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환자와 만나다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효소 대체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며, 어린 환자들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만약 이 치료를 받지 못 했다면,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조기에' 치료 혜택을 받길 원합니다."

히트뉴스는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HPP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히트뉴스는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HPP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인산효소증(HPP)은 근육대사와 뼈 형성 과정에 필수적인 효소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활성 감소로 발생하는 일종의 골격계 대사성 질환이다. 10만 명당 1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뼈의 석회화(혈액 중의 칼슘이 뼈세포 사이에 침착하는 현상)에 문제가 생겨 구루병을 야기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출생 후 수일 내로 심각한 호흡부전이 와서 사망하기도 하고, 성인이 되면 골연화 증상이 발현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저인산효소증의 치료로는 보조적인 치료법이 있었지만, 생존 기간 등 장기적인 예후가 좋지 않았다. 올해 6월 1일부터 소아 발병한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골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장기 효소 대체 요법제인 스트렌식(아스포타제알파)이 요양급여 승인을 받으면서 치료의 길이 열렸다.

급여 기준은 소아기 발병 저인산효소증 환자로서 ▷ALP(Alkaline phosphatase)가 연령 및 성별 참고수치 정상범위 미만이면서 PLP(Pyridoxal-5’-phosphate)가 정상 범위 초과 ▷치료 시작 전 방사선사진에서 저인산효소증의 특징적인 골 증상 확인 ▷치료 시작이 만 19세 미만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지난 7월 사전심의를 통해 급여 신청이 들어 온 2건이 모두 급여 인정이 됐다. 급여 사전승인은 4세 남아와 6세 남아에게 이뤄졌으며, 4세 남아는 출생 후 8일 저인산효소증으로 진단되면서 생후 1개월(2016년6월)부터 6세 남아는 생후 11개월 저인산효소증으로 진단되어 생후 21개월(2016년1월)부터 스트렌식 투여를 시작했다.

히트뉴스는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소아기에 발병한 저인산효소증의 증상과 원인, 진단법을 비롯해 최근 보험 급여 승인이 되면서 달라진 치료 동향과 지난 7월 사전승인으로 치료 받은 환자 사례를 들어봤다.

 

저인산효소증, 생소한 질환입니다.

"저인산효소증(HPP)은 뼈 형성 과정에 필수적인 효소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활성 감소로 발생하는 일종의 골격계 대사성 질환입니다. ALP 효소 결핍으로 인해서 뼈가 약해지는 것으로, 골 무기질화(mineralization)가 잘 되지 않아 뼈가 잘 부러지거나 휠 수 있고 성장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이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각 장기를 비롯해 전신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주로 증상 발현 시기에 따라 6가지 아형으로 구분되며, 주산기, 6개월 미만 영아기 및 그 이후 소아기, 성인기를 비롯해 치아만 문제가 되는 경우(Odonto-Hypophosphatasia)도 있어요."

 

어떻게 진단되죠?

"임상 양상, X-ray 소견, ALP 등 혈액 검사 소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뤄집니다. 신생아나 영아 시기에 호흡 곤란, 구루병 소견, 신석회화, 조기 유치 소실, 두개골 조기 유합, 저신장, 골통증, 근력 저사, 발달 지연 등 여러가지 증상을 보일 수 있어요.

임상 증상만으로 이 질환을 의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진단법 자체가 복잡하진 않아요. 병원에서 하는 기본 혈액 중에 대부분 포함될 수 있는 ALP 검사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거든요.

ALP의 참고치의 정상범위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다른데, 소아시기에는 ALP의 특징이 성인보다 수치가 높아요. 소아인데 ALP 수치가 높지 않으면, 저인산효소증을 의심해야 봐야 합니다. 또한 PPi(Inorganic pyrophosphate), PLP(Pyridoxal-5′-phosphate), PEA(Phosphoethanolamine)라는 수치가 올라가 있는 것이 이 질환이 발병한 아이들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유병률이 10만명당 1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진단법 자체가 복잡하지 않은데, 진단율은 높은 편인가요?

"아직 진단되지 않은 환자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돼, 유병률을 단정할 순 없습니다.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찍 사망하거나 정형외과나 재활외과에서 치료 받고 있는 환자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질환 인식 자체가 부족한 편이니, 임상 현장에서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영아형의 경우 대부분 1세 미만에 50%이상이 호흡부전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런 이유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사망한 아이들 중에 저인산효소증 환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진단이 중요한가요?

"효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대부분의 질환은 진행되면 장기에 좋지 않은 물질이 축적되거나 기능이 소실됩니다. 이미 많은 세포가 병들어 있는 상태일 때보다 손상이 덜할 때 치료를 시작하는 편이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실제로 더 어린 시기에 심각한 증상을 보였던 환자라 할지라도, 조기에 치료를 시작한 경우가 늦은 시기에 경미한 증상을 보였던 환자보다 더 예후가 좋기도 하고요."

 

저인산효소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 뭐가 있을까요?

"뼈의 문제이기 때문에 골격계로는 구루병이 생깁니다. 뼈가 약해서 잘 부러지고 골통증이 있고요. 그 외에도 ALP 부족으로 인해 신경전달물질과 연관된 문제가 생겨 비타민 B6(Vitamin B6) 관련 경련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근육도 약해지고, 발달 장애 등도 보이죠.

