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릴레이 기획|
정보라 스틱벤처스 상무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아요. 투자 포트폴리오도 신약개발 벤처부터 전자약, 디지털치료제 등 다양한 편이에요. 코로나19 이후 바이오에 IT가 접목된 헬스케어 생태계로 점점 변모해 나가고 있고, 이런 환경에서 다양한 회사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남자 심사역이 많은 벤처캐피털(VC) 생태계에서 처음으로 여자 임원 바이오 심사역을 만났다. 업계 선배 같이 따스한 말로 차분히 VC 생태계를 설명해 주면서도, 애널리스트 특유의 날카로운 분석으로 국내 헬스케어 생태계를 설명했다. 약 12년 간 증권회사 리서치센터를 뒤로 하고, VC 업계에서 5년 간 바이오 분야를 투자하며 겪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아모레퍼시픽 기술전략팀에서 애널리스트로
첫 직장은 아모레퍼시픽 이셨네요.
"아모레퍼시픽 기술전략팀으로 입사했어요. 당시 우리 팀은 투자기관(LP)으로서 투자를 출자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었어요. 이와 함께 기술이전도 담당했습니다. 당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님이 신약개발 쪽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투자 외에도 비만, 탈모, 피부질환 등에 대한 기초연구도 지속하고 있었고요. 5년동안 투자와 기술이전 업무 전반을 배울 수 있었어요."
연세대와 카이스트에서 생물학을 공부하셨는데, 연구직을 생각하진 않았나요?
"서울과 경기 근교의 연구소를 지원하다 보니, 아모레퍼시픽 연구소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당시 저 역시 연구직군을 희망했어요. 당시 아모레퍼시픽 연구소 산하 신약개발팀도 있었고, 약물전달시스템(DDS) 팀도 별도로 있어서, 연구 조직이 꽤 컸거든요.
한미약품 이전에 이미 기술이전 계약도 맺었던 곳이기도 하고요. 아모레퍼시픽 연구소 신약개발팀에 지원을 했는데, 전략팀에서 인터뷰 제안을 주셔서 입사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5년 간의 아모레퍼시픽 생활을 뒤로하시고, 그 다음 선택은 증권사 리서치센터네요.
"당시 아모레퍼시픽이 지주사로 바뀌면서, 제가 속한 팀이 태평양제약으로 분리발령이 났어요. 신약개발을 하기에 연구 쪽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5년 간 투자 관련 금융 일을 했고, 제 전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죠. 경제연구소, 증권사, 컨설팅 회사 등 다양한 회사에 지원을 했어요. 최종적으로 리서치 센터 애널리스트에 합격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바이오를 전공한 애널리스트는 거의 없지 않았나요?
"맞아요. 당시 여의도에는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한 애널리스트가 대부분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대신증권 리서치 센터장께서 바이오 업계 출신을 꼭 뽑고 싶어 하셨죠. 좋은 기회를 주신 덕분에 12년 간의 애널리스트 생활에 들어서게 됐죠."
애널리스트로서 생활은 어떠셨나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당시는 제약바이오에 대한 주목도가 높지도 않을 것 같고요.
"엄청 힘들었어요. 당시 전체 시가총액에서 제약바이오는 약 1.5%에 불과했어요. 기술이전 실적도 없고, 지금처럼 시총 규모가 큰 회사도 별로 없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저 역시 제약바이오만 커버할 수 없었고, 화장품과 제약바이오를 함께 분석했어요.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의 이슈로 제약바이오 섹터가 주목을 받게 됐어요. 제약바이오 시총이 10% 정도가 되면서, 애널리스트도 팀별로 2~3명 정도로 구성됐어요."
#2. 12년 간의 애널리스트를 뒤로하고 VC 업계로
VC 업계로 오셨네요.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상장사뿐만 아니라, 비상장사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아모레퍼시픽 시절부터 맺어온 인연들도 많았고요. 특히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상장 직전의 회사들과 활발하게 교류해 왔죠. 그러다 박민식 부대표님께서 제안을 주셨어요. 2003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제안을 주셔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VC 업계로 자리를 옮겼어요."
애널리스트와 심사역의 업무 속성이 많이 다르던가요?
"많이 달랐어요. 애널리스트는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제가 직접 산다는 생각으로 리포트를 작성해요. 때문에 기업의 펀더멘털도 중요시하지만 시장의 상황 역시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항암제 개발 기술이라도 시장에서 경쟁 기술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판단합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심사역으로서 투자를 할 때는 초기 기술을 보기 때문에, 회사의 펀더멘털이나 인적 구성 등을 더 중요시 보게 됩니다."
