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 포시가의 약가 '안간힘'을 보는 시선
지금까지 회자되는 영화 '타짜'는 영화 특유의 오락성은 물론 많은 명대사를 남겼다. 조직폭력배 우두머리 곽철용은 주인공 고니와 승부를 끝내며 '한 끗인데 5억을 태워?'라고 했다. 필패(必敗)의 패로 역전극을 이룬 고니에겐 짜릿함의 표현이라지만 고니에게는 그 순간만큼은 황당함 그 자체인 셈이다.
올해 4월 본격적으로 제네릭을 맞은 당뇨치료제 '포시가' 관련 소재는 특허분쟁 이후 나온 첫 제네릭인 동아에스티의 다파프로가 일정 기간 출시되지 못했다가 한 번에 물량이 터져나온 것부터, 업계가 바라던 SGLT-2 억제제 및 DPP-4의 병용급여 문제 해소 이후 적응증이 남아있음에도 오리지널 보유사가 약가가 유지돼야 한다면서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넣은 일 모두가 이야깃거리다,

이런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가 7월 3일 연 포시가 기자간담회는 여러모로 또다른 이야기를 낳고 있다. 연자들은 이날 '심부전 환자에는 포시가 제네릭 사용이 적절치 않다'고 했다. 7월 1일 포시가와 자디앙 등 여러 약제 중 엔트레스토만이 심부전 환자 1차 치료제 급여 확대된 이후 이틀만에 열린 행사라는 점도 그렇거니와 제네릭의 적응증 외 판촉에 못을 박아버리는 이 말은 최근 일어났던 여러 사건을 함축적이면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기자간담회에서 연자들의 포시가 제네릭 관련 발언은 아스트라제네카가 하고 싶은 말을 공론화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어떤 말이 기사로 적힐 지 모르는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발언 하나하나를 예상하고 발표 내용을 확인해 법률 검토를 할 정도의 제약사가 이런 내용을 발표하도록 뒀다는 것은 의문스럽다.
업계에서 2만원이 화두가 된적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1년 11월 포시가의 심부전 1차치료시 급여확대를 신청했고,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추계 등 여러 사항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회사가 집행정지로 맞서면서 흔들리는 약가 속 급여기준 확대 여부를 더욱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 나온 상황이다.
당뇨가 없는 심부전 환자가 포시가를 복용할 경우 비급여 비용이 얼마냐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사 측은 2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외래에서는 비용과 관계없이 '환자가 본인부담금으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느냐는 허들이 있기에 보험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이 지키고 싶은 '대의명분의 가치' 가 겨우 2만원이었다는 점은 다소 궁색하다. 앞서 제네릭에겐 없는 두 가지 적응증, 심부전과 신부전 처방 등을 판촉하던 회사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데다가 최근 식약처가 약 10개 업체의 해당 판촉 사실과 관련된 면담을 진행하는 것 역시 이와는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들이 지키려는 가치가 '제네릭이 빼앗아갈 한 달 2만원'으로 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온 2만원은 마치 타짜의 한 끗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에서 고니는 곽철용의 운전수를 폭행하고 차를 고의로 전복시켜 곽철용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본인 입장에서는 통쾌한 일이지만 그의 주변은 모두가 복수를 노린다. 마지막 역시 기차에서 목숨을 부지할 뿐 마지막 승부에서 얻은 돈을 모두 하늘로 날려보낸다. 한 끗 하나가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환자에게 더 나은 임상적 가치를 제공하려는 회사의 노력과 의지'를 희석시키지 않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