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심 헬스케어 데이터 생태계 이끄는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
"현재 의료 시스템이나 의료전달 체계에 대한 의료진의 개선 의지가 있고 구조적, 현실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휴먼스케이프와 같은 기업이 '보완재' 역할을 해 채울 수 있다면 제약사와 의료진, 결국에는 환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먼스케이프는 희귀난치성질환 전주기 플랫폼 레어노트를 통해 다양한 질환 정보를 지속적으로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레어노트를 통해 환자와 제약사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희귀난치성 질환의 인지도를 높이고, 치료 확대를 넓히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휴먼스케이프의 첫 출발점은 '환자'였다.
환자들이 생산한 데이터를 축적해, 환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보자는 것이 사업모델의 출발이었다. 이후 헬스케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병원, 제약회사들 역시 이 데이터를 활용해 궁극적으로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확장됐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을 내 놓은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를 만나 환자가 생성한 데이터를 근간으로 어떤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어 가는지 들어봤다.

왜, 희귀질환 데이터에 주목하게 된 거죠?
"창업 초기부터 환자로부터 생성된 데이터(Patient Generated Health Data)에 주목했어요. 임상연구나 신약의 시판 과정에서 환자 데이터는 필수적이지만, 적절한 형태로 수집돼 축적하기 어렵거든요. 특히 민간회사에서는 의료법상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자 데이터를 전달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로부터 생성된 데이터를 수집하면, 활용도를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헬스케어 데이터 수집과 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죠. 어떤 헬스케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 봤어요.
이 과정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이 기존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한 환자 데이터 수집이 어렵고, 환자가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할 만한 미충족 요구가 있는 질환인 것을 알게 됐죠. 특히 유전성망막질환과 관련된 환우단체와 적극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며 희귀난치성 질환 전 주기 플랫폼인 '레어노트' 서비스를 내 놓을 수 있었죠.
희귀난치성 질환의 종류는 상당히 많지만 95% 이상이 치료제나 명확한 솔루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속적인 병원 방문 혹은 치료 행동 등이 없어 환자 데이터 생성에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기존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해소될 수 없는 부분에서 휴먼스케이프가 질환 치료, 관리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 IT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환자분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나요? 환자들은 왜,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거죠?
"처음에는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한 암호화폐 '흄(HUM)토큰'이라는 경제적 보상이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런 경제적 보상에 대해서는 환자들은 큰 관심이 없었어요.
경제적 보상보단 환자의 진료 여정(Patient Journey)에서 실질적으로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정보, 포괄적인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실제로 많은 사용자들이 레어노트의 신뢰성 있는 질환 정보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게 된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레어노트에 데이터는 얼마나 축적됐나요?
"현재 레어노트 사용자는 약 2000명 정도입니다. 축적된 데이터 규모는 질환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질환 발병 요인이 단일 유전자인 NF1(신경섬유종증 관련 유전자)과 같은 질환은 단일 유전자 검사(Single Gene Test)만 하기 때문에 수집하는 데이터 범위가 좁은 편입니다.
반면 유전성망막질환 같이 단일 질환명을 가졌어도 질환을 발병시키는 유전자 요인이 몇 백 종에 이르는 등 다양한 경우에는 희귀질환 진단을 받기 위해 전장엑솜분석(WES)이라는 범위가 넓은 유전자 스크리닝 검사 등을 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데이터를 수집 및 축적할 수 있습니다."
보통 헬스케어 데이터는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 기반인데, 휴먼스케이프는 EMR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휴먼스케이프 설립 후 처음 개발했던 것은 성형외과와 같은 비급여 병원을 위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서비스였습니다. 더 큰 성장을 위해 EMR 데이터 영역의 비즈니스 구성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EMR 데이터는 결국 회사 고유 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고, 의료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하던 끝에 EMR 데이터 기반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게 됐습니다."
환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제약사 협업 모델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세요.
