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환자와 만나다]
문종민 한국척수성근위축증 환우회 이사장
"한 아이의 생명을 지나치게 경제적 논리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약이 있다면, 적어도 이 약물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제공돼야 합니다. 또 한정된 정부 재정에서 우리 환우들로 인해서 약물 급여가 계류된 환우 분들께 미안한 마음도 전하고 싶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문종민 한국척수성근위축증(SMA) 환우회 이사장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이런 말을 했다.
스핀라자의 급여 과정은 모든 언론이 주목하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였다. 모두가 1억원 넘는 초고가 치료제 스핀라자의 급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스핀라자는 1년 반 만에 급여 등재에 성공했다. 문 이사장에게 격려와 축하의 말을 건네는 이들도 있었고, 자신들의 환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앞서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저도 SMA 병을 앓고 있는 아이의 아빠지만, (급여 혜택을 받고 있지 못 하는) 환우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다른 환우에게 돌아갈 혜택을 우리가 받고 있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그런 서운한 마음을 표하는 전화를 종종 받기도 합니다."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어떻게 급여 문턱을 좀 더 '빠르게' 넘을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그가 급여 문제를 어떻게 접근했는지부터 향후 SMA 환우들을 위해 펼칠 활동에 대해서 들어봤다.
#1. 투쟁보다는 질환 알리기부터 시작… "정부는 협력 대상이라 생각했죠"
스핀라자 급여는 고가 약물인데도 약 1년 반만에 급여 등재됐어요.
"저희는 정부를 상대로 집회나 투쟁 노선을 가지 않기로 방향성을 잡았어요. 아이들의 상황이 너무 위중해 이를 할 수조차 없었고, 저희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도 너무 낮았죠. 그래서 언론을 통해 질환 알리기가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정부도 우리가 얼마나 언론을 잘 활용하는지 알고 계셔서 저희를 무서워(?) 하세요.(웃음)
'살려달라'고 감정에 호소하는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국회와 복지부에 편지도 보냈고, 감사하게도 정부 쪽에서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셨죠. 모든 환우가 '빠르게' 스핀라자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온 노력을 다 했어요."
제약회사와 어떻게 소통 하셨어요?
"일단 최대한 '빠르게' 급여가 되기 위해서는 서류 '보완'이 안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심평원 등 정부에는 제발 보완 없이 정상적인 코스대로만 진행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필요한 서류가 있다면 제가 제약회사와 담판을 지어 모든 서류를 제공해 드리라고 했죠. 제약회사는 저희가 책임지겠다고 했어요. 정부를 닥달하기 보다 제약회사와 소통해서 최대한 정부에 협조하려고 했죠."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스핀라자 급여 범위에 벗어난 환우들도 있을 것 같아요.
"기관지를 절개하거나 3세 이후 발병한 환우들은 아직도 스핀라자 급여를 받을 수 없어요. 특히 기관지 절개 환우들은 매우 위중하거든요. 또 많은 환우는 아니지만 40~50세 SMA 환우 분들도 있어요. 이 분들은 현재 SMA 진단 기록조차 없어 급여를 받을 수 없어요."
스핀라자 치료를 받지 못 하면 어떤 치료 방식을 취해야 하나요?
"개선의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 물리치료, 수중치료 등을 통해 유지 요법을 택하는 것이죠."
집회나 투쟁의 노선을 걷지 않으셨어요.
"(지금와서 생각해 본다면) 만약 우리가 그때 정부를 상대로 집회 등 투쟁 노선을 걸었다면, 지금처럼 빨리 급여 혜택을 받지 못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공무원들도 굳이 급여 혜택을 일부러 늦추려는 마음도 없을 거에요. 위급한 상황에 있는 환우들도 많을 것이고요.
한편으로 저희가 빠르게 급여 혜택을 받고 있는 게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우 분들의 기회를 빼앗은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일단 우리가 앓고 있는 병을 정확히 알리고, 왜 약제가 필요한 지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2. 눈 앞에 다가온 25억 치료제 졸겐스마…"허가 기준 주시하고 있어요"
졸겐스마 국내 허가도 눈 앞으로 다가왔어요.
"졸겐스마는 허가 범위를 보면 치료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 수가 훨씬 적어요. 미국과 일본의 경우 2세 미만으로 허가가 났어요. 이례적으로 유럽의 경우만 몸무게 기준으로 21kg로 해 줬는데, 유럽의 기준을 따르면 미국 허가 기준보다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가 50% 이상은 될 것입니다.
SMA는 진단조차 쉽지 않아요. 우리 아이만 해도 우연히 이 질환에 대해 알고 있는 교수님 덕분에 유전자 검사를 받아서 생후 13개월 만에 알게 됐어요. 운이 좋았죠. 대부분 외형적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2세 미만으로 졸겐스마 허가가 날 경우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더욱 적겠죠. 치료제 급여 문제가 해결되면, 태어나자 마자 SMA 유전자 검사를 의무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 게 향후 목표입니다."
졸겐스마도 스핀라자와 같이 빨리 투여하면 그 만큼 치료 효과가 좋은 텐데요.
"맞습니다 그래서 검사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진단하는 게 중요한 것이죠. 유전자 검사 비용이 20만원 가량이라서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정부 지원이 있다면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환우회 회원 중 졸겐스마 무상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이 있나요?
"7명이 신청해 3명이 졸겐스마 무상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물론 스핀라자 치료를 끊고 졸겐스마 치료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지만, 신중한 고민 끝에 3명의 환우가 졸겐스마 치료를 선택했습니다."
