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17일 36대 회장 선출...아직 후보자 하마평도 없어
이제 업계 스스로 자업자득한 불합리, 외부탓 습성 버려야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내년 2월 17일 정기총회를 열고 36대 회장을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회장 후보자 등록은 2021년1월 4일부터 6일까지다.
전례를 볼 때 지금쯤이면 후보자 하마평이 나돌 법도한데 아직까지 그런 낌새는 없다. 불과 한 달 반여밖에 남지 않은 내년 초 정해진 기간까지 후보자 등록이 없는 경우, 현 조선혜 회장이 정관 제20조(임원의 임기 및 보선) 제1항에 의거 중임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유통협회 36대 회장에 출마하거나 혹은 추대되는 인사에게 꼭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유통업계의 21세기 비전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고, 추구하려는 가치는 어떠한 것인가. 도매유통업계 미래상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도매유통업은 의약품 관련 3대 업종(제약, 도매 및 요양기관) 중에서 중추에 해당하는 공적 업종이며, 업계 또한 윤리강령을 통해 '의약품 공급의 주관자'로 자처하고 있으므로, 국민들도 의약품유통업계의 '미래상'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독감백신 콜드체인 규정 중 유통과정 상 관리 허점 문제가 폭발해 국민들과 정부 및 국회 등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 이후 더더욱 그러하다.
지금까지 있어 온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대선 입후보자들의 정강·정책들을 보면, 모두들 눈앞에 보이는 현안 과제의 범주만 제시하는데 급급했을 뿐, 거의 아무도 업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과거와 현실만 존재했지 업계의 공통된 미래의 꿈이 제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래의 방향타가 없는데 그래도 도매유통업계가 제대로 방향을 잡아 굴러갈까?
게다가 현안 과제 중 핵심인 ▷저마진 ▷과다한 금융비용 부담 ▷입찰질서 파괴 ▷업계 과밀 등은 자업자득의 결과물들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남을 탓할 수 없는 업계 스스로의 탓들이다. 남의 책임이 아니다.

도매유통 마진율의 경우, 일제 강점기에서 1976년까지는 평균 10.45%~15%대에 이르렀다(한국약업100년 99쪽, 약업신문사 및 의약품영업과마케팅관리 153쪽, 156쪽, 데일리팜). 1977년부터 1983년까지 도매유통마진율은 보험약가제도에 의해 공식적으로 12%가 책정됐다. 그 후 도매유통업계의 경쟁으로 인해 1984년 급기야 보험약가 도매유통 거래폭(마진율)이 고가품의 경우 5.15%, 저가품의 경우 3.43%까지 떨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금융비용의 경우, 2010년 리베이트쌍벌제도 준비 과정에서 도매유통업계가 당국(약무정책과)에 금융비용 지급은 불가피한 것이므로 불법리베이트에 저촉되지 않도록 공식화 해달라고 건의해서 예외 규정에 넣어진 것이다.
입찰질서 파괴의 경우, 그 주된 원인이 유통업계 자체의 경쟁의 산물이라는 것을 관련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업계 과밀의 경우, 절대다수의 중소형 도매유통업체들이 진입규제(창고 의무 면적 규모)를 없애거나 크게 완화시켜 달라고 정부와 국회 등에 건의해서 받아들여진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들 모두 남의 책임이 아닌 스스로의 책임이므로 자가 치료를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고질병들인데, 도매유통업계의 대선 선거철만 다가오면 예외 없이 후보자들 모두가 이들 과제들을 출마 정책으로 내놓고 '내가 이들을 해결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을 이제까지 줄 곧 봐왔다.
이번 유통협회의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업계가 전향적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비전이 필히 제시됐으면 한다. 아울러 과거 진부한 출마의 변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