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약업계 경영지표 분석 | (6) 122개 제약사 유동비율
전체 비율 15%대 상승, 1000% 넘어선 곳도 5개사
엔비케이·비씨월드헬스케어·제테마 등 최하위
200% '안정권' 못미친 회사 '6할' 넘어서, 중소사 유동성 타격 더 컸다

국내 주요 제약사의 지난해 유동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재무안정성이 높은 제약업계에서도 수치가 급증한 것인데 중소형 제약사의 상황 악화에도 높은 재고자산 확보와 상위권 제약사의 현금 확보가 영향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대상 122개 제약사의 2024년 유동비율은 162%로 전년 147%와 대비해 약 1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1년 내 같아야 할 부채'로 나눠 기업의 단기 지급 능력 및 유동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유동자산의 대표 항목에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앞서 나온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 등이 포함된다. 유동비율은 재무적 유연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200% 수준을 안정적 기준으로 삼는다.
같은 기간 이들의 총매출이 27조8788억원으로 약 5.7% 늘어난 것과 대비하면 현금성 자산을 끌어당기는 데 제약사들이 총력을 기한 셈이다. 여기에 재고자산의 급증 등이 함께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좀 더 수치가 불어난 점 역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

각 업체별로 보면 유동비율 자체로만 감안했을 때 일성아이에스가 2607%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현금성자산 자체가 높고 주식 등을 포함한 단기적 목적의 금융자산이 매우 높은 만큼 자연스레 유동비율이 높은 특이사례다.
다음으로 유동비율이 높은 곳은 엔지켐생명과학으로 1753%를 비롯해 폴라리스AI파마 1658%, 영풍제약 1569%, 휴온스바이오파마 1238%, 화일약품 1142% 등이 1000% 이상의 유동비율을 기록했다. 명인제약이 923%, 고려제약이 873%, 한국비엔씨가 803%, 펜믹스가 600%, 부광약품이 562%, 삼아제약이 508% 등으로 유동비율 면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산업군의 유동비율 안정권으로 평가받는 유동비율 200%에 미치지 못한 회사가 78곳으로 200% 이상의 44곳보다 약 34곳이나 많았다. 이 중 100%가 되지 못하는 곳도 32곳이나 됐다. 엔비케이제약이 유동비율이 약 17% 수준으로 조사대상 중 유동비율이 가장 낮았다. 비씨월드헬스케어가 26%, 제테마가 35%, 정우신약이 35% 수준이었다.
40%대 대화제약, 50%대 휴온스생명과학·중헌제약·안국뉴팜이, 60%대 비보존제약·한국유니온제약·이연제약·한미약품 등이 자리했다. 이 중 눈여겨 볼만한 회사는 한미약품인데, 이는 연구개발을 위해 2000억원 이상을 사용하며 유동성을 신약에 쏟아부은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전년 대비 유동비율이 가장 줄어든 곳은 바임으로 2024년 기준 664% 수준을 기록하며 2023년 1350% 대비 8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옵투스제약이 전년대비 333% 줄어든 369%, 뉴젠팜이 같은 기간 257% 감소한 201%로 나타났다.
한국비엔씨가 257% 감소한 201%, 에스티팜이 전년 대비 217% 감소한 266% 등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가장 유동비율이 감소한 1위부터 5위까지는 이미 2023년 기준 유동비율이 200% 이상을 초과한 곳으로 수치의 큰 감소에서 200%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조사대상의 매출을 규모별로 놓고 보면 규모가 작은 기업의 유동성 타격이 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매출 1조원 이상의 제약사 다섯 곳은 162.6%로 전년 대비 35.6% 늘어나면서 매출분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5000억원~1조원 미만의 그룹은 145.1%로 2023년 대비 19.8% 대비 19.8%로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렸다. 또 1000~2000억원 미만 그룹 28개사는 2024년 162.9%로 2023년 152.4% 대비 10.5% 증가했다.
그러나 2000억원 이상~5000억원 미만 그룹 19개사는 2024년 기준 176.6%로 전년 대비 2%p가량 유동비율이 줄어들었다. 특히 1000억원 이하의 기업 57곳은 2024년 175.6%로 11.2%p나 유동비율이 줄어들었다. 매출과는 별개로 지갑속 현금은 가장 크게 빈 셈이다.
실제 유동비율 역시 매출채권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큰 회사가 관리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기업 규모상 씀씀이가 크고 고정지출이 정해져 있다보니 유동성 감소가 생길 때도 운영이 가능한 수준의 현금성자산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예상치 못한 판매 감소 등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흔들렸고, 영업의 흐름이 기존 대형 의료기관에서 중소형 의료기관으로 전환되면서 규모가 큰 회사들이 더 많은 영업처로 손을 뻗은 것이 작은 회사들에게 좀 더 타격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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