신생아와 영아 환자는 호흡부전 문제가 심각하고, 50% 이상의 환자가 호흡부전으로 사망합니다. 치아에도 문제가 생기는데요, 보통 유치가 적정한 시기에 빠지고 영구치가 나와야 하는데, 저인산효소증 환자는 너무 일찍 유치가 빠져요. 심하면 유치가 나자마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치과와의 긴밀한 협진도 중요합니다.

사실 외부로 나타나는 증상 만으로는 다른 구루병 또는 골형성부전증 등과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저인산효소증은 ALP가 올라가거나 정상 범위 내에 있는 다른 질환과 달리, ALP 수치가 떨어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피 검사로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효소 대체요법이 가능해 지면서, 치료 환경에 변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치료제가 없던 시절에는 소위 말하는 대증적 치료만이 가능했어요. 호흡부전이 왔을 때는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고, 먹지 못하면 수액 처치를 하고, 골통증이 있으면 진통제 처방을 하고, 골절 등 엑스레이 상 이상 소견이 있으면 정형외과적인 치료를 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 외에 골수이식 등으로 치료를 시도한 적은 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지, 근본적인 치료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어요.

최근 효소 대체 요법 치료제인 스트렌식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올해 6월 1일부터 소아에서 발병한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골증상 치료를 위해 요양급여 승인도 받았어요. 보호자가 집에서 아이에게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성장 호로몬이나 인슐린처럼 피하 주사하면 됩니다. 병원은 3개월에 한번 정도로 내원하면 됩니다."

 

지난 7월 효소 스트렌식의 급여 신청으로 사전 승인 2건이 이뤄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치료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1개월 령에 성장이 너무 더뎌서 찾아 온 남자 아이였어요. 처음에는 소아과 중에 소화기 파트로 가서 검사를 받았고, 이 때 ALP는 굉장히 낮고 칼슘 수치는 너무 높게 나왔어요. 저인산효소증의 특징 중 하나인 신장이 석회화되는 신석회화도 진행 중이었죠.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전반적으로 골감소증을 보이면서, 골 무기질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저인산효소증을 의심하고 시행한 유전자 검사에서 두개의 돌연변이가 발견됐습니다. 이 때만 해도 치료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돌 무렵 폐렴으로 입원하게 됐는데,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가벼운 폐렴은 병동에서 치료를 받으면 호전이 되지만, 이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기관절개술을 받은 후 집에서도 호흡보조기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어요.

그러던 중 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약제(스트렌식)가 있다는 걸 알게 돼 직접 회사로 이메일로 연락해 아이의 상태에 대한 리포트를 보내고 약제를 공급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생후 21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약제를 통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고, 이 때부터 바닥이었던 ALP 수치가 올라가게 됐습니다.

엑스레이 상 제대로 형성된 뼈가 거의 안 보일 정도로 구루병 양상이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는데, 6개월 만에 상당히 호전됐습니다. 놀랍게도 약물 치료를 받은 지 4년이 지난 지금은 인공호흡기를 뗐어요. 꾸준한 장기 치료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다른 환자들을 위해서도 좋은 사례가 된 것 같습니다.

생후 8일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가 두번째 환자였어요. 경련, 호흡부전이 있었고, ALP가 낮았다. 엑스레이 상으로 저인산효소증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 소견을 보였어요. 유전자 검사에서도 돌연변이가 확인됐죠. 첫 번째 환자가 이미 치료를 받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생후 한달 째에 바로 치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치료 후 칼슘과 인도 안정적이고 ALP 수치는 올라가고, 높았던 PLP는 떨어졌습니다.

최근에는 구루병이 완전히 없어지고, 발달이 또래보다 느리기는 하지만 거의 정상에 가까워졌습니다. 조기에 약을 투여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었죠. 다만 치아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치아도 뼈의 일종이긴 하지만, 다른 뼈와 달리 드라마틱한 효과는 미미해 조기 유치 소실은 지속되고 있어요."

 

스트렌식 급여 이후, 진료 현장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치료제 허가 후 보험 급여를 받기까지 많은 회의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앞서 두 환자의 사례와 보험급여는 앞으로 다른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두 환자 모두 치료를 받으며, 어린 나이에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만약 치료가 더 늦었다면,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지 모르죠.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아 저인산효소증 환자와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그리고 저인산효소증 치료 환경에서 개선돼야 할 점, 이야기 해주세요.

"희망을 잃지 말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 환자의 경우 좀 더디긴 했지만 호흡기를 떼는 단계가 됐어요. 다음 단계의 목표는 아이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걷는 것인데,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환자에게 맞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하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한 단계씩 하다 보면 조금씩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치아 치료 환경은 개선될 부분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늦게 치아가 소실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 확대해, 조기에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제가 있어서 이제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부분도 충분히 알려져야 하고요."

스트렌식(아스포타제알파)은 소아기에 발병한 저인산증 환자의 골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장기 효소 대체 요법제다. 신생아와 유아 저인산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48주간 스트렌식주를 투여한 환자의 만 1세 때 생존율은 95%로 과거 치료 대조군(historical control)의 생존율 42%에 비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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