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환자와 만나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

"인터뷰 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창립선언문을 다시 보게 됐어요.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

'병들고 아픈 사람은 모두 하나다!'로 시작해 '우리는 만성백혈병환자만으로 시작하는 이 첫걸음이 결국 모든 혈액환자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아픈 사람들을 끌어안고, 함께 가는 진정한 환자들의 발걸음이 될 것을 확신하며, 한국백혈병환우회의 창립을 선언한다.'

다수의 환자를 위한 치료환경과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당사자인 환자와 가족들이 직접 제약사에게는 약가인하를, 정부에게는 보장성강화를 요구한 우리나라 최초의 환자운동을 펼친 환우회에요."

백혈병 환자로 치료를 받은 후 사회에 복귀하기 에 앞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환우회 활동가의 길을 걷게 된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의 일상은 바쁘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콘텐츠 제작에 나서 더 바빠졌다.

"환자와 어떻게 소통할까, 방법을 찾아보다가 유튜브를 하게 됐어요.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성인 치료는 3~4주 가량 항암제를 투여받은 뒤 면역력 회복 주기를 겪는데요, 이 시기 환자들에게 투병 의지와 희망을 심어줄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국내 환자단체의 유튜브 활동도 한국백혈병환우회가 처음이고, 좋은 사례를 만들어 다른 단체들의 도전도 돕고 싶다고 했다.

환우회는 2000년대 초반 최초의 표적항암제 '글리벡'의 신속한 국내 허가와 급여를 요구한 '글리벡연대'로 결성된만큼 다수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정책 개선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들은 조혈모세포이식으로 치료성적을 높이거나 완치될 수 있지만 기증자를 찾는 조정비용은 여전히 비싼 데다 기증자도 많지 않아 환우회는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치료 환경이 뒤쳐진 것은 아니지만 급성백혈병 등 질환 자체가 중한 까닭에 이 사무처장은 "신약 등 치료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CAR-T 치료제의 빠른 상용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발·불응성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들의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백혈병환우회TV' (사진제공=한국백혈병환우회)
지난달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백혈병환우회TV' (사진제공=한국백혈병환우회)
(왼쪽부터) 안기종 백혈병환우회 대표, 이은영 사무처장

#1. 글리벡으로 모인 우리… "급여정지 이슈 대응, 많이 힘들었어요"

 

환우회 활동, 언제 어떤 계기로 하시게 됐죠?

"투병을 마친 후, 집에서 쉬고 있었죠. 안기종 대표님이 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이던 시절인데 사회복지를 전공한 저도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치료비 지원 제도·안내 업무부터 시작했어요. 1년 가량 해보니 보람도, 의미도 크게 느끼게 돼 계속 일하게 됐죠. 2007년 무렵이에요.

'글리벡'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으로 계기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환자들이 모였거든요. 국내에서 신속한 허가와 보험 등재를 요구하기 위해 2001년 글리벡연대가 결성 됐어요. 당시 약 값만 한달에 400~800만원에 달했죠. 이 비싼 약을 어떻게 먹을 수 있냐고 강하게 요구했어요. 환자들이 제약사에게 약가 인하를, 정부에게 보장성 강화 요구를 한 건 환자운동의 시초라 할 수 있죠."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았나요?

"약이 있으면 뭐 하냐 탄식이 나왔죠. 먹지 못하는 약은 약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죠. 다수의 환자가 혜택받을 치료 환경과 정책 변화가 필요했으니까요. 환자와 보호자는 우리에게 사례를 이야기해요. 그러면 우리는 공론화를 하죠. 홈페이지를 열어놨고, 누구나 질환 정보와 지원 제도를 볼 수 있었죠."

글리벡을 복용하지 못하게 됐냐며 우려하던 환자들을 뒤로한 채 대응에
나섰던 한국백혈병환우회 2017년 당시. (사진출처=한국백혈병환우회 보도자료 일부)

어려웠던 순간, 있으셨겠죠?

