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의 헬시태그 [2]
제약바이오가 자금조달 시장에서 사랑받기 위한 요건

필자=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
필자=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

'검은 토끼의 해' 2023년 계묘년(癸卯年)도 벌써 10분의 1이 지났다. 많은 금융시장 분석가와 투자자는 지난해 헬스케어 업종과 업체에 악영향을 준 여러 요소들이 개선되지 않고 여전히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올해도 투자심리와 기업경영여건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헬스케어는 타업종과 달리 외부상황에 민감하고 변동성이 큰 전형적인 하이-베타(High-Beta) 업종이기 때문에 투자심리는 항상 바뀔 수 있고, 그 기준이 되는 바로미터(Barometer)는 기업공개, 즉 IPO시장의 회복이라고 강조해 왔다. IPO는 기업측면에서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으로 전환하는 의미도 있지만, 주식의 소유권 이전(매매)이 폐쇄적인 발행시장에서 사실상 제한을 받지 않는 유통시장에 입성한다는 점이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돈으로 시간을 산다'란 명제의 헬스케어 업종에는 IPO시장 회복만으로도 투자심리 개선에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연초 기대했던 IPO시장 회복 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국내 이커머스(E-commerce, 전자상거래) 상장 1호란 기치(旗幟)로 코스닥(KOSDAQ) 입성을 준비했던 식료품 새벽배송기업인 오아시스도 지난주 진행한 수요예측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연초 상장철회를 결정한 마켓컬리를 따라 전일(13일) 자진 상장철회를 발표했다. 이커머스는 플랫폼 형식의 사업모델로서 컨텐츠, 미디어, 게임 등과 더불어 초기 투자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업종으로 헬스케어와 여러 부분에서 유사점이 있다. 따라서 최근 이들의 IPO 흥행결과는 헬스케어 업종의 투자심리는 물론 더 나아가 기업가치 회복과 자금조달 환경에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연초 동종 및 유사 업종의 IPO 흥행 저조는 우리 헬스케어 업종의 투자심리와 자금조달이 여전히 아직도 혹한기란 의미이며, 이에 각 업체들은 예년과 달리 더욱 세밀하고 치밀한 자금조달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국내 신약개발 벤처기업을 포함한 헬스케어 업체들의 주요 경영진을 만나 현재 당면한 최대 고민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주저없이 ‘자금조달’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또 이들은 하나같이 현재 직면한 자금조달은 단순 연구개발이나 운용자금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최고의 위기이자 최대의 과제라 밝혔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서 타업종 기업들 대비 담보력이 약하고, 신용도가 낮은 신약개발 벤처기업 등 헬스케어 업체들은 어떻게 자금조달 전략을 수립해야 할까? 다시 말해 자금조달 시장에 사랑받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기업의 자금조달은 조달주체, 조달방식, 조달시기, 조달규모, 조달조건, 조달기준, 조달환경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지만, 이를 하나로 표현하면 '정당한 목적의 적시성'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2023년 초에도 여전히 업종 여건이 혹한기인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의 자금조달 전략을 목적성, 정당성, 적시성 등 세가지 요건으로 구체적 전략을 논의해보자.

 

첫째, 목적성(目的性, Finality)이다.

자금조달 목적이 명확해야 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이지만, 국내 신약개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은 실제 표면적 목적과는 달리 다른 의도로 운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연구개발이 아닌 대출상환, 금융상품투자, 기타사업투자, 타법인출자는 물론 출처불명의 가수금 상환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자금운용은 결국 기존 투자자 신뢰는 물론 기업의 장기 비전과 잠재력을 훼손하여 결국 기업경쟁력 상실로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금조달에 대한 명확한 목적을 천명하고, 여기에 동의하고 부합하는 투자자 확보는 다음(미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요건이다.

 

둘째, 정당성(正當性, Legitimacy)이다.

기업대출은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의 상대적 균형에 의해 조달되지만, 자본확대 방식의 자금조달은 조달시점에서의 기업가치(Valuation)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신약개발 벤처기업 경영진은 자금조달 시 본인들의 지배지분 비율 유지와 상대적 자금조달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실제 기업가치보다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시장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기업의 가치도 함께 제고되면 최상의 성과로 이어지지만, 대내외 변동성이 큰 신약개발 사업특성 상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동시에 항상 다음 전략을 준비해야한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실현 가능한 합리적 기업가치 평가를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자금조달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

 

셋째, 적시성(適時性, Timeliness)이다.

상장(IPO) 여부를 떠나 신약개발 벤처기업 경영활동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은 바로 연구개발부문과 재무기획부문이다. 국내 많은 신약개발 벤처기업들은 설립 초기 최우선 과제는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자 미래성장 요소인 연구개발 인재(CTO)와 금융환경을 정확히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재무전략 인력(CFO)의 확보이다. Pipeline은 임상 및 인허가 불확실 속에서도 지속가능성이, 자금조달은 최소 2~3년간의 현금흐름을 정확히 분석하는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적시성을 놓쳐 성급하고 불리하게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인생처럼 금융시장도 항상 좋고 나쁨의 주기(Cycle)가 있고, 매번 그 위기 뒤 기회가 반복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헬스케어와 주식금융 두 업종을 오랫동안 종사해 온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연구개발 중심의 신약개발 벤처기업은 필요한 자금이 적시에 조달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의 존폐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타업종의 기업과 다르다. 신약개발 사업은 ①과거와 달리 짧은 주기로 트렌드가 급변했고, ②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임상시험 환경이 어려워졌으며, ③업종 특성상 캐시버닝(Cash-burning)이 크고 지속적이고 ④기업경영이 창업자 1인에 의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 번의 기회를 가지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상기 목적성, 정당성, 적시성 등 세 가지 요건을 세밀하고 치밀하게 수립하고 추진한다면, 자금조달 시장에서 킹(King) 혹은 퀸(Queen) 카드(Card)로서 언제나 사랑받는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