스핀라자 치료를 중단하고, 졸겐스마 치료를 할 때 환우 입장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없나요?
"제약회사 입장에서 그 치료제로 인해 새롭게 발견된 중대한 부작용은 없었어요. 사실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죠. 더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졸겐스마보다 더 나은 완치 개념의 치료제가 나왔을 때에요. 스핀라자의 경우 완화 혹은 유지, 졸겐스마는 강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봐요. 스핀라자의 약효를 100이라고 봤을 때, 졸겐스마는 200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죠. 졸겐스마가 SMA를 완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완치 치료제 임상을 시행할 때, 유전자 자체를 바꾸는 졸겐스마 투여군을 과연 완치제 임상에 포함시킬 지는 잘 모르겠어요. 물론 먼 훗날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부에선 이런 고민을 이야기 한 적도 있어요."
졸겐스마는 스핀라자 급여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잖아요. 일단 대체약제도 있고요. 식약처 등과 소통은 하고 계신가요?
"담당자와 통화해 본 적은 있지만, 공문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어요. 다만 아무리 스핀라자와 같이 대체제가 있어도 졸겐스마는 기전이 다른 약물이니 이 역시 하루라도 빨리 많은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급여는 '비용 효과성(cost effectiveness)'도 간과할 수 없잖아요. 정부 입장에서는 한 번에 25억원의 재정을 소요해야 하는 것에도 부담이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희 환우회 입장에서도 동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어요. 이미 스핀라자 치료 혜택을 받은 환우들도 있고, 졸겐스마 환자군이 너무 좁을 것이라는 한계도 있고요."
#3. 치료제보다 더 중요한 물리치료, 병원에서 거부하는 현실
스핀라자 치료 효과는 환우마다 다를 것 같아요. 효과에 따라 무상지원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못한 환우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약물 투여 후 개선이 되면 좋겠지만, '유지'만으로 약물 효과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물론 이는 의료진마다 견해 차는 있어요. 졸겐스마와 향후 개발 중인 약물의 혜택의 기회를 모든 환우가 공평하게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억대 치료제를 환자 개인이 모두 부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한 번이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랍니다."
약물치료 외에 더 개선돼야 할 치료 요건이 있나요?
"약물 치료만큼 물리치료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병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정이죠. 물리치료를 하지 않으면 퇴행 속도는 그만큼 빨라 지는데요, 이 물리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실제로 우리 아이만 해도 상급종합 병원에서 대기도 아니고,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물리치료 기회를 원천적으로 빼앗은 것이죠. 상급종합병원 외에 2, 3차 병원에서는 우리 환우들과 같은 중증질환 물리치료를 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없어요."
수가 문제와 얽혀 있는 것인가요?
"수가로 인해 상급병원에서 포기한 게 수중치료에요. 수질관리 등이 어려워서 분당서울대병원이 마지막까지 시행하다가 결국 수가문제로 포기했죠. 일부 복지관과 사설기관을 이용해서 수중치료를 하는데, 사설기관 기준 30분에 4만원이 들어요. 우리 아이만 해도 이 치료에만 4000만원 가량이 들었어요."
수중치료, 물리치료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아무리 스핀라자, 졸겐스마 치료를 받아도 운동을 제대로 시켜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저희 아이는 또래 SMA 환우보다 더 예후가 좋습니다. 아이 엄마가 1년에 주말도 없이 병원을 데리고 가며 운동을 지속적으로 한 덕이죠.
정부가 물리치료 시설 확충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랍니다. 또 활동보조인의 경우 우리 같은 중증질환의 경우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가족들이 모든 상황을 책임져야 하죠. 가족들도 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y, SMA)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은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신경근육계 유전질환으로 인지는 정상이지만 근육 긴장성 저하, 신체의 오른쪽과 왼쪽 근육이 동시에 약해지고 안면 근육에 영향을 주거나 혀 근육의 부분수축 등이 나타나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5번 염색체(5q) 돌연변이로 생존운동신경원 단백질(Survival Motor Neuron, SMN Protein)이 감소해 발생하기 때문에 중증도는 SMN 단백질의 양과 상관관계가 있으며, 편의 상 발병 연령, 신체발달 지표 등에 따라 4개의 유형으로 구분한다. SMA 1형은 6개월 미만 신생아에서 발생하고 2형은 생후 7-18개월 경에, 3형은 19개월 이후에, 4형은 20대나 30대에 나타난다. 특히 1형의 신생아들에서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데 SMN 단백질을 거의 생성하지 못해 호흡과 삼키는 것 등의 기본적인 생활 기능이 어려워 대부분 2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 최근까지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인한 근육 형태 변형과 기능 장애를 줄이기 위한 물리치료 외에는 치료 옵션이 없었다.
SMA 치료제 현황
스핀라자(뉴시너센나트륨)
영유아의 주요한 유전적 사망 원인인 5q 척수성 근위축증의 치료제로 요추천자로 경막 내 투여하는 주사제다. 권장용량은 1회 12 mg(5 mL)며, 진단 후 0일, 14일, 28일, 63일에 4회 도입 용량(loading dose)을, 이후에는 4개월마다 유지 용량으로 투여한다. 지난해 4월부터 국내에서 보험 급여가 적용된 약물이다.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
결합이 있거나 결핍된 SMN1(survival motor neuron 1) 유전자를 대체해 단 1회 주사로 질병의 진행을 멈추게 하는 치료제로, SMN1 유전자 양쪽 모두 대립변이를 가지는 2세 미만의 소아 SMA 환자 치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국내 허가는 올해 중으로 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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