효과보다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흐릿한 시야, 광과민증, 안구 건조 등 시각계 이상반응뿐 아니라, 용량 조절 방식과 미국 환자군 부족 등의 문제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앞서 블렌렙은 2022년 후기 임상 실패로 미국 시판이 철회된 바 있으며, 이번은 재승인을 위한 재도전이었다.
이날 발표 이후 GSK 주가는 런던 증시에서 6% 이상 하락해 FTSE 100지수 내 최하위를 기록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JP모건과 바클레이즈, 베렌버그 등 주요 투자기관은 FDA가 자문위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며 승인 거절을 예상했다.
현재 블렌렙 병용요법은 영국과 일본, 스위스 등에서 승인받았으며, 유럽연합과 중국에서는 심사 중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혁신치료제 지정과 우선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다발골수종은 전 세계에서 매년 18만 건 이상 발생하는 대표적인 난치성 혈액암으로, 미국에서는 2024년 한 해에만 3만5000건 이상 신규 진단됐다. 기존 치료제가 무효화되는 사례가 잦아 새로운 작용기전의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블렌렙은 안전성 이슈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미국 재진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