"제도와 정책의 변화로 치료환경이 개선된 사례가 기억나는데요, 2017년 글리벡 급여정지 이슈에 대응할 때였죠. 환자를 위한 결론이 내려졌는데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오해도 받아봤고, 환자들이 이제 치료를 못 받냐며 울기도 했죠. 직접 외국 논문과 사례, 커뮤니티 등을 샅샅이 찾았어요. 비의학적인 이유로 환자들이 복용하던 약을 바꾸라는 요구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었죠. 10년 넘게 활동하니 가족같은 회원도 많아요. 그런데 이 분들의 사망 소식을 들으면 여전히 힘들어요."

 

#2. "66세 환자 생각, 조혈모세포(골수) 이식 조정비 지원·기증확대 절실" 

 

단체의 목소리처럼 제도와 정책이 개선되면 보람이 크시겠습니다.

"참 많죠. 일례로 조혈모세포(골수) 기증을 받는데 건강보험 급여가 되는 나이가 65세까지였어요. 지난해부터 70세까지로 확대됐어요. 몇 년전에 66세인 환자분이 이식받을 땐 선별급여였어요. 그분이 "나이먹은 것도 서럽다"며 의견주신 게 생각났어요. 지금 아주 건강하게 지내세요. 당시 혜택 못 받은 이 분들의 사례와 의견개진이 제도와 정책 변화를 이끄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어요."

 

그래도 개선이 필요하고, 부족한 점도 여전히 보이시죠?

"조혈모세포(골수) 이식과 관련해서 개선해야 할 게 많아요. 지난 국회,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국회의원실에서 장기기증법 개정안을 발의, 통과됐는데요, 조혈모세포 기증·이식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환경이 조금 나아졌어요. 하지만 '조정수수료'가 여전히 비싸요. 720만원이거든요.

조혈모세포 기증자의 검사와 채취과정부터 환자 이식까지, 기증자와 환자를 연결해주는 수수료인데요, 같은 병원안에서 했다면, 보험이 됩니다. 그런데 조혈모세포은행이 의료기관이 아니라서 조정비용은 의료비로 인정해 주지 않아요.

의료비는 아니지만, 환자가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려면 필수 소용비용이잖아요. 건강보험 급여가 안된다면 국가 지원이나 별도 기금을 마련하자고 제안해, 환자 부담을 경감할 방안을 찾고 싶습니다."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말하지만 여전히 개선돼야할 사각지대가 있는 거군요.

"맞습니다. 백혈병은 항암치료만 해도 되는 경우가 있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을 해야될 수도 있어요. 그 과정에서 수혈은 필수죠. 수혈환경 고민과 헌혈 운동도 필요해요. 여전히 공여자가 없어 항암치료를 하며 기다리는 환자 있거든요. 특히 가족과 조혈모세포가 일치하지 않아, 타인에게 기증받아야 할 환자도 있어요.

조혈모세포 기증 및 모집 기관이 국내 네 군데 있는데요,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니 모집 대상자를 한정하거나 예산에 맞춰 소극적으로 하더라고요. 더 많은 대상자를 관리한다면 기증 거부율은 줄고, 일치자가 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헌혈하는 분들도 적잖아요.

"굉장히 부족해요. 장기적으로 헌혈 가능인구 수가 줄고 있어서요. 관련해서, 환우회도 혈액관리법 개정 요구를 하려 해요.

혈액관리위원회에 헌혈자단체와 수혈자단체가 없어요. 백혈병환우회는 시민단체 몫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헌혈자, 수혈자 각 입장이 다르니 위원회에 참여해야 할 것으로 개정운동 하려 해요."

 

#3. 치료 접근성은 "신약의 급여"… CAR-T 치료제, 언제 나오나? 한마디로 "늦다"

 

약제 사용에 대한 입장은 어떠신가요?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은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로 나뉩니다. 환우회도 치료제 급여 요구로 시작됐죠. 치료제별로 사례가 다양한 것 같아요. 신속한 허가와 신속한 급여화 절실해요. 