"질환 인지도 제고 캠페인 협업, 임상시험 참가자 매칭, 데이터 구독 서비스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는 제약사는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 세일즈 조직이나 지사들입니다. 하나의 제약사가 치료제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질환 인지도가 올라가야 시장이 성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의 질환 인지도 제고 캠페인(환우회 워크숍 지원, 걷기대회 등)에 대한 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은 장기적으로는 실질적인 퍼포먼스로 이어지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때문에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모일 수 있고, 질환 관련 다양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레어노트를 통해 질환 인지도 캠페인을 진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는 현재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에게는 효과적인 모델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와 연계해 유튜브 채널 '희소식'을 통해, 질환 정보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또 임상연구 단계에서 적절한 피험자가 참가될 수 있도록 이를 매칭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암 질환뿐만 아니라 희귀난치성 질환에서도 임상연구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참여가 어려운 환자들을 고려한 서비스입니다. 해당 서비스는 '레어노트'가 아닌 웹 기반 서비스인 한국임상정보를 통해서 제공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구독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제약사가 시판된 치료제와 관련한 일종의 예후 데이터인 약물 감시(PV) 데이터를 구두, 전화, 이메일 등으로 수집하는 대신 레어노트 설문 기능을 통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제약사의 비즈니스나 마케팅 측면에서 필요한 데이터는 의료진이나 환자를 통해 수집하기에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레어노트 사용자에게 데이터 조사 관련 앱 푸시 메시지를 보내면 필요한 데이터를 맞춤형으로 수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제일 관심을 갖고 개발하고 있는 것은 데이터 구독 서비스입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제약사와 특정 질환에 대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을 진행하는 국내 제약사와의 협업 계획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최근 업무협약을 진행한 대웅제약뿐만 아니라 희귀난치성 질환에 관심이 있는 국내 많은 제약사들 역시 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시장을 탐색하는 단계에서 충분한 데이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접근 가능한 데이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축적된 데이터가 유일한데, 이는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가 병원에 내원해야만 생성되기 때문에 제한적이고 파편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어노트는 질환 중심으로 모여 있는 환자들로부터 직접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제약사에게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는 물론 실제 활용 가능하고, 의미 있는 환자 데이터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일례로 폼페병의 경우, 현재 보고되고 있는 유병률은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파악하는 환자들은 훨씬 적습니다. 또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정보 등을 얻기 위해 환자단체에 가입한 환자 수는 더 적어요.
이처럼 진단 방랑을 겪고 있거나 진단 이후에 병원 치료나 질환 관리를 위한 환자단체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는 환자들을 레어노트에 지속적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풀(Pool)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가다 보면 이해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합리적인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약사의 초기 연구개발 단계부터 휴먼스케이프와의 협업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한 대웅제약과의 업무협약이 이를 위한 첫 단추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계획하고 있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있나요?
"희귀난치성 질환뿐만 아니라 '희귀 암'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이 분야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게 되면 항암제 분야로의 비즈니스 확장이 가능할 것 같아 준비 중입니다.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에게 효용을 주기 위해 연구했던 프로토콜을 희귀 암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내부 의견 조율 중입니다.
환자들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 지 환자 관점에서 비즈니스 방향과 모델을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현재 의료 시스템이나 의료전달 체계에 대한 의료진의 개선 의지가 있고 구조적, 현실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휴먼스케이프와 같은 기업이 보완재 역할을 해 채울 수 있다면 제약사와 의료진, 결국에는 환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수요들에 대해서 IT 기술이 도움이 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희귀난치성질환 전주기 플랫폼 ‘레어노트’는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다. 환자와 제약사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희귀난치성 질환의 인지도 제고 및 치료 기회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총 18 개 질환 관리에 유용한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희귀난치성 환자 요청에 따라 대상 질환을 지속적으로 확대 및 정보 축적한다. 또한 환자 데이터 보상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환자 제공 서비스로는 △질환별 국내외 치료제 개발 현황 △임상연구 현황 △유전자 검사 안내 신청 및 결과 해석 △건강 설문 등이 있다.
제약사 제공 서비스로는 △개발 후보 물질 발굴 및 선정 단계: 연구에 필요한 All in One 데이터 패키지 제공 △임상시험 단계: 환자 친화적인 임상 시험 중개 플랫폼 △신약 허가 및 시판 후 단계: 질환 인지도 제고 캠페인 운영, Market Insight 획득을 위한 환자 데이터 정기 구독 서비스, 환자와 의료진 라포(Rapport) 형성을 돕는 KOL 모바일 상담 솔루션 제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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