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상반기 투자 규모 3224억…전년비 75%↓
"신약 개발 아닌 의료기기 분야로 눈 돌려…신약 벤처, 투자 유치 난항"
"신약 개발 바이오텍, 기술수출 등 성과 내야…투자자 신뢰 회복 중요"

국내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가운데, 대다수의 신약 개발 기업들이 펀딩을 받지 못해 '고사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히트뉴스가 자체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총 37곳은 올해 상반기(6월 30일 주금 납입 완료 기준) 3224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는 자체 집계한 2022년 상반기 조달액(1조3107억원) 대비 9883억원(-75%) 줄어든 수치다.
업계에서는 매출을 일으키는 의료기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신약 개발 벤처의 경우 소수의 기업을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들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바이오 투자심사역은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제외한 신약 개발 벤처에 대한 투자 규모가 체감상 90% 이상 줄어든 것 같다. 사실상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며 "현재 마일스톤을 달성해 후속 펀딩이 가능한 신약 개발 바이오텍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벤처캐피탈(VC)들이 신약 개발보다 의료기기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 투자심사역은 "2018년 국내 바이오 벤처들의 기술수출(L/O) 성과가 본격화되면서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기술반환 및 상장 바이오 기업들의 임상 결과 부진 등이 연이어졌다"며 "최근 바이오 투자 분위기는 10여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앞으로 가치 있는 기업에 자원을 집중해 바이오 산업의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약 개발 바이오텍들이 정부 과제 등을 수주해 버티고 있지만, 여전히 생존 전략 찾기에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연구개발(R&D)을 멈춘 좀비 기업도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바이오텍 대표는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해 큰 비용을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회사들의 경우 초기 기업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직 검증되지 않은 모달리티(Modality·치료 접근법)로 신약 개발에 나서는 바이오텍들도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바이오텍 대표는 "유한책임투자자(LP)들이 바이오텍 투자에 따른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엑시트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벤처 투자자, 신약보다 의료기기·진단 분야로 눈 돌려"
"바이오텍, 뚜렷한 성과 내야…투자자 신뢰 회복 급선무"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는 신약 개발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전임상 및 임상에서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거나 피인용지수(Impact factor·IF)가 높은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신약 개발 바이오텍에 펀딩이 이뤄지고 있다. 또 유의미한 기술수출 등 기술사업화 성과를 거둔 바이오텍들이 투자 유치를 받고 있다"며 "현재 벤처 투자자들이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에서 매출로 사업성을 확인할 수 있거나 빠른 매출 달성이 가능한 의료기기, 진단, 뷰티케어, 헬스케어 분야로 눈을 돌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일부 상장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자 신뢰를 저버리거나 투자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이로 인해 주식 시장에서도 유독 신약 개발 바이오텍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고, 기술수출이 다시 활기를 띤다면 주식 시장에서도 신약 개발 바이오텍들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비상장 신약 개발 바이오텍들의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도 국내 비상장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황에서 비상장 기업들의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없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의 사업 방식과 창업 모델에 대한 문제점을 고찰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