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제약 "가이드라인 제정 · 운영 방안 등 이해관계자와 논의 필요"
정부가 약제성과 평가를 위한 실제 임상현장의 데이터(RWD) 활용을 예고하면서 제약업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구체적인 시행 방안 등이 알려지지 않은데다 가이드라인 제정, 불확실성의 관리 등의 이슈가 많음에도 제약업계와 소통이 부재해 이해관계자들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해 조직 개편을 통해 심사평가연구실의 약제성과평가부를 신설했다. 고가약들이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사후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제약업계와 간담회를 가졌으며 8월에는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RWD 활용 제도 도입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지는 못한 상황이다. RWD 제도가 적용되는 약제, 데이터 수집 기간 및 방법 등 운영 방안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제약업계는 물론 임상 현장에서도 RWD 또는 RWE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활용에 있어서는 온도 차가 있다.
아산병원 혈액종양내과 윤덕현 교수는 지난 8월 심포지엄 자리에서 "RWD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항암제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최초 임상 허가가 소규모 단일군 2상 임상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단일군 연구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교군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RWD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흔하지 않은 림프종 서브타입인 '맨틀 셀포림프종'의 경우 소규모 연구자 주도 비교 임상에서는 1차 치료 이후 리툭시맙을 유지요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없다고 나왔지만 실제 수천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보다 리툭시맙의 유지요법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미국에서는 표준치료로 자리잡았다.
윤 교수는 "환자에게 신약이 신속하게 접근하게 하고 엄격한 검증을 하되 RWD와 임상시험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고, 실제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 것인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약학대학 한은아 교수는 "RWD가 RCT 만큼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희귀질환치료제 또는 검증이 필요한 초고가 약제를 대상으로 RWD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결국 RCT의 퀄리티만큼 나와야지 흠결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약처나 심평원, 건보공단 등 각각의 기관이 나눠 수집하고 있는 공공 데이터를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통합 레지스트리가 필요하며 데이터의 기준 설정이 중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약업계는 RWE 활용 자체를 반대 한다기보다, 정부가 보험급여에 있어 이를 어떻게 활용하려 하는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RWE를 활용하여 임상전문가들에게 최적의 치료방법, 약물사용을 가이드하고,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또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한국애브비 대외협력부서 김준수 전무는 "RWE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려면, 등재 이후 RWD 에서 관찰된 효과가 앞선 데이터에서 보다 더 나은 경우 약가를 인하할 뿐만 아니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대상 약제의 불확실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 해당 부분을 보완하는데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RPIA 측은 "RWE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 대상 및 활용범위 설정, 데이터 생성 및 활용에 있어 불확실성 관리 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슈들이 많다"며 "업계 이해관계자들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