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R&D 사장 보직… 종양 관련 질환군 중심 R&D 역량 강화 포석

유한양행이 연구·개발(R&D) 전담 사장으로 김열홍 고려대 의대 종양혈액내과 교수를 선임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암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명을 영입하면서 R&D 전담 사장 보직을 신설한 것도 이번이 처음인 만큼 김 신임 사장의 책임·역할(R&R)도 주목된다.

유한양행은 2일 R&D 전담 사장으로 김열홍 교수를 선임했다. 김 신임 사장은 고려대 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고려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로 재직했다. 암 연구 및 치료 분야의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꼽힌다.

회사는 김 사장 영입을 통해 종양 관련 질환군을 중심으로 한 R&D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양, 대사질환, 중추신경계(CNS) 분야는 유한양행이 연구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3대 전략 질환군이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전담 사장이 지난 3일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사령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유한양행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전담 사장이 지난 3일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사령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유한양행

2026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유한양행은 1969년부터 50년이 넘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명 '오너 없는 제약사'로 불린다. 1969년 조권순 대표부터 현재의 조욱제 대표까지 11명의 공채 출신 사장이 선임됐다. 대부분의 유한양행 CEO는 모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의 자리까지 올랐다.

유한양행은 지금껏 1사장 체제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19대(2009~2012년) 대표이사로 김윤섭·최상후 사장이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하며 2명의 사령탑이 존재한 적이 한 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 김 신임 사장 선임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현 조욱제 대표 체제에서 조 대표와 동일한 사장 직급을 부여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것만 보더라도 유한양행이 김 신임 사장에 거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유한양행 R&D를 총괄하는 헤드는 전무급이다.

R&D 전담 사장 보직 신설은 유한양행의 향후 R&D 전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경영 총괄은 대표이사 사장이 맡지만, R&D 부문은 동일한 사장 직급이 직접 관할하며 진두지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대표를 전공과 관계없이 능력 위주로 발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유한양행 대표의 전공을 살펴보면 R&D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과거부터 국내 제약산업의 경우 내수 시장에서 판매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상경 계열을 전공한 인물이 대표로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

업계에서는 김 교수의 R&D 전담 사장 선임에 대해 유한양행이 국산 폐암 신약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보유한 만큼 항암 관련 R&D 역량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 교수는 고려대에서 렉라자 임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조 대표와 김 사장이 후속 파이프라인 발굴하는데 있어 앞으로 어떤 케미스트리(화학작용)를 보이며 향후 시너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한편 회사는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사외이사 2인에 대한 재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이 없는 만큼 김 신임 사장은 이사회 멤버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다만 추후 김 신임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유한양행 이사회(의장 이정희)는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5명을 포함한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정관상 유한양행 이사는 5명 이상이면 된다. 이사 총수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만 하면 사내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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