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홍 R&D 총괄 사장 "당분간 SI 참여 배제…Exit 방법 마땅치 않아"
"유망 파이프라인 기술도입 박차…바이오텍 M&A 전략 검토"

지난 몇 년간 전략적 투자자(SI) 참여 활동에 적극 나섰던 유한양행이 앞으로는 신규 파이프라인의 기술도입(L/I) 및 바이오텍 인수합병(M&A)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 사장은 12일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 기조세션에서 "유한양행은 당분간 전략적 투자자(SI) 유치 활동을 배제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회사의 SI 투자금이 누적으로 5000억원 이상인데, 현재 투자금의 회수 방법이 마땅치 않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엑시트(Exitㆍ투자금 회수)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향후 유망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도입(L/I)에 나설 것"이라며 "바이오텍에 수백억원 대규모 투자를 통해 회사가 1대 주주로 올라서는 전략(M&A)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의 발언은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이 대표(2015년~2021년)였던 시기에 집중적으로 추진했던 SI 참여 전략과 대비된다. 일각에서는 조욱제 대표를 비롯한 현 핵심 경영진이 과거의 투자 방식과 달리 새로운 투자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40곳이 넘는 제약바이오 기업에 약 5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M&A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국내에서 기업공개(IPO)를 제외하면 SI 투자금의 뚜렷한 회수 방안은 사실상 없다.

SI의 경우 기업 간 사업 협업을 진행하면서 연장선상으로 M&A가 이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유한양행이 기존 SI 투자 기업의 M&A를 진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와 별개로 신규 파이프라인의 기술도입 및 유망 바이오텍의 M&A를 진행한다면 기존 SI 전략과 대비된다.
한 제약바이오 컨설팅 업체 대표는 "유한양행의 SI 투자금이 누적으로 5000억원 이상인데, 회수 방안이 마땅치 않은 이유로 3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투자한 기업들의) 상장이 안 되고 있다"며 "또 구주 매각이 안 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는 임상 및 사업화가 더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바이오텍 투자 실패의 경우도 엑시트를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유한양행은 기존 SI 전략이 아닌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SI 투자 기업을 다시 선별해 파이프라인의 기술도입을 하거나 지분을 늘려 자회사로 삼을 수 있다"며 "기존 SI 투자 기업과 상관 없이 신규 파이프라인의 기술도입 및 바이오텍 M&A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제약사 사업개발(BD) 담당자는 "유한양행이 그동안 다양한 바이오텍에 투자를 했지만, 실패 케이스가 꽤 많았다. 기존 SI 전략이 아닌 다른 형태의 투자 전략을 취할 것 같다"며 "만약 유한양행이 초기 바이오텍의 1대 주주로 올라선다면 추후 밸류가 높아졌을 때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고 더 많은 지분을 획득할 수 있고, M&A가 용이해질 수 있다. 유한양행이 향후 파이프라인의 기술도입을 통해 '제2의 렉라자'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SI 참여 철회 전략이 향후 유한양행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의견이다. 한 바이오 투자심사역은 "그동안 유한양행은 개별 투자 금액이 낮은 SI 투자를 통해 많은 바이오텍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바이오텍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는 경우 일부 투자금 회수를 목표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바이오 시장의 특성상 투자금 회수가 어려우며, (유한양행이) 국내에서 신약 개발 및 기술이전(L/O) 역량을 보유한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바이오텍과 관계를 맺는 SI 투자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한양행이 그동안 많은 투자, 기술이전, 신약 개발을 통해 노하우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더욱 집중된 투자 및 기술이전을 진행할 것 같다"며 "소수의 기업을 타깃으로 이익 극대화 방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이 중장기적으로 이 같은 전략 변화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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