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의 헬시태그 [7]
K-헬스케어 산업의 뉴키즈 등장과 시사점

필자=김현욱 현앤파트너스 대표.
필자=김현욱 현앤파트너스 대표.

지난 주 12일부터 3일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 행사 마지막 날에 아주 흥미로운 기조강연이 있었다. 바로 '미래를 이끌어갈 90년대생 최고경영자(CEO)' 를 주제로 한 강연이었다. 해조류 배양육, 수면진단, 의료데이터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90년대생 경영진의 등장은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최근 창업열풍이 불었던 게임, 미디어 등 S/W나 플랫폼, e-커머스 등 IT기반 분야와 달리 헬스케어는 신약개발 및 의료정밀 분야에서 연구개발 성과를 최고 가치로 지향하는 대표적인 '지식축적(Storage of knowledge)' 산업이다. 따라서 헬스케어 분야 창업자는 오랜 기간 해당분야 연구활동을 통해 지식과 경험, 인맥을 축적한 연구 및 학술기관, 대학교, 대기업, 정부산하기관 등의 종사자나 교수,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최첨단 미래지향 분야인 헬스케어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약사나 신약개발사, 의료기기사 기업문화가 오히려 연공서열과 보수적 성향이 짙은 점은 창업자의 이런 배경이 한몫 할 수 있다. 이런 K-헬스케어에 이번 90년대생 창업자의 등장은 업계의 산업지각은 물론 근무환경, 경영철학, 기업문화에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경영재무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는 실제 고객사 중에서 30대 연령의 창업자와 경영진과 주변 지인들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90년대생 최고경영자를 만나 창업이념과 경영철학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 결과 기존 OB 창업자들과는 다른 세 가지를 차이점을 도출했다.

첫째, 협동성(協同性, Cooperativity)이다. 현재 대기업 관계사나 승계경영을 하는 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금융시장에 상장된 헬스케어 기업은 최대주주 지분이 높은 단독 창업구조다. 이런 방식의 창업은 조직 구조상 지식, 경험, 인맥에서 절대적 능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창업 1인을 중심으로 직무별, 직책별, 직급별로 피라미드 방식의 수직적 형태를 이룬다. 이런 조직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과 카리스마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경직된 조직운용으로 인해 자율성과 창의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 90년대생 창업기업들은 최소 2인 이상의 공동창업구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각자의 장·단점과 강·약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고, 해당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사업파트너, 즉 동업자로 인정하여 'C-레벨' 중심의 수평적 조직을 지향한다. 그 결과 협의와 합의를 통해 도출된 최고의사결정은 보다 바람직한 경영활동은 물론 위험이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공동책임으로 단합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적지 않는 신약개발 상장기업들의 최대주주 및 최고경영자 1인의 잘못된 의사결정과 도덕성 해이로 해당기업은 물론 관련 산업의 신뢰도 하락과 투자심리 악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강점은 주목할만하다.

둘째, 유연성(柔軟性, Flexibility)이다. 헬스케어 산업이 다른 산업과 특히 구분되는 세 가지는 바로 규제(規制, Regulation)산업, 장기(長期, long-time)산업, 적시(適時, Timely)산업이라는 점이다. 오랜 기간 임상과 엄격한 인허가를 거쳐 의료인이나 환자,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헬스케어 품목들(의약품, 의료장비 및 기기 등)은 그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은 물론 임상 및 인허가 실패, 외부환경에 의한 지연 및 트렌드 변화 등 불확실 요소들이 산재한다. 즉 헬스케어 산업의 본질은 '실패를 안고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고난의 길'이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 때문에 최고경영자의 유연한 사고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헬스케어 트렌드는 전문화, 자본화, 구조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고 있어 혼자 단독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버리고 협력과 공동사업을 필수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두개의 파이프라인과 본인이 축적한 해당 분야만을 고집하고 추진해 왔던 일부 기성세대 신약개발 기업과 달리 90년대생 최고 경영자는 실패를 인정하는 겸허함과 끊임없이 배우려는 수용성, 최종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는 포용력, 더 나아가 성공에 대한 과실을 함께 나누려는 관대함도 지닌 듯 하다.

셋째, 공정성(公正性, Fairness)이다. 최근 국내 신약개발 벤처기업이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에 대한 자의적(恣意的, Arbitrary) 해석이다. 국내 식약처나 美 FDA, 日 후생성 등 인허가 정부기관의 존재이유는 바로 규격(規格, Standard)의 통일성과 정당성 부여다. 문제는 상당수의 국내 신약개발 상장기업이 해당 파이프라인의 임상데이터가 만족할 만큼 그 기준에 못 미치자 자의적 해석을 통해 '성공했다', '일부 혹은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 '절반의 성공이다', '후속 임상 결과가 기대된다' 등의 표현으로 투자자는 물론 산업관계자를 기만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해당 기업은 물론 관련 산업의 동종기업까지 신뢰도 및 투자심리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아예 해당 파이프라인의 적응증을 변경하거나 임상중단을 은폐하기도 한다. 최근 MZ세대라 불리는 20~30대는 공정함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둔다. 단군 이래 최고 입시 경쟁과 취업 전쟁을 치른 이들에게 공정함은 그 어떤 가치관 보다 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실패를 당당하게 인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학연, 지연, 혈연을 상당부분 경영활동에 활용한 기성세대와 달리 정당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경영활동에 임하는 부분은 감탄할만하다.

지금까지 90년대생 최고경영자의 특성과 기성세대 경영자와의 차이점을 소개하였다. 물론 이들도 언젠가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협동성, 유연성,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고 그 가치가 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K-헬스케어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투자자의 산업과 기업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자금조달 난항, 연구개발 성과 미진, 한계기업 속출 등 산업계 전반에 암운이 감돌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업계 선배, 기성세대 창업자와 경영진이 창업 당시 윤리관과 사명감, 책임감을 재상기하고, K-헬스케어 미래를 책임질 젊은 창업자들의 정신을 지켜준다면 현재의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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