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철학은 지키고, 상속세 인한 기업가치 하락 우려도 해결"

한미그룹(회장 송영숙)과 OCI그룹(회장 이우현)이 이종기업 간 통합이라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이번 결합이 회사의 채무, 라이언스, 운영자금, 수출 판로 등 산적한 과제를 한 번에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미약품 측은 창업주의 철학은 지키면서도 상속세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우려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미그룹은 이번 통합을 통해 안정적인 미래 성장동력 창출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먼저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식품, IT 솔루션 등 분야에서 자체 성장동력을 갖춘 사업형 지주회사로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한미헬스케어가 가진 1300억원 상당의 부채를 해소해야 했다.

이번 OCI홀딩스(OCI그룹 지주사)와의 통합으로 유입될 대규모 자산이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부채를 조기 상환할 토대가 됨으로써 차입금 부담 감소에 따른 한미사이언스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주주 가치 실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는 게 한미그룹 측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OCI홀딩스와의 통합으로 확보할 재원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 운영 자금으로 쓰이게 될 예정으로, 한미그룹은 OCI그룹 계열사인 부광약품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광약품 역시 매출의 10~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는 R&D 중심 기업으로 한미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R&D의 시너지를 키울 것으로 한미그룹은 봤다. 특히 한미그룹이 대사ㆍ비만, 면역ㆍ표적항암, 희귀질환 분야에 집중돼 있는 반면, 부광약품은 우울증ㆍ파킨스병 등 신경계 질환 분야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파이프라인이 겹치지 않고 인위적 개편 없이도 양사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그룹 측은 덧붙였다.

국내 영업 부문에서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최근 부광약품 주력 제품들이 보험 급여에서 빠지면서 매출이 정체되고는 있지만, 만성질환 분야 개량ㆍ복합신약을 주력 제품으로 보유한 한미약품과도 겹치는 제품이 없다.

또 대중광고가 금지된 전문의약품의 매출 비중이 매우 높은 한미그룹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TV CF를 통해 '시린메드' 등 제품을 키운 경험이 있는 부광약품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한미그룹이 수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글로벌 임상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됐다는 게 한미그룹 측의 평가다.

고 임성기 한미그룹 창업주가 국내 최초의 기술수출 사례로 기록된 1987년 로슈와의 '세프트리악손' 계약 체결 후 "우리가 끝까지 만들어 해외에서 팔 수 있을 정도 규모의 회사였다면, 이번 계약금액 뒷자리에 0을 몇 개쯤 더 붙일 수도 있었다"고 소회했던 어록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한미그룹은 임상 중간 단계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라이선스 협상을 할 때, 원개발사가 해당 후보물질을 끝까지 개발해 상용화시킬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협상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유용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협상 상대방과 계약 규모를 놓고 힘겨루기를 할 때, 원개발사가 자체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회사라는 점은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지렛대'가 된다"며 "OCI그룹과의 통합은 한미의 신약 개발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라이선스 계약 협상에 있어서도 매우 강력한 시너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소재ㆍ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역량을 확보한 OCI의 네트워크를 한미그룹이 활용할 가능성도 양측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의약품 등 헬스케어 제품의 유통과 첨단소재ㆍ신재생에너지 관련 유통 네트워크가 상이하지만, 국가별 거대 시장을 경험해 본 OCI그룹의 노하우가 한미그룹의 시장 접근과 수출 활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한미그룹이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할 당시, 중국 특유의 문화적 배경과 인민들의 삶의 방식에 조예가 깊던 송영숙 회장이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 시행을 앞두고 부모들의 고품격 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해 어린이를 위한 프리미엄 제품 출시까지 이뤄낸 것과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4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한 북경한미약품의 주력 제품은 프리미엄 정장제 '마미아이', 유소아 해열제 '이탄징' 등 프리미엄 어린이 의약품으로 채워져 있다.

또 한미그룹의 신약 라이선스 계약 협상시에도 영업이 가능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전 영역에 대한 권리를 계약 상대방에게 넘겨 왔던 점을 생각해보면 OCI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국가들을 직판(직접 판매) 가능 영역으로 남겨둠으로써 상용화 이후 매출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갈 수 있다고 한미그룹 측은 설명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서는 상속세 문제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오너 일가 지분 오버행 이슈에 따른 주가 하락, 중장기적으로는 지배주주의 지배력 약화로 인한 R&D 투자 동력 상실 및 이에 따른 기업 경쟁력 저하' 등 여러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OCI그룹과의 통합으로 창업주 임성기 회장에서 시작된 한미의 정체성과 철학을 공고히 지켜내면서도, 최대주주의 상속세 문제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우려도 단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OCI그룹과의 통합이 오히려 '이종산업간 결합'이기 때문에 시너지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한 송영숙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결단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며 "OCI와의 통합은 한미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한미 정체성과 'R&D에 집중하는 DNA'는 통합 이후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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