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릴레이 기획 |
심수민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들이) 완전히 거짓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성실히 임했음에도 실패하는 것을 구별해 주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전문 바이오 심사역이 지속적으로 이런 역할을 해 줘야 하겠죠."
매일 아침 외신 기사를 보기 전, 심수민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동향을 살핀다. 핵심만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포스팅을 보고 있노라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포스팅하는 그의 성실함에 놀라고, 빠르게 최신 동향을 전달함과 동시에 통찰력 있는 코멘트를 보며, 기자의 역할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의 포스팅을 보며 꼭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왔다. 금요일 편집회의를 마치고, 심수민 상무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1. 기초연구를 하다가 산업계로 넘어오기까지
인터뷰 전에 보내주신 이력을 살펴보니, 연구를 성과가 많으시던데요.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 듣고 싶어요.
"1세대 바이오벤처인 헬릭스미스 창업자 김선영 교수님 밑에서 석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돌이켜보면 당시부터 산업계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졌던 것 같아요. 그 때 유전자치료제 연구를 하고, 미국으로 넘어가 기초연구를 하는데, 그것도 너무 재밌었거든요.
생물학 연구자로서, 교과서에서 나오는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연구를 통해 입증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어요. 석사 과정에서 헬릭스미스와 공동연구를 하면서 '희귀 유전질환에 대한 레트로바이러스 유전자 치료제 연구'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워싱턴 대학으로 넘어가 동물세포에서 'Multivesicular Body' 생성 기작을 연구했어요.
이후 박사후과정(포닥)에서는 동물세포의 소포체(ER)에서 단백질 수송 기작 연구를 하며, 기본 연구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고요. 당시 포닥 지도 교수님 이셨던 UC 버클리(Berkeley) 대학의 랜디 쉐크만(Randy Schekman) 교수님은 201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신 대단한 분이셨죠."
포스닥까지 하셨는데, 연구자의 길이 아니라 산업계에 오신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기초연구에도 흥미가 있었지만, 석사 시절 헬릭스미스의 과정을 봤기 때문에 산업계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주변 분들께서 미국에서 연구 역량이 충분한(top scienctist) 연구실에 가면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좋은 기회를 얻어 Randy Schekman 교수님 연구실에서 포스닥 과정을 할 수 있었어요. 박사 과정을 거친 중부의 워싱턴 대학과 서부의 UC 버클리 대학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서부에는 제넨텍이라는 기업이 있었거든요."
제넨텍이 있는 미국의 서부, 무엇이 그렇게 다르던가요?
"우선 연구 역량이 풍부한 사람들이 학계뿐만 아니라 제넨텍이라는 기업에서 일하길 희망하죠. 또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벤처캐피탈(VC) 등 다양한 진로를 소개하고, 실제로 포스닥을 마친 연구원이 VC 업계로 활발히 진출하기도 하고요.
Randy Schekman 교수님이 노벨상 수상 직후 강연을 위해 한국에 오셨는데, 저를 당시 특이했던 연구원으로 기억하시더라고요. 포스닥 시절에는 저도 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병행했거든요."
어떤 활동을 하셨어요?
"포유류 세포(mamallian cell)에서 세포막(membrane) 연구를 통해 세포에서 물질 수송을 연구하는 그룹을 조직했어요. 교수님께서 연구 그룹을 모아주셨고, 제가 일종의 그 그룹 운영자(organizer) 역할을 맡았어요. 주요 업무는 세미나에서 발표할 연자(speaker)를 모시고, 세미나 행사 전반을 준비하는 것이었죠."
한국에 돌아와 한화솔루션 바이오사업부에서 사업개발(BD) 업무를 맡으셨네요.
"제가 한국으로 돌아올 당시 한국에서도 바이오 산업이 태동하고 있었어요. 1세대 바이오벤처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같은 기업이 있었거든요. 신약개발 회사의 연구뿐만 아니라 연구기획, 사업개발(BD) 부서와 함께 임상시험수탁회사(CRO)등 다양한 분야에 지원했어요.
면접을 보러 갈 당시 BD를 지원했던 분들과 대화가 원활하게 됐어요. 두분 모두 미국에서 박사를 거치신 뒤, 한국에 돌아와 BD 업무를 본 1세대 분들이셨거든요. 당시 약사 중심으로 해외 제품을 한국에 들여오던 것이 BD의 주요 업무였는데, 이제 막 신약개발 기술을 해외 이전하는 새로운 BD 업무가 태동하던 시기였어요.
제가 지원 한 곳은 아직 승인이 안된 신약 관련 기술을 해외에 기술이전하는 사업모델을 추구하는 곳이었어요. 산업계 경험이 없어 자신이 없다고 면접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렸는데, 와서 해 보면 된다고 격려해 주셨어요. 정말 산업계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한화 바이오사업개발팀에서 업무를 시작했어요."
한화에서 항체 관련 업무를 하셨겠네요.
"항체 의약품에 대한 사업개발 전반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당시 전 항체 의약품은 면역학에서 배운 개념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한화에 와서 바이오시밀러 제품 허가까지 의약품의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어요. 또 글로벌 제약회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업무도 같이 했고요."