상무님만의 투자 원칙이 있나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국 '사람'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특히 '팀워크'를 많이 봅니다. 벤처는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이 팀원들이 어떤지 레퍼런스 체크를 많이 합니다. 이 팀의 성과, 업계의 평판, 어떤 논문을 출판했는지, 관련 회사를 유심히 봅니다.
특히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A라는 회사를 볼 때, 경쟁회사들을 유심히 봤습니다. 가령 전자약 회사를 투자한다고 하면, 경쟁사를 최대한 많이 만나보려고 노력합니다. 애널리스트로서 일하며 얻은 소중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죠."

투자폴리오가 다채롭습니다. 특히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네요. 워낙 새로운 분야라 투자하기 어렵진 않으신가요?
"내부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 해당 회사에 대한 사업 내용을 올릴 때도 어려움이 있어요. 모두 미래 산업으로는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섣불리 큰 금액의 투자를 하긴 어렵다고 보는 것 같아요. 아직 임상 데이터로 검증하는 허들이 남아 있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는 투자가 활발 이뤄지고 있고요.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uetics)나 알킬리(Akili)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거든요. 물론 이들 역시 임상 데이터를 통해 유효성을 입증해 내야 하고, 이 치료제에 대한 지불 주체가 누가 될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여전히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보고, 디지털치료제 회사 에스알파테라퓨틱스와 중추신경계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 개발 회사 와이브레인에 투자했습니다."
국내에선 아직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 개념이 모호합니다. 특별히 이들 영역에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가 있나요?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와 달리 이들 회사는 전통 제약회 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등 IT 대기업이 관심을 갖는 분야입니다. 이들이 투자자로 들어오면서 투자 생태계가 훨씬 넓어지고 있습니다."
#3. '팀워크' 관점에서 투자한 큐로셀-피노바이오
큐로셀은 시리즈 B부터 3번 투자하셨네요.
"큐로셀에 투자할 당시 면역세포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T 세포와 NK 세포 치료제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됐고, 특히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카이트파마를 인수하며 전 세계적으로 면역세포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무르익던 시절이었죠.
큐로셀은 심현보 교수님과 이찬혁 교수님의 연구(Research) 역랑과 이를 관리하는 김건수 대표님의 팀워크가 돋보이는 회사였어요. 게다가 생산이 중요한 CAR-T 치료제 개발 회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LG 출신의 바이오시밀러 생산 경험이 있는 분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회사였죠. 기술적 차별성뿐만 아니라 팀워크를 갖춘 회사였고, 애정이 큰 회사입니다."
피노바이오도 팀워크를 보고 투자하셨나요?
"맞아요. 피노바이오는 개발 전문가 그룹이라고 봤어요. 정두영 대표님은 특허청에서 심사 업무를 보시고,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기술이전 경험이 풍부하신 분이었어요. 동화약품에서 오랫동안 개발 연구를 하신 이진수 CTO님의 역량도 훌륭하시고요. 특히 피노바이오는 정해진 기한 내 임상데이터로 마일스톤을 입증해 나가는 회사여서 더욱 신뢰가 갔어요.
비상장 벤처 대표님이 보통 본인의 기술 외에 직접경쟁하는 기술만 알고 계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시장상황을 많이 놓치시기도 하고요. 하지만 정 대표님은 폭넓게 시장을 이해하는 분이세요. 오히려 제가 저분자화합물(small molecule) 회사를 투자할 때, 자문을 구할 정도죠."
CNS 치료제는 아직 이렇다 할 약제가 없어요. 투자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꽤 많으실 것 같아요.
"CNS는 현재 이렇다 할 약이 없는 것 뿐만 아니라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은 편입니다. 또한 약제로 항체, 저분자화합물, 유전자치료제 등 다양한 모덜리티가 혼재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미충족수요unmet needs)가 크고, 여전히 빅파마 중심으로 기술이전이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기술이전(LO)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개념입증(POC) 자료만 확보하면, 기술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항체로 CNS에 도전하는 아델과 뉴라메디에 투자하셨네요.
"역설적으로 CNS는 미충족 수요가 높아서 투자 단계가 진행될수록 회사들의 밸류(Value)는 높은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좀더 초기기업에 집중해 투자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약 25년간 파킨슨병을 비롯한 신경계 질환을 연구한 이승재 교수님의 경험을 믿고 투자했습니다.
아델은 타우(τ) 단백질을 타깃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윤승용 울산의대 교수님 역시 오랫동안 뇌질환 관련 연구를 하셨습니다. 새로운 가설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투자하게 됐습니다.
이 외에도 전자약으로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와이브레인도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 기술성평가를 신청해 상장을 준비하는 곳입니다."
앞으로 확장하고 싶은 투자포트폴리오 분야는요?
"IT와 바이오가 융합된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이와 함께 아직 완치약이 없는 항암제 분야는 늘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