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IGHT | 3월 나온 상법 개정안, 7월 통과 후 다시 봤더니

이사 충실의무·전자주총 ·감사위원 3%룰·사외이사 독립성 유지
당장 들이닥칠 뻔한 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 분리선출은 빠져
단기 위험은 낮아졌지만 우려는 여전…"투명성으로 주주 설득해야" 분석도

기존 작성 기사에서 변동이 있을 경우 나오는 새로운 형태의 파일럿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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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권의 거부권 이후 새 정부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산업계와 주주 사이의 균형을 맞췄지만 그 틀을 유지하면서 바이오업계에 고민을 안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단기적인 영향은 어느 정도 완충했지만 기업의 투명성과 함께 주주권리 강화라는 측면을 들여다보면 업계의 긴장감은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을 종합해 보면 ①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②규모에 따른 상장사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③감사위원 3%규칙 (유예 후) 도입 ④사외이사 독립성등 주주권 보호와 기업 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한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됐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3월 개정안으로 지칭)와 비교하면 다르면서도 같은 결이 띈다.

3일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상법 개정안(대안) 등 주요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3일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상법 개정안(대안) 등 주요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주주친화 강화'가 똑같아요

전반적인 틀을 보면 3월 개정안과 7월 개정안은 모두 주주친화성 강화라는 큰 틀을 유지한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 명칭 변경 등의 핵심적인 사안은 두 안 모두에서 빠지지 않았다. 

먼저 이사의 충실의무는 기존 '회사'에만 국한됐던 책임 범위를 '회사 및 주주'로 넓혔다. 이 조항의 경우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사회 내 이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형태다. 더욱이 상법이라는 상위법령에 조항이 들어있는 만큼 주주의 권익과 반대될 경우 도의적 책임은 물론 향후 문제시에는 법적 책임도 강화된다.

이는 R&D 중심의 장기 투자 결정이 단기 이익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주주 입장에서는 다소 유리할 수 있지만 주주 권익 즉 주가를 위해 본업이 아닌 수익성이나 주가를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도 이번에 시행된다. 향후 상장사는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적으로 열어야 하는데 이는 소액주주와 외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상으로 주총 참여가 가능한 만큼 행동주의 투자자와 외국계 자본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하지만 소액주주의 참여 활성화는 투자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장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는 조항도 동일하다. 명칭 변경에 지날 수 있지만 이름을 통해 세계 표준에 맞추고 사외이사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가 느껴지는 지점이라는 데서 향후 이와 관련한 정책이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투자업계 일각의 의견이 나온다.

 

무엇이 무엇이 다른걸까

'단기적 영향' 이 낮아져요, 하지만...

공통적인 흐름은 있지만 시행을 앞둔 7월 최종 개정안은 3월 개정안과는 달리 경영권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형태로 균형을 맞추려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 7월 개정안에 없는 내용은 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조항의 처리다. 당초 3월 개정안에는 이 두 조항이 모두 포함됐는데 바이오기업 그 중에서도 내부 지분율이 낮은 곳은 외부 세력의 기사 및 감사 선임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먼저 이사 선임 시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 이사 수를 곱해 소수 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한 한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7월 개정안에서는 빠졌다. 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여지분이 낮은 주주가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회에 진입하거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정작 회사를 설립하거나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대주주의 영향력 약화 문제가 대두됐었다.

특히 초기 바이오기업 등의 경우 대주주가 자신이 개발한 파이프라인 등을 들고 회사의 방향성을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수주주가 이사회에 쉽게 진입하면서 파벌 싸움, 경영권 분쟁, 정보 유출 등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을 낮췄다는 점은 당장의 경영권 위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역시 추후 논의의 가능성은 남겨뒀지만 7월 개정안에는 빠졌다. 해당 제도는 감사위원을 일반 이사와 별도로 선출할 경우 외부 인사가 감사위원회에 진입해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이어졌었다.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문제 혹은 소액주주의 의견이 너무 크게 반영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국회도 어느 정도 공감한 셈이다.

그러나 일부 보완을 예고한 '감사위원 3%룰'은 유예기간이 붙었지만 큰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3월 개정안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을 기존 각각 3%에서 '합산 3%'로 제한하는 조항이 도입됐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적용 방식에 이견을 보인 사항이기도 하다. 내부 지분율이 낮은 바이오기업에는 부담이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모두 모아보면 단기적으로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경영권을 향한 방어 부담이 '당분간'은 줄어든 형태로 국회를 통과한 듯 보인다. 그러나 하지만 3%룰이 유예기간 이후 큰 부담 요인으로 남아있다.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로 주주권 행사 장벽이 낮아지는 점까지 더해지며 행동주의 투자자나 외국계 자본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경영진이 R&D 등 장기적 투자 결정 시 소액주주 이익을 고려하는 한편 단기 이익에 집중하는 주주 요구가 늘어나면 수익성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게는 큰 미션을 안겼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결국 투명성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바이오업계가 근본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정보 격차와 경영 투명성을 확보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향후 논란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듯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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