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환자와 만나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 보면 떠오른 한 단어 '걸크러시'. 곽 회장은 같은 여자가 봐도 정말 멋있었다. 유방암을 겪으며, 5년만 더 살면,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다짐하고,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의 회장 직을 맡기까지. 그는 여러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오직 환자들만을 위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

"의료보험 중증환자 혜택조차 없던 시절인 2002년도에 수술을 받고, 나오니 정보를 얻을 곳이 정말 없더라고요. 당시엔 스마트폰도 발달하지 않았을 때였고, 무조건 교수님 말씀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죠. 일년에 한 두 번 병원에서 강좌를 듣는 게 전부였어요.

다행히 초기에 진단을 받아 저는 유방 절제술 없이 세포만 약간 떼 내는 정도의 수술을 받았죠. 수술 이후 5년만 살면, 자식들 대학까지 보내고, 제가 할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5년만 살면 그 이후의 삶은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다짐했죠."

봉사활동으로 시작해 한유총회 회장 직을 맡기까지

유방암을 앓기 이전에도 19983년부터 남편과 함께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오던 그는 2005년 요양을 위해 세운 전원주택에서 마음이 맞는 유방암 환우들과 함께 작은 모임을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환우들과 뜻을 모아 2011년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유총회)을 설립하는 데 큰 역할을 맡았다.

"그동안 봉사활동만 했지, 단체장으로 나선 적은 없었어요. 유방암환우회의 경우 각 병원별로 모여 있었는데, 당시 여러 분쟁이 있었어요. 홈페이지 사기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금전적인 어려움도 겪었는데, 사비를 들여 제대로 환자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환우회를 만들자 싶었죠. 취미생활로 골프를 즐겨 했는데, 그 돈으로 환자들을 위해 더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죠

제가 회장으로 일한 약 5년 가까이 10만km를 운전하며 다녔거든요. 남편은 걱정을 했지만, 아들은 사고가 안 난게 다행이라며 말해줬죠. 한유총회를 위해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정말 열심히 환자들을 위해 뛰었죠."

여성 환우들이 모인 연합회에 많은 상업적 유혹도 있었지만,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오로지 환자들이 좋은 신약과 치료법을 통해 완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유방암 신약이 많이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한 환자들의 급여 요구도 많아요. 하지만 신약이 등장할 때마다 무조건 정부에 급여를 요구한다면, 우리의 존재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다만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고, 환자들의 처방 데이터를 통해 그 약물의 효과가 인정된다면 지금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급여 절차가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여성 회원이 많은 단체이다 보니, 건강기능식품, 속옷 등 다양한 회사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접근해 옵니다.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협력할 수 있지만, 단순 상업적 목적만 가지고 접근하는 곳엔 단호히 대처했죠. 창립 이후 고대병원 환우들의 도움을 받아 기금 1000만원을 조성해 쉼터에서 환우들과 김장봉사 등 여러 뜻깊은 경험을 했죠."

치료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치료 이후의 생활까지 배려

적극적으로 환자들을 생각하는 일념 하나로 그는 입랜스 급여를 위한 서명운동, 유방재건수술 50% 보험 적용 등 굵직한 일들을 차례차례 진행해 나갔다. 또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일상복귀를 위한 원예치료, 목욕힐링 프로그램, 희망걸음 걷기대회 등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진행이 쉽지 않지만, 원예치료는 줌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유방암 환자 중에서는 유방 절제술로 인해 목욕탕 가기를 꺼려 하는 환우들이 많아요. 이런 환우들을 위해서 유방암 교수님과 함께 정기적으로 사우나에서 같이 목욕도 하고, 교수님께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도 하는 자리도 마련했죠."

이전에 비해 유방암 치료 환경이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환우로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

"경제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이 많아요.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고, 겨우 집 한채만 가지고 있는데, 억단위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도 참 많거든요. 이런 환자들을 위해 1년에 10명씩 선정해 소정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또 유방암의 경우 다양한 신약이 등장하면서, 맞춤치료 전략이 중요한데. 환자들이 급여 정보와 연계해 이런 정보를 모두 알기 힘들죠. 국내의 3분 진료 현실에서 의료진에게 환자가 만족할 만한 모든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고요. 국내 건겅보험 제도가 잘 정비돼 있지만, 경증 질환보다 중증 질환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도 쓰였으면 좋겠고요."

끝으로 제약회사와 병원 모두에게 환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보통 우리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포인트를 지급 받잖아요. 사실 환우들이 5년 정도 병원에 다니며 쓰는 금액이 1억원이 훌쩍 넘어요. 병원과 제약회사에 이 비용을 고스란히 쓰는 것이죠. 저는 제약회사와 병원도 단순히 치료행위와 치료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문제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해요. 후원이든 신약 접근성을 높이는 문제이든 말이죠."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전국 유방암환우회원들의 권익과 권리를 대변하는 보건복지부 비영리 민간단체로서, 전국의 유방암 환우 각 개인이 회원이 돼 자율적으로 조직된 단체다. 

유방암 환자의 사회경제적 정책실현, 유방암의 예방을 위한 홍보, 교육, 자원봉사활동, 질환 관련 학회, 병원, 제약사 교류, 환자쉼터 운영, 출판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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