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학 사장 대한약사회 방문해 해명과 함께 사과
변경허가 당일, 반품 등 세부대책 없이 약국·유통에 통보
김대업 회장 "밀어넣기 영업, 기업윤리 망각한 것" 지적
"분류변경 스티커 부착 · 매약용 제품 반품받겠다" 선회
김영학 삼아제약 사장이 대한약사회를 비롯해 전국 약국들에게 사과했다. 5일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김영학 삼아제약 사장은 이날 약사회를 찾아 최근 리도멕스 전문약 전환 과정에서 미흡한 후속처리로 약국가에 혼선을 야기한데 대해 사과했다.
삼아제약은 2일 습진·피부염 외용제 리도멕스크림/로션0.3%이 당일(2일)부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됐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통상 이같은 변화에 대해 사전에 대한약사회에 알려왔던 식약처도 아무런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식약처와 삼아제약은 변경허가에 따른 통일조정 기간을 거쳐야 해 '동일 성분·함량 품목과 기존 출하된 리도멕스 재고'는 종전처럼 일반약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 입장만 고려하고, 의약품 유통업체나 약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식약처는 4일 업체 의견조회를 거치지 않고 동일 성분·함량 품목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일괄 변경허가를 내렸다. 2일 자로 리도멕스가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된 사실이 알려진 만큼 시장 혼란을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변경허가된 날부터 도매상, 약국은 리도멕스(2일)와 동일 성분·함량 품목(4일) 모두 일반약으로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삼아제약은 일반의약품이었던 리도멕스를 처방용 25g, 매약용 15g 각각 약국에 공급했는데 매약용 15g은 코드가 달라 조제시 사용할 수 없다.
일괄 전환된 만큼 일반약으로 표시, 유통된 재고는 환자에게 변경된 사항을 안내할 수 있도록 삼아제약은 '분류변경 스티커'를 제작, 약국에 배포해야 한다. 하지만 삼아제약은 반품 등 관련 세부 정책을 알리지 않고 "전문약으로 전환됐지만 기존 재고는 팔아도 된다"는 의미의 태도를 보여 약국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대한약사회는 판매자(약사)와 소비자 혼선을 피하려면 기존 리도멕스와 동일 성분·함량 품목 재고를 전부 반품하자는 방침을 세워 약국들에게 안내했다.
약사회는 지난 4일 "대법원 판결에 따른 허가사항 변경으로 변경 시점을 사전 인지하지 못해 회원 안내가 늦어졌다"며 "삼아제약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리도멕스 등 동일성분·함량 품목 변경허가 사실을 식약처에 통지받지 못했다"고 했다.
약사회는 이날 채규한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 직무대리(의약품정책과장)를 만나 리도멕스 전문약 전환 과정에서 생긴 혼선에 대해 유감을 전했다. 변경허가 시 약국과 소비자에 충분한 홍보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채규한 국장 직무대리를 통해 "대법원 결정에 따라 의약품 허가사항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약국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을 고려하지 못하고 공지가 늦어졌다"며 "향후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약국 현장의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삼아제약에 대해 "허가 변경 전 출하된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판매가 가능한 것처럼 안내하고 밀어넣기식 영업을 한 것은 기업윤리를 망각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일선 약국 등 약사회가 항의의 뜻을 직접적으로 내비치자 회사는 5일 사과했다.
삼아제약은 "삼아리도멕스 0.3% 전문약 변경 건으로 인한 불편과 혼란 유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전국 약사님들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약사법에 근거해 조제와 복약지도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빠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8일부터 기존 제품에 분류변경 스티커를 부착해 유통되도록 하고 매약용 15g은 전문약 변경에 따른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신속히 반품 절차도 세우고, 동일성분의 0.15% 함량 OTC 제품을 속히 생산해 이달 말 재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학 삼아제약 사장은 5일 약사회를 찾아 "전문약 전환 업무 처리가 미흡해 약국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기존 약국의 리도멕스 재고가 원활하게 반품⸱회수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일선 약국들은 삼아제약이 전문약 변경허가받기 전 알렸으면 재고 소진, 요청 사항을 따랐을텐데 돌연 전환됐다는 사실을 알린 데 대해 당혹스러워 했다. 스티커 붙여 처방하는 것보다 반품을 택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2월 삼아제약은 히트뉴스에 리도멕스 전문약 전환 계획과 관련해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일정을 논의 중으로 전환 시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전환 당일 발표해 버려 혼란을 부추겼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삼아제약 입장에선 전문약 전환하면 그만이겠지만 유통업체와 약국은 기존 재고에 대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은 채 판매만 신경 쓴 이기적인 행태였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전문약 전환하려 소송까지 했으나 실제 전환할 땐 약업계와 협의하지 않은 게 모순적이다. 삼아제약이 실무적으로 안이했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