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사옥이전 동시 스마트오피스 도입
코어타임제 등 유연한 근무형태도 병행
유럽의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이 어우러져 놀 수 있는 광장이 보입니다. 여의도 IFC 로 이전한 노바티스의 스마트오피스를 둘러보니 딱 유럽의 골목길과 광장이 생각났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노바티스의 스마트오피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49층에 위치한 노바티스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통유리창으로 국회의사당과 한강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뉴스에서 국회의원의 고성이 오가는 곳으로만 등장하는 국회의사당. 유리창 넘어 그곳이 아름답게만 보이더군요. 이런 업무 공간이라면 가끔하는 야근도 마냥 싫을 것 같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노바티스 직원의 생각은 좀 다를 것 같지만요. 실제로 노바티스 직원들은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해 이전보다 야근이 더 줄었다고 귀띔합니다. 조인영 노바티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팀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다보니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어요. 어느 자리든 앉을 수 있고, 업무 방식에 맞는 공간을 선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야근도 줄었죠.”
앞서 노바티스 스마트오피스를 구석구석 둘러보니 유럽의 골목길과 광장이 연상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무공간과 회의공간의 블록을 지나면 가운데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나옵니다. 그 공간에서 직원들은 자유롭게 업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한강을 경치 삼아 잠깐의 휴식도 취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광장이 단순히 도시의 빈 공간이 아닌 시민들의 소통의 장이자 공론장 역할을 하듯, 노바티스의 카페테리아 공간도 일종의 ‘노바티스 광장’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단 카페테리아뿐만 아니라 사무공간 곳곳에 보이는 각종 회의 책상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의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포커스 존 중간엔 언제든지 직원들이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회의 책상이 있습니다. 이게 또 다른 노바티스 작은 광장 역할을 하는 듯 했습니다. 실제로 다른 부서와 협의할 일이 많은 조인영 노바티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팀원은 스마트오피스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팀은 마케팅, 세일즈 팀과 소통할 일이 많아요. 지정좌석이 아니니까 가까운 공간에 임의로 앉을 수도 있고, 멀티태스킹 룸이나 중간중간 회의 책상이 많아 소통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노바티스 스마트오피스 공간은 크게 4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사무공간, 회의공간, 휴식공간, 웰빙존이 그것입니다. 사무공간 책상들은 높낮이 조절을 통해 목과 허리에 부담을 덜어주는 스탠드형과 좀 더 개인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캡슐형이 공존합니다. 회의공간은 회의 형태에 맞춰 선택 가능하도록 다양한 회의룸을 두고 있고, 소그룹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팅룸과 캐주얼룸,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폰부스도 마련돼 있습니다.
노바티스의 광장 카페테리아 공간에서 우경원 인사부 팀원, 조인영 컴플라이언스 팀원, 이경민 약가(patient access) 팀원과 노바티스 스마트오피스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스마트오피스라는 주제를 통해 업무 방식의 변화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해 종이가 사라지고, 일하는 방식이 변했다'는 우경원 팀원의 말이 스마트오피스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오피스 이전에는 쌓아놓고 일하는 스타일이었죠. 지정석이 있으면 아무래도 불필요한 물건을 놓게 돼요. 서류 뭉치들이 옆에 있어야 내가 일을 했다는 느낌이 들죠. 그런데 스마트오피스가 도입되면서 내 자리가 없어지니까 불필요한 서류는 프린터 하지 않게됐어요. 이 작은 행동 변화가 업무 방식으로 이어지더라구요. 좀 더 체계적으로 일하는 느낌이에요.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늘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경민 약가 팀원은 눈에 보이는 불필요한 과정들이 아닌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고 했습니다.
“내 자리도 없어지고, 불필요한 서류도 줄었어요. 결국 눈에 보이는 과정보다는 실질적인 업무 성과를 통해 내가 일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죠. 스마트오피스가 도입됐다고 해서 제 업무 자체가 변한 건 아니에요. 다만 사무실에 얼굴을 비추고, 내가 사무실에 앉아 있다는 자체가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더 명확해졌죠. 모든 것을 결과물(성과)로 보여줘야 해요.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야 회사에서 우리에게 마련해 준 코어타임, 재택근무 등이 계속 이뤄질 수 있겠죠.”

노바티스는 스마트오피스를 통해 공간의 변화만 준 것이 아니라 유연한 근무형태도 지향하고 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중적으로 근무하고 그 외는 직원 스스로 조절하는 코어타임제, 직원 개인의 사정과 여건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필요할 때 부서장 승인으로 할 수 있는 재택 근무, 매주 금요일은 1시간 빨리 퇴근할 수 있는 ‘Early Friday'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직급제를 없애고 전 임직원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해 수평적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어타임제와 재택근무는 직원들에게 꽤나 호응이 높은 제도였습니다. 조인영 팀원은 코어타임제를 통해 늘 혼잡한 여의도 출퇴근길을 피할 수 있어 좋다고 들려줬습니다. 또 우경원 팀원은 코어타임제와 재택근무를 통해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이가 둘이에요. 코어타임제를 통해 매일 아이들의 아침밥을 챙겨주고 출근할 수 있어요. 이렇게 제가 시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서 (다른 회사원보다) 육아 등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육아와 동시에 근무시간을 줄이면서도 일을 더 밀도 있게 할 수 있게 됐어요.”
특히 재택근무를 통해 아이에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더 좋았다고 했습니다.
“가끔 저녁에 텔레컨퍼런스가 있을 때는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일을 해요. 아이들이 외국인과 통화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엄마, 이거 정말 엄마가 하는 것 맞아?”라고 물어보며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좋게 보는 것 같아요. 자기도 옆에서 공부를 해야겠다며 한자책을 들고 나오더라고요.”
이경민 팀원은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통해 점심시간에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오피스로 바뀌고 운동을 시작했어요. 점심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돼 이 시간에는 가슴운동을 하고 저녁시간에는 하체운동을 하는 식으로 운동시간을 늘릴 수 있었어요. 요즘은 팀원끼리 앉지 않아 굳이 팀원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지 않아도 돼요. 또 12시에 일괄적으로 점심을 먹지 않고, 12시부터 2시까지 자유롭게 점심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요. 생각해 보면 내가 업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12시가 됐다고 식사를 하러 갈 수는 없는거죠.”
정해진 직급과 자리, 수많은 보고체계, 산더미 같은 서류, 고용계약서의 각종 조항들. 어쩌면 회사와 직원들이 서로 신뢰할 수 없어서 생겨난 것들입니다. 회사는 정해진 직급과 자리를 통해 직원을 통제하고, 산더미 같은 서류를 통해 끊임없이 직원들의 업무를 확인합니다. 직원들은 고용계약서의 각종 조항들로 갑을 관계의 피해를 줄이려고 하죠.
MSD 스마트오피스 취재 말미에 했던 ‘신뢰’라는 단어가 다시금 생각났습니다. 이경민 팀원이 말했던 것처럼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하고 유연근무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고 일의 총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노바티스는 자신들이 선택한 직원을 신뢰하고, 그 직원들은 회사의 신뢰에 보답하고자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듯 보였습니다.
회사의 신뢰와 이 신뢰를 바탕으로 책임감 있는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하는 공간과 업무 방식. 이것이 스마트오피스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노바티스와 앞서 엠에스디의 스마트오피스를 취재하며 든 생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