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투자 혹한기' 속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대처하는 방법

바이오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듯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크게 위축된 비상장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상장 바이오 벤처는 '자금난'을 벗어나기 위해 사실상 마지막 카드와 다름없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올해 2분기에만 해당 유증 카드를 꺼낸 바이오 벤처는 10여곳에 달한다. 회사별로 다르긴 하지만, 최소 300억원 이상씩을 조달하는 모습이다.

상장 바이오 벤처의 경우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주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통상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먼저 개인투자자들은 유상증자로 인한 신주 발행에 따라 자신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지분가치 희석을 막기 위해 신주 배정받는 물량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은 경우가 많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유상증자의 형태도 따져본다. 외부로부터 자금 조달을 하는 제3자배정 형태인지, 혹은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라도 통상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해당 기업의 창업자가 얼마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지 등을 보고 유상증자의 성격을 판단하는 것이다.

일례로 보로노이의 경우 최대주주인 김현태 대표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100% 청약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회사가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전체 조달 금액의 40%에 해당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보로노이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발표 이후 오히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은 사례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간 상장 바이오 벤처의 단골 자금 조달 창구로 여겨졌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과 같은 메자닌 발행이 자취를 감췄다는 게 이번 자금난의 핵심이다. 제로금리(0%)로 우후죽순 발행돼 왔던 상장 바이오 벤처에 대한 메자닌이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찾아온 금리 인상기와 맞물리면서 메리트가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상장 바이오 벤처가 발행하는 메자닌의 경우 채권 이자보다는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 베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은 상장 바이오 벤처의 그간의 행보를 통해 업사이드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투자를 꺼리게 됐고, 올들어 메자닌 투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면서 투심 위축을 자극한 측면도 있다. 특히 상장 바이오 벤처가 꿈꾸고 제시해 온 장밋빛 미래가 요원하다는 부정적 인식도 깔려 있다.

이런 대외적인 환경 속에서 마지막 카드로 꺼내 든 것이 바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다. 상장 바이오 벤처의 창업자와 경영진의 의지는 확고하다. 지금껏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온 파이프라인과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장사가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주주배정'이라는 형태도 유상증자의 방법론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몇 년 전부터 무분별하게 발행했던 메자닌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에 대응할 목적으로 상장 바이오 벤처가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투자자들은 메자닌 발행 당시보다 주가를 올리지 못한 책임을 회사 경영진에 묻고 자신들에게 부여된 권리 행사를 하는 것이다. 이 또한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상장 바이오 벤처들은 채무상환자금 및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한 데 따른 책임도, 또 R&D 자금 마련의 책임도 모두 상장사의 경영진에게 있다. 이번 자금난은 주주들의 유상증자에 대한 호응 여부도 중요하지만, 주관사의 실권주 인수 등을 통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행보다.

2023년 6월말, 한여름에 접어들고 있지만 상장 바이오 벤처들에는 최악의 혹한기일지도 모른다. 적지 않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장 바이오 벤처들이 앞으로는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가시적인 R&D 성과를 보여주는 것만이 살길이다. 물론 단기간에 성과가 나올 수만은 없다. 하지만 적극적인 소통과 IR을 통해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과 비전을 꾸준히 알리는 방법밖에 없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호응 역시 여기서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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