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환자와 만나다
김희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한 가지 약으로만 치료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진 다양한 약제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치료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나 수혈 등을 받을 때 나타나는 합병증이다. 이 질환은 환자의 몸속으로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몸을 공격해 발생한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급성(acute)과 만성(chronic)으로 나뉘는데, 급성은 대체로 이식 후 100일 이내 관찰된다. 만성은 대체로 이식 후 100일이 지나서 나타나며 전체 환자의 30~70%에서 발생 한다.

특히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장기간 지속되는 치료와 증상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각종장기이식관련 사망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최대 사망률은 90% 이상으로 보고된다. 안타깝게도 이식편대숙주질환의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으며,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치료만 가능하다. 현재 효과적인 치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스테로이드요법이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에 불응한 환자는 전체의 30~40%이며 2년 이내 2차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는 전체의 50~60%로 추정된다. 기존 치료의 불응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이고 내약성이 좋은 치료제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임브루비카(이브루티닙) 등 최근 다양한 약제가 등장하고 있다.

히트뉴스는 김희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를 만나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특징과 국내 치료 환경, 스테로이드 이후 새로운 신약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히트뉴스는 김희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를 만나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특징과 국내 치료 환경, 스테로이드 이후 새로운 신약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히트뉴스는 김희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를 만나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특징과 국내 치료 환경, 스테로이드 이후 새로운 신약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질환명 자체가 아주 낯설다. 어떤 질환인가?

"이식편대숙주병 혹은 이식편대숙주반응, 이식편대숙주질환 등으로 지칭한다.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이식편(Graft) 대(versus) 숙주(Host), 즉 이식편이 숙주를 공격하는 것이다. 동종조혈모세포를 넘겨주는 공여자를 이식편이라한다. 숙주는 환자다. 즉 공여자가 주는 이식편이 환자인 숙주에 넘어올 때 환자 몸 안에서 일어나는 면역반응 중 환자의 몸을 구성하는 체세포를 공격할 때 일어나는 공격적인 면역반응을 통칭해 이식편대숙주질환이라한다. 이때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장기에 따라 폐 숙주병, 간 숙주병, 피부 숙주병, 장 숙주병 등이라고 한다.

시기별로는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한 날로부터 통상적으로는 3개월(90일~100일) 전으로 나타나면 급성, 3개월을 넘기면 만성으로 본다. 하지만 시기만 보고 급성과 만성을 판단하는 것은 완벽하지 않고, 정확하게는 숙주병이 일어나는 양상을 보고 조직 검사를 해 조직 반응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구분한다.

이식편대숙주반응은 면역반응 중 하나다. 면역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그중 어쩔 수 없이 확률에 따라 공격받는 환자 몸 체세포 안에 나타나는 면역반응 중 하나다.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들이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을 받는데, 체세포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나면 합병증이 발생하는 동시에 혈액암 세포도 공격한다. 따라서 이식편대숙주반응이 무조건 나쁜 합병증이다고 볼 수는 없다."

 

이식편대숙주반응으로 혈액암도 공격할 수 있다 들었다. 문제는 정상세포는 괜찮냐는 것이다. 의료진 입장에서 어떤가.

"그렇다. 의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환자에게 일어나는 면역반응 중 이식편대숙주질환도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다고 한다. '활용한다'는 의미는 표적이 되는 혈액암을 공격하게끔 유도하는 것인데, 동시에 환자의 정상적인 체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에 환자의 고통이 크다.

면역반응은 면역을 높이거나 낮추는 형태로 나타난다. 면역력이 떨어질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성행하는 요즘 기회감염 등 정상적인 면역기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몸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감염증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체세포에서 일어나는 면역반응 중 혈액암 세포 공격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이론적 배경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흔히 면역반응을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한다."

 

면역반응으로 혈액암 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다. 실제로 임상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수준인지 궁금하다. 

"100% 완벽하게 제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단계다. 어느 정도 근사치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에 따라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의도하지 않게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진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할 때 '리모컨처럼 채널을 마음대로 바꾸듯, 환자 몸 밖에서 공여자의 세포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로 설명한다."

