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복지위 연례적 지적 99건, 제약산업 육성·지원 등 빠른 추진 필요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만 장기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미제사건'이라고 한다. 수사 분야에서는 통상 사건 수리 후 6개월이 넘도록 처리하지 못하면 '미제'가 된다. 법원은 접수일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나도 판결 선고가 없는 경우 '장기미제'로 본다.
보건의료 분야에도 이런 장기미결 과제가 수두룩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실시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 결과를 보면, 국회가 2021년부터 2023년 기간 중 보건복지위원회 소속기관에 2년 연속 시정 및 처리를 요구한 사항은 복지부 및 소관기관 79건, 식약처 20건 등 99건에 달한다. 지난해는 보건복지위원회를 포함한 다수 상임위가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관계로 연례적 지적에 대한 개선 여부를 확인조차 하기 어렵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제약산업 육성·지원 대책이 단골 지적사항에 올라 있다. 국회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관해 2021년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약가우대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라고 지적했으며 2022년에도 원료의약품 생산·개발기업 우대, 약가 우대 관련 후속입법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제3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객관적 컨설팅을 실시하고 원인과 대안을 분석하라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2021~2022년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결과를 보고하면서 제3차 제약바이오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통해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투자 및 약가 우대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답변을 냈다. 종합계획 수립 시 산업계, 학계, 연구소 등 민관전문가 90여명으로 구성된 전략기획단의 의견을 반영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마련’했다며 산업 혁신을 위해 육성방안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도 밝혔다.
혁신형 제약기업 약가우대가 실효성 있게 시행되도록 하위법령 제정 등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에는 "WTO 보조금 협정, 한미FDA 등에 따라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이 통상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제 통상질서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국가신약개발사업(‘21~’30), 대규모 펀드 조성, 스마트 임상시험 체계 도입 등 다양한 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8월 '신약 등의 협상 대상 약제의 세부 평가 기준' 개정으로 경제성평가를 탄력적으로 적용받는 신약의 혁신가치가 반영된 점을 업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약가제도 개편방안 고시가 지연되면서 국산신약의 혁신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
제약산업 육성 방안을 신속히 이행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달리 관련 예산도 점점 줄고 있다.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 심사자료를 보면 제약산업 육성·지원 예산은 2022년 719억7300만원, 2023년 445억7000만원, 2024년 326억9100만원으로 깎였다. 세부 항목 중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대책 수립과 직결되는 '혁신형 제약기업 육성·지원' 예산은 2022년 4억4800만원에서 2024년 2억8000만원으로, R&D 인프라 강화를 위한 '임상시험 선진화 기반 구축' 예산은 45억4100만원에서 13억6200만원으로 축소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폐암신약 '렉라자'(유한양행)가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FDA 허가를 획득하는 등 제약바이오기업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국산신약 우대기준을 적용받아 출시된 ‘케이켑’(HK이노엔)이 연내 FDA 허가를 목표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등 '넥스트 렉라자'를 재촉하는 소식도 전해진다.
오는 9월 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제약바이오 글로벌 허브 국가 도약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번 토론회는 신약개발 촉진을 위한 실효적인 개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주최하며, 히트미디어/히트뉴스가 주관해 여론 수렴과 보도를 맡는다.
미래학자 앨빈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행정 비효율이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가 그간 정체됐던 신약개발 제도 개선의 병목을 풀고 추진력을 배가하는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