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손 봐야할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제도
"제약산업의 체계적인 육성ㆍ지원과 혁신성 증진 및 국제협력 강화를 통하여 제약산업의 발전기반을 마련하고 외국 제약기업의 국내투자유치환경을 조성하여 제약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증진과 국가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약산업계 목을 조인 잔디깎이식 일괄약가인하가 단행된 2012년, 공교롭게도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약산업법)이 위와 같은 목적을 내세운 채 시행에 들어갔다. 마치 '채찍과 당근'처럼 말이다. 원희목 전 국회의원(현 서울대학교 특임교수)이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염원을 수렴해 발의하고 제정에 이른 '제약산업법'은 시행 만 12년을 넘겨 성과와 개선점을 동시에 잉태했다.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제도와 동일어가 된 '제약산업법'은 지금까지 산업계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혁신형 제약기업은 △일반 제약회사 30곳 △바이오 벤처사 13곳 △외국계 제약회사 3곳 등 모두 46개사에 이른다. 2012년 인증 받은 43개사 가운데 28개사가 현재까지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6곳이던 바이오 벤처사는 2024년 5월 기준 13곳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되면 제약산업법 상 지원과 각종 지원 정책의 대상으로 선정돼 가점을 받는다. ①혁신형 제약기업이 정부 R&D 참여시 가점을 부여 받고 ②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법인세액 공제와 의약품 품질관리 개선 시설투자비용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③연구시설을 건축할 때 입지 지역 규제 완화 및 부담금이 면제되고 ④기술특례나 성장성특례로 진입한 기업에 대해 코스닥상장요건 적용을 완화해 주는 한편 ⑤신규등재 제네릭 의약품 및 개량신약복합제와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약가를 우대해주고, 실거래가 약가인하율을 감면해 준다. 대한민국에서 이 만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가 또 있나 싶다.

혁신형 제약기업들은 입법 취지에 부응해 구체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주력 사업화 해 유럽과 미국의 초기 시장을 선점한 셀트리온은 얀센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로 2013년 유럽출시 후 누적 처방액 12조원을 기록했다. 매출 1조원 이상 블록버스터 기대품목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 롤론티스, 유한양행 렉라자, HK이노엔 케이캡정, 대웅제약 펙수클루정과 FDA 신약인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등이 모두 '혁신형 인증기업이라는 화단'에서 피어난 꽃들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시그널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의 경향성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2022년 기준 혁신형 제약기업 46개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15.2%, 2조3658억원으로 전체 제약사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8.4%보다 6.8%p 높았다. 한해 반짝 수치가 아니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드러나는 일관된 경향성이다. 제약산업법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R&D를 통한 혁신이라는 방향성'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다.
물론 최초 인증과 심사를 통한 인증 유지 및 취소 등 12년 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가 이어오면서 개선이 필요한 불합리한 점도 드러났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훈장이자 강렬한 인센티브 역할을 함으로써 모든 기업들에게 관심이 높다. 그런데 인증과 취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제약산업의 체계적인 육성, 즉 산업진흥'이라는 목적성의 관점에서 다뤄지기보다 규제 관점에서 다뤄져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혁신형 제약기업에 걸맞게 왕성한 기업활동을 하는 제약회사의 일부 직원 일탈로 리베이트 문제로 적발된 경우 이 기업은 혁신형 제약기업의 타이틀을 가차없이 떼어내야 옳은 것일까?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은 ①인적 물적 투입자원의 우수성 ②신약개발활동의 우수성 ③기술적 경제적 성과의 우수성 ④의약품 등의 유통체계와 판매질서 준수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성 등이다. 반면 인증 취소기준은 ①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 받을 때와 ②인증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게 된 때 두 가지다.
산업계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내용은 대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고시에 따르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연장 심사시점을 기준으로 5년 이전 받은 행정처분을 인증기준에서 제외하지만, 행정처분을 다툴 경우 위반행위 시점은 훨씬 이전이 되는 까닭에 10년 전 위반행위로도 현 시점에서 인증 탈락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인증이 취소되면 업체가 받은 전체품목의 약가 가산 등 우대 혜택도 바로 박탈이 돼 원상회복 되지 않는데다, 3년간 재인증이 되지 않아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R&D 투자로 개발한 신약의 '가산 가격'이 사라져 R&D 성과를 내기 어려워 진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증 탈락 기업에 대한 구체적 인증평가 결과를 해당 기업에 통보하지 않는 불통도 문제로 지적된다. 왜 취소됐는지 모르니 당연히 재도전할 때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모르는 답답함도 문제로 꼽힌다.
만 12년 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R&D를 통한 혁신을 일깨워주는 포지티브 정책 역할을 해왔다. 기업들의 관심이 높은만큼 인증과 취소 심사도 엄격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 엄격함의 기준은 '제약산업 특별법'에 맞춰 기업들이 R&D를 통한 혁신투자와 활동을 제대로 하느냐로 수렴돼야 한다. 필요 조건을 주목해야지, 충분조건의 언저리를 과도하게 중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혁신 기업'과 '착한 기업' 가운데 제약산업 특별법에 부합하는 곳은 어느 곳이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