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환자와 만나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대표

"폐암 환우들을 대변할 조직이 없다보니 정부나 국회를 찾았을 때 방문목적에 대한 설명이 길어집니다. 나름의 활동으로 존재를 알리긴 했지만 결국 개인의 고충으로 치부해버리고 말아요. 조직되는 환우회가 환우들과 보호자들에게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1983년 통계작성 이래 무려 36년째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암 중에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종은 폐암이다. 2018년 폐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34.8명으로, 암에 걸려도 5년 동안 살 확률이 70%에 달하지만 폐암은 여전히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폐암 투병환자들에게는 공식적인 환우회가 없다. 포털 카페가 활성화 돼 있어 질문을 올리고, 답변을 구하지만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에 그치고 있다. 이에 이건주 대표가 폐암 환우들을 대변하기 위해 환우회 조직화에 나섰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모임은 갖지 못했지만 온라인을 통해 어느정도 준비를 마쳤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 이 대표는 한국폐암환우회 명함을 기자에게 건넸다. 이제 막 시작하는 환우회인 점을 고려해 환우회가 발족하기까지, 그리고 앞으로 활동계획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진행했다. 

 

#1. 폐암은 환우회가 없다? 

 

폐암 투병 중이시다.

"2016년 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한국에 살지 않을 때였는데, 카타르에서 한국에 다니러 왔을 때 몸에 이상이 있어 검사를 했는데 폐암이었죠.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음에도 치료를 받지 않고 출국을 했어요. 하던 일 등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왔고, 투병생활을 시작했죠. 2001년 위절제술도 받았어요. 위암투병을 한 적이 있어 건강관리에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환우회가 있는데 폐암은 환우회가 없어서 의아했어요.  

"폐암은 환자의 수와 질병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환우회가 조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고령인 환자가 많고, 생존률이 낮아 환자와 보호자들이 장기적인 치료계획이나 활동에 소극적이기 때문이에요. 환자들의 치료에 필요한 정보의 공유와 권익을 보호하고, 대정부 및 의료기관과 제약사 등 유관단체들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소중한 생명 연장의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려고 합니다."

 

#2. 한국폐암환우회를 발족하기까지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에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폐암 진단을 받았지만 바로 치료를 받지 않고 생업을 정리하기 위해 카타르에 다녀왔어요. 이후 치료를 시작했는데 처음 1년정도 살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죠. 면역항암제 임상에 참여하겠냐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겠다고 답했어요. 4기였고, 다른 질환이 없는데다, 다행이 뇌전이도 없었죠. 다른 조건도 맞았기 때문에 임상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임상가능한 환자 수가 모두 모집돼 임상참여가 불가능했는데 카타르에 다녀오니 티오가 늘었더군요. 어쩌면 당시의 결정이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멘토링 강의하는 이건주 대표(블로그 발췌)
멘토링 강의하는 이건주 대표(블로그 발췌)

환우회를 조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1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던 내가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지금은 내성이 생겨 면역항암제를 쓸 수 없지만 효과를 직접적으로 느낀 환자로서 급여문제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본인부담으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면 비용이 어마어마해요. 메디칼푸어(medical poor)로 전락하기 일쑤죠. 폐암환자들이 활동하는 포털 카페에 애로사항이 많이 올라옵니다. 1차로 급여확대가 된다하더라도 나는 해당되지 않지만, 폐암 환자들이 혜택을 받기 바라는 마음에서 나서게 됐습니다."   

 

포털 카페는 활성화돼 있던데요.

"활성화돼 있지만 상업적인 성격을 띠기도 하고, 무책임한 조언을 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80% 이상은 주치의에게 물어야하는 내용에요.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보면 폐암 중에서도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자세히 병명을 모르는 환자도 있습니다. 투여중인 항암제의 효과와 부작용도 개인마다 다르지만 그런 내용을 모르는 환자와 가족들도 있죠. 정보를 가지고 치료를 받는 것이 암을 극복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앞으로의 계획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도 하셨던데요.   

"면역항암제 효과가 좋다고해도 아무나 사용할 수 없어요. 폐암 4기 환자들에게도 20%만이 사용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복지부를 찾기도 했지만 개인의 힘은 미약하더군요. 지난해 급여확대가 불가능한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는데,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기회가 있어 면역항암제 급여확대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세미나 패널로도 참여했어요. 당시 느낀점은 말로는 아픔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환자에 대한 배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거였죠." 

 

폐암환우회가 조직화된 후 계획하신 일이 있으신가요?

"몇몇의 환우단체들과 협력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해외의 환우단체들에 비해 아직까지는 정부와 유관기관들의 관심도 낮고, 영향력도 미약하다고 생각해요. 환자가 최종 의료 소비자임에도 제약사와 의료기관 그리고 정부의 배려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정보가 부족하고 실행력이 없는 환자단체들의 입장에서는 질병의 치료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의료기관과 정부가 건전한 환자 단체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급여과정에 직접 의견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급여를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보다 자주 이뤄졌으면 합니다. 덧붙여 우리나라에서는 오프라벨 처방이 쉽지 않아요. 때문에 해외에 가서 수천만원씩 내고 처방을 받는 환자들이 있죠. 의료진들이 치료에 보다 적극적이셨으면 해요. 신약의 급여등재 시 건보재정의 한계가 늘 얘기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암환자가 부담하는 치료비 5%를 조정하더라도 생사기로에 서 있는 환자들이 신약 혜택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 같은 일들을 실현하기 위해 체계적인 조직을 만들고 다각적으로 노력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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