CAR-T 치료제가 국내에 언제 상용화될 지 보고 있어요. 일본은 급여화가 다 됐어요. 업체가 국내에 허가신청도 했는지, 궁금해요. 재발한 환자나 불응성 환자 등 급성골수성 대상으로 한 신약 출시와 급여화는 종종 이뤄지고 있어요. CAR-T 치료제도 옵션 확대의 기회라 간절히 기다리죠."

 

치료는 희망이라는 말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백혈병은 불치병이라는 소재로 쓰죠. 지금도 상담전화를 받으면 완치 되는지, 살아서 사회생활 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아요. 불치병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인데, 인식개선 활동 하고 있어요.

그리고 혈액질환 환자들의 치료영역과 보장성 확대, 치료제를 주목해보려고 해요. 최근엔 재발불응성 급성 백혈병 치료제도 만성백혈병 치료제(표적항암제)처럼 '맞춤형 약'이 나오고 있어요. 급성림프구성의 경우에도요. 해당 치료제는 모두 급여화가 됐어요. 무엇보다 CAR-T 치료제의 허가와 급여 과정을 기다리고 있죠."

히트뉴스는 지난 2월 14일 CAR-T 치료제 '킴리아'의 품목허가 신청 접수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사진=히트뉴스 보도 내용 일부 발췌)
히트뉴스는 지난 2월 14일 CAR-T 치료제 '킴리아'의 품목허가 신청 접수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사진=히트뉴스 보도 내용 일부 발췌)

히트뉴스도 신약 허가 신청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곧 허가받지 않을까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용화가 늦었어요. 품목허가 언제 되는지, 식약처와 해당 업체에 물어봐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환자의 바람보다 치료제 출시는 늘 더디잖아요.

"재발·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는 계속 나와야 해요. 사실 질환 자체가 너무 중해요. 가장 힘들어요. 개발도 쉽지 않은 것 같고요. 환자들은 급성골수성백혈병도 만성골수성백혈병처럼 경구용 항암제 나오면 안 될까? 하는 희망도 얘기해요. 

글리벡은 만성환자 삶을 변화시켰거든요. 우리나라는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훨씬 많고, 만성림프구성백혈병환자가 가장 적어요. 치료 환경이 좋아지곤 있지만, CAR-T 치료제가 속히 허가받고 출시됐으면 해요."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허가받은 품목이 최근에 있었지요?

"재발률 높은 유전자변이의 표적항암제가 허가받았고, 아직 급여되진 않았어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특히 한 품목은 어찌된 일인지 허가만 받고 이후 과정이 감감무소식이에요. 백혈병은 성공률과 완치율이 높아야 해요. 높일 치료제가 필요하고요. 여전히 불치병이라고 오해해 걱정하는 환자 가족이 많아요. 이분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찾으며, 치료제 상용화를 기대해야죠."

한국백혈병환우회 

2002년 6월 15일 창립돼 현재 약 1만30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급성백혈병과 만성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재생불량성빈혈, 악성림프종, 다발성골수종 등 병명은 다르지만 '피가 아픈' 혈액질환 환자와 예비환자로서 그 가족과 이들을 자원봉사와 물질로 돕고 있는 이들이 함께하는 비영리민간단체다.

지난달 9일 유튜브 채널 '백혈병환우회TV'를 개설,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백혈병환우회TV는 환자와 가족에게 투병·간병 정보와 경험, 치료비 지원과 절약 정보, 헌혈과 조혈모세포기증 정보 등 백혈병 치료를 위해 필수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완치 환우들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신규 환자들에게 완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줄 예정이다.

백혈병환우회TV는 ▷투병 정보를 제공하는 '백혈병 길라잡이' ▷완치 환우의 희망 스토리를 전달하는 '백혈병 희망스케치' ▷백혈병 관련 전문가와 함께 공부하는 '백혈병 전문가와 함께' ▷백혈병환우회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는 '백혈병환우회 브이로그'로 운영된다.   

백혈병환우회TV는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메인 방송(20분~30분 분량)을 업로드하고 매주 월요일 오전 6시에 지난 주 업로드된 메인 방송을 재편집해 개별 영상(각각 5분~10분 분량)으로 업로드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