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환자와 만나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정책 입안자는 물론 환자 자신도 '수동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해요. 정부와 업계에서 의견이 분분할 때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야 무엇인가 변화되는 경험도 해봤어요."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8년 전, 네 살이던 소명이가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자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엄마와 아이가 당뇨의 주치의가 돼야 혈당관리를 잘 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소명이에게 저혈당이 올까봐 늘 걱정했다. 밤낮없이 두 시간마다 혈당을 체크했고, 수시로 인슐린을 놓아 줘야했다.

실시간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가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 점을 파악한 뒤 1형 당뇨인들의 활용을 도왔다. 지금은 신 의료기기와 IT 기술을 익혀야 '스스로 당뇨 주치의'로서 혈당관리를 잘 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1. 알고 싶던 소명이 혈당, 연속혈당측정기를 국내에 들여오게 하다

 

소명이 혈당관리, 어떻게 하셨어요?

"두 시간마다 아이 혈당을 재면서 답답한 게, 모르겠다는 거에요. 2시부터 4시까지 '그 구간' 아이 혈당이 궁금했어요. 혈당 수치에 따라 대처가 달라져요. 아이의 혈당이 근거와 증명이 되길 바랐어요. 실시간으로 알고 싶었던거죠. 

매일 기사를 찾아읽고 논문도 보던 중 해외 커뮤니티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알게 됐어요. 얼마든 구입해 활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IT를 전공했거든요. 써보니 소명이 혈당관리도 잘 될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의 질도 올랐어요.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주고 싶었어요. 동병상련이라는 말 있잖아요."

 

외국 제품이면 국내에선 접해보지 못했던 기기였군요. 편리하던가요?

"써보니, 소명이를 축구 교실에도 보낼 수 있겠더라고요. 저는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요."

 

어려운 일을 겪으셨던데요. 

"이 기기를 (스마트폰과) 연동하려면 진입장벽이 있었어요. 저는 IT를 전공해 프로그래머로 일했었어요. 다른 환자 가족분들을 위해 제가 집으로 불러 알려드렸죠. 순수한 마음에 비영리로 도와드리다 2017년 3월 관세법과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어요. 관세청, 식약처,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사업을 하려 했는지, 무허가 의료기기를 판매했는지' 등등 많은 혐의가 붙더라고요.

그 때 저보다 많은 분들이 더 억울해하셨죠. 조사받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이 탄원서도 보내주시며 지지해주셨죠. 이때부터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가 알려져 1형 당뇨의 인식을 개선할 계기가 된 것 같아요."

 

2017년 7월 환우회가 발족했네요. 

"2015년 4월 무렵 1형 당뇨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거부당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들이 영유아 보육법 개정 운동을 벌이며 '슈거트리(1형 당뇨인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어요. 커뮤니티였는데 환자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달하기엔 한계가 적지 않았어요. 꾸준히 소명한 결과가 나온 직후 커뮤니티 운영진과 함께 2017년 7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를 발족했어요."

 

결국 연속혈당측정기가 국내 허가를 받았네요.

"니들(바늘)이 피하에 삽입돼 5분에 한 번씩 혈당을 연속 측정해요. 제 핸드폰에 실시간으로 혈당 그래프가 뜹니다. 어린 아이들은 저혈당과 고혈당, 감지 능력이 없어요. 그래서 수시로 혈당측정을 할 수 밖에요.

말씀드렸듯이 시간 차를 두고 재면, 혈당 차도 커요. 아이가 아프거나 위험해지면 힘들잖아요. 변동 폭 크지 않게 그 변화를 알 수 있으니 부모로서 불안감을 덜어 준 혁신 의료기기죠.

이 기기때문에 저희가 결속하게 됐고, 정부에 허가와 급여도 요청할 수 있었어요. 특히 1형 성인 당뇨인이 쓰는 경우도 늘었어요. 환우회는 부모가 모여 시작됐지만 지금은 부모가 65%, 성인이 35% 비율이에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웹 사이트 (웹사이트 URL=http://www.kst1d.org/index.html)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웹 사이트 (웹사이트 URL=http://www.kst1d.org/index.html)

#2. 환자가 전문가여야 자신을 돌봐요… 우리 목소리의 무게는

 

환자와 가족 모두 "알아야 한다"고 믿으시나 봐요.

 "짧은 진료시간에 약이나 의료기기에 대한 설명을 듣기는 어려워요. 관심을 갖고 검색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해 공부하지 않으면 모를 수 밖에 없어요. 1형 당뇨는 여러 의료기기와 IT 기술을 사용해야 해요. 전세계적으로 1형 당뇨 커뮤니티는 'WeAreNotWaiting'이라는 슬로건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기술은 발달하고 약은 새로워져요. 완치법도 연구된다니까 계속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환자와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거에요. 환자는 수동적이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묶이면 현실과 거리감 있는 논의만 이뤄지는 것 같아요. 정부, 의료진, 제약사, 의료기기 회사가 알아서 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목소리를 모아 필요한 걸 알려야죠."

