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
건보재정 절약·코리아패싱 방지할 제도 도입 필요

모든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에게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전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급여 심사의 까다로움 없는 원활한 급여 등재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유한한 건강보험 재정으로 인해 정부는 치료제의 비용 효과성을 엄격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약가의 중앙값이 약 85배 상승할 정도로 고가의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2019년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보장성 강화를 위한 '의약품 사후관리 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까지 '실제 임상 근거(RWE) 활용 기반 구축 연구'를 진행했으며 '실제사용데이터(RWD)'가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되는 무작위 대조 연구(RCT)와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는 결과 간 차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심평원은 건강보험 청구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 국내 RWD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사후관리 기반 마련 등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RWD 도입 제도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부재에 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연구 방법 및 설계에 관한 정부와 제약업계의 소통 부족 △RWD 결과의 신뢰성 및 타당성 △RWD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부족 등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RWD 결과를 기반으로 한 약가인하도 제약업계가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이미 성과 기반, 사용량-약가 연동제도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사후평가 결과에 따른 추가적인 약가인하가 글로벌 본사가 국내 신약 출시를 포기하는 '코리아패싱'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RWD를 활용한 사후 평가에서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 약가를 깎고 급여범위를 조정한다면 반대로 RCT 데이터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약가를 인상하는 방향도 정부가 생각해야 한다"는 제약사들의 주장이 억지는 아니다. 대상 약제 및 활용 범위, RWD 자료의 불확실성 보완 등 제도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을 촉구 역시 결국 제도 또는 정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제약사들이 요구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이다.
심평원의 "연구를 통해 일부 약제의 약가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제약업계와 충분히 합의한 후 진행할 것"이라는 답변도 제약사들의 불안을 잠재우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우려와 갈등이 있지만 RWD, RWE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부와 제약사가 공통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시행 되더라도 부작용과 후유증이 따른다. RCT 결과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절약하면서 제약사에게 신약 출시의 동기부여를 안길 수 있도록 정부와 산업계 간 충분한 논의와 합의점 도출이 필요해 보인다.
관련기사
- "경평생략 사후관리, 재정영향 큰 약제에 RWD 탄력 운영해야"
- "RWD, 임상 한계 보완 vs 코리아패싱 연결 안되게 신중해야"
- 신의료기술 통과율 23%… "허가 후 RWD로 평가 어떤가"
- 신약 '혁신성' 세부기준 신설…RSA 약제 급여 확대 절차 간소화
- 심평원, 공공데이터 활용 국민건강 증진 연구한다
- "우리 회사 홍보방침과 맞지 않아 앞으로 답하지 않겠다"
- 심평원, 민간 일자리 발굴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
- 韓日대담 | 정부가 약가를 깎았다면 제약산업 '재투자'를 해줘야죠
- 약제성과 평가 RWD 적용한다더니 '잠잠'...온도차에 제약 우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