#2. 대기업에서 바이오벤처, 그리고 투자업계로
그러다 대학에서 시작해서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제넥신으로 가셨어요.
"도전 정신을 갖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도 고군분투하는 바이오벤처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어요. 또 경영진으로서 일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바이오벤처 경영진으로 일하면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회사의 자금사정과 전체 성장 과정을 볼 수 있었어요. 실무 단계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실무진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경영진으로 참여해 보니 알 수 있는 사안들이 있었어요. 대기업에만 있었으면 알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제넥신에서는 기업설명(IR), BD 업무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한 회사의 기술이 아닌 좀더 다양한 회사의 기술을 볼 수 있는 투자 업무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투자 업계로 넘어가게 됐어요.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공부하는 것에 흥미가 있어요. VC가 이런 제 성향과 잘 맞는 업무인 것 같아요."
밖에서 봤을 때, VC는 화려해 보여요. 초기 회사에 자본을 투입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요.
"밖에서 투자 행위가 주로 조명되지만, 사실 그 뒷단에 사후관리 업무가 훨씬 많아요. 문서작업과 보고의 연속입니다. 투자 계약에 근거해 분기별 보고를 다양한 펀드 주체에게 해야 하죠. 또 정기적으로 투자 회사들이 어떻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요. 투자 엑시트(EXIT) 시점을 결정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과정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술을 보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재밌는 일이에요. 좋은 기업에 투자를 해서 기업과 상호작용을 통해 도움을 드릴 수 있어, 보람도 느낍니다.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서 VC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좋은 기업에 자본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상무님이 생각하는 좋은 기업, 기준이 있나요?
"어려운 질문이에요. 사실 바이오 산업은 다른 산업 대비 숫자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바이오 심사역마다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되는 것 같아요. 초기에는 저 역시 명확한 기준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좀더 조심스럽게 판단하려고 합니다.
물론 최소 요건은 있어요. 해당 회사 인력의 경험이나 설립 목적은 유심히 봅니다. 특정 기업이 완벽히 (신약개발 기술 등에 대해)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만, 정말 열심히 연구와 개발을 했는데 실패를 할 수 있어요. 적어도 바이오 심사역은 이러한 '완전거짓'과 '성실실패'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하겠죠.
점점 전문 바이오 심사역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기업들을 보는 심사역들이 완전거짓과 성실실패를 구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입니다. 물론 시간은 좀 필요하지만요. 궁극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실실패와 완전거짓, 어떻게 구분하세요?
"제가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다들 쉽게 짐작하실 것입니다. 비교적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는 쪽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겠죠. 업계 다수가 인정할 만한 임상이나 기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는 쪽이면 적어도 완전하게 거짓을 말하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 프로탁기술부터 전자약까지...약과 기기 등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프로탁(PROTAC) 기술을 가진 유빅스 테라퓨틱스는 시리즈 A부터 참여하셨네요.
"시리즈 A로 시작해 후속투자까지 이어져 기억에 많이 남는 회사에요. 당시 한국화학연구원에서 PROTAC 기술을 도입해 2018년 창업한 회사인데요, 기술 자체가 생소하던 시기였어요. 미국에서도 해당 기술로 나스닥에 상장한 곳은 '아비나스'라는 곳 밖에 없었고요. VC로서 새로운 기술이면서, 해외 동향과 함께 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어요."
항체 의약품 경험이 풍부하시잖아요. 항체 개발 회사 머스트바이오 투자 배경도 궁금했어요.
"항체 개발 회사에 인연이 잘 닿지 않았어요. 그러다 한미약품에서 오랫동안 바이오의약품 연구를 하시던 분들이 안국약품에서 항체 플랫폼을 활용해 연구를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프리미어파트너스도 함께 투자에 임했고, 저는 초기부터 이 회사와 관계를 맺고 지분구조 등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드렸어요.
김맹섭 대표님을 비롯해 20여년 간 항체 의약품 연구개발 경험이 풍부한 분들에 대한 신뢰로 투자까지 이어졌어요.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영진의 성품과 제 투자성향과 잘 맞았어요."
전자약 개발 뉴아인도 투자도 흥미로웠어요.
"뉴아인을 처음 만난 건 2017년 말이었어요. 약이 해결하지 못 하는 질환을 의료기기로 해결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요. 뉴아인의 창업 배경도 흥미로웠고요. 대표를 맡고 계신 김도형 대표는 석사부터 포닥까지 신경조절기기에 대한 연구를 통해 창업을 했거든요."
헬스케어 데이터 기업 '라인웍스'에도 투자하셨네요. 이 분야도 아직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분야잖아요.
"맞아요. 헬스케어 데이터는 소비분야 데이터와 많이 다르고, 아직 전 세계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편이에요. 아직 제약회사와 어떻게 성장할 지 좀 더 지켜봐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허가, 마케팅 등에서 헬스케어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다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 하다고 봅니다. 결국 이러한 헬스케어 데이터가 제약회사의 임상시험이나 마케팅 비용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는지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겠죠."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끝으로 업계에 어떤 심사역으로 불리기를 원하세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바이오 심사역으로 불리고 싶어요. 그래서 무언가 알고 투자하고, 기업을 알려고 노력하며,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가가 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