 

의약품과 의료기기 모두 정책과 연관성이 깊잖아요.

"의료기기법도 개정되고 요양비 급여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환자들의 목소리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어요. 급한데도 정부는 원론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지난 13일 복지부 보험급여과에 연속혈당측정기 급여 관련해 의견서를 보냈어요. 지난해 1월부터 측정기 센서가 급여화됐어요. 55%는 공단이 부담하고, 45%는 본인 부담금이에요. 센서가 9만5000원이라면 본인 부담금은 4만5000원 정도죠. 센서 한 개를 일주일 쓴다면, 한 달에 20만원이죠.

인슐린펌프와 채혈스트립 등 기기 관리비용을 합하면 30~40만원 들어요. 평생 혈당을 관리해야 하니 금액에 부담되는 환자분들도 있어요. 그런 성인 1형 당뇨인을 보니 안타까웠죠. 그래서 소아 환자에 100% 요양비를 지원하는 안도 논의됐고, 성인에도 확대하기로 했죠.

기준 금액과 급여 비율 확대를 요청했어요. 또한, 환우회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으면 연속혈당측정기를 모르거나 급여 지원되는 걸 모르는 당뇨인도 많아요. 공단과 의료진의 홍보도 중요하죠. 업체와 의료기관을 통한 기기 사용 교육과 최근 식약처 허가를 받은 기기의 급여 논의도 필요합니다."

 

요청서를 보니 직접 설문조사를 하셨어요.

"850여 분의 의견을 급히 들었어요. 특정한 누군가의 목소리보다 여러 환자의 의견을 객관적인 자료로 만들고 논의하려는 편이에요. 개인의 의지와 뜻으로 바뀌지는 않아서요. 그래서 많은 환자들과 최근 의료정책과 디지털헬스케어 흐름을 많이 알리고 공론화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죠.

제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라 성인 당뇨인이나 영·유아 당뇨 환아를 둔 부모의 마음 잘 모르잖아요. 연속혈당측정기의 국내 허가와 급여까지 이뤄진 데는 의료진이나 정부의 의지보다 환자들의 요구가 전달됐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내 질환에 대해 관리, 공부하며 정리된 의견을 얘기하면 외부에서도 서서히 인정해주고 있는 걸 느껴요. 정부와 업계 간의 의견이 분분할 때 직접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야 그 목소리가 가장 힘을 받는 경험을 해봤어서요."

 

#3. 환자들의 리얼월드데이터… 제약·의료기 업계가 주목했으면 
    

최근 허가받은 연속혈당측정기, 급여 될까요?

"됐으면 좋겠죠. 지난 2016년부터 해외 직구를 통해 이 기기를 써 온 분들이 많아요. 저희 아이가 쓰는 기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많은 당뇨인은 원하죠.

그럼 단체는 여러 분들 목소리를 들어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죠. 복지부에 저희가 의견서를 냈는데, (복지부가) 잘 검토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의료진분들은 물론 당뇨인과 보호자들의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어요."

 

매일 약과 의료기기를 마주하는 환아 부모 입장에서 업계에 바라는 게 있을까요?

"1형 당뇨인에게 약은 인슐린 하나잖아요. 이중 인슐린 펌프 사용자는 지속시간은 짧고, 빨리 작용하는 인슐린이 나오길 바라죠.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지속시간이 길수록 저혈당 · 고혈당의 우려가 있어서요. 인슐린도, 의료기기도, 연속혈당측정기도, 업체는 임상시험을 할 때 정형화된 포맷으로 결과를 내죠. 실험실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결과를 제시해주시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요즘 리얼월드데이터(Real World Data, RWD)라고 일상생활에서 얻어진 사용자의 데이터가 많이 쓰이잖아요. 1형 당뇨인의 인슐린 작용시간 등 효과와 요구를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가 듣고 이를 효능·효과에 반영, 품목 개발해야 한다고 봐요. 이들이 느끼는 게 효능·효과에 적용돼야 새로 해당 약제를 쓰거나, 고민하는 분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아요. 또, 당뇨인의 사례를 수집해야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데이터 수집과 더 좋은 제품 출시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1형 당뇨인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가 있을지 고민하면 나오거든요. 정부에서 하는 특위는 대부분이 의료진이 참여해요. 교수님들, 관계부처 공무원 분들 참여하는데 민간인으로는 저만 있어요.

우선 대외적으로 1형 당뇨를 알리게 되니 관심도 받지만, 많은 환자들이 참여해 디지털헬스케어, 의료데이터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당사자 의견이 많은 논의가 중요한 정보가 된다고 봐요. 업체들은 환자들과 소통하며 좋은 제품을 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속 환자단체로 1형 당뇨에 대한 인식, 의료 정책, 혈당 관리 환경의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5년 '슈거트리(1형당뇨인과 가족의 모임)' 커뮤니티로 시작해 2017년 7월 환우회를 발족했다. 현재 약 5500여명의 회원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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