 

국내에서 집계된 이식편대숙주질환 유병률이 있는가?

"국내에서 이식했을 때도 서양 못지않게 급성과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30~40년 전보다 공여자원이 다양화됐기 때문에 유병률은 훨씬 높아졌다. 굳이 한국인(단일민족)이라 해서 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서양만큼의 유병률은 아니더라도 유사한 수준이다.

초창기 형제·자매간 이식만 했을 때에 비해 공여자원이 다양해지고, 유전자 불일치하더라도 이식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식편대숙주질환 발생 빈도도 어쩔 수 없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식편대숙주질환 같은 경우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는데, 특히 만성 환자들은 질환을 겪는 과정이 길다 보니 치료 과정도 까다로울 것 같다. 치료 환경은 어떤가?

"만성은 급성과 비교해 질환의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려 여유는 있지만, 질환이 오래 가다 보니 끈기 있게 치료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급성은 갑작스럽게 생겼다 갑작스레 좋아질 수도 있는 반면, 만성은 오랜 기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다양한 치료제를 사용하고 실패하지 때문에 그만큼 소모적인 부분이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인내심이 중요하고 의학적인 측면에서는 숙주병으로 인한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과, 오랜 기간 다양한 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립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끈기가 중요하다. 만성은 시기와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장기에 따라서 치료 방향이 결정되고 수없이 변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의학적으로 정립된 치료법이 없기도 하고 질환 특성 상 치료가 굉장히 까다롭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이 발생하는 장기가 다양하다고 말씀 주셨는데,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경우 주로 어느 쪽에서 발생하는가?

"혈액암 분야에서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동종면역을 유발하면서 환자의 백혈병을 유발하는 암 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치료의 일환이다. 때문에 공여자의 세포면역체계가 환자 몸 안에서 끝까지 버티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한다.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 몸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동시에 백혈병의 재발률 또한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면 백혈병 환자가 (이식을 했는데) 숙주병이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면 재발률이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공여자 면역세포가 숙주 면역체계를 공격하지 않는다면 치료 목적이 상실되는 것이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봤을 때 숙주병은 어느 정도 발생해야 한다고 보며, 어느 정도 일어나되 심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기대가 있다. 그러니 조혈모세포이식을 해 온 지난 50년 동안 치료법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왔으나, 아직도 완벽하게 정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평생에 걸쳐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급성은 피부, 장, 간 이 세 가지 장기에 가장 빈번하게 호발하고 만성은 전신에 호발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오래 갈수록 면역체계의 우위가 굳어지기 때문에, 피부에서 시작했더라도 전신으로 퍼지게 되는 것이다. 면역반응이 오래될수록 중등도가 심각해지며, 침범하는 장기 범위도 확대돼서 치료도 어려워지게 된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경우 표준 치료법이 따로 정립된 것이 없다고 했는데. 치료제 처방에 어려움은 따로 없나?

"스테로이드는 조혈모세포이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기 이식에도 사용되는 첫 번째 표준치료법이다.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예방법으로도 쓰고, 치료법으로도 쓴다. 스테로이드는 역사가 오래되고 자원도 풍부하기 때문에 가격적인 부담도 적다. 다만, 장기간 노출되고 많은 용량을 투입할 경우 다양한 장기에서 독성을 일으키고 심각한 후유증, 감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코스티코스테로이드를 대체할 만한 치료제가 없어, 코스티코스테로이드 유지요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코스티코스테로이드를 제외하고 다양한 치료제 중 전 세계 학자들이 '코스티코스테로이드만큼 안정적이면서 믿을 만하다'고 동의한 약은 아직까지 없다.

1차, 2차까지 스테이로이드요법을 썼으나, 반응이 없거나 불응성이 생기는 환자들의 경우 2차 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무엇일지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다. 조혈모세포이식 이후 특히 중등도 이상을 넘나드는 만성 이식편대숙주병을 완벽하게 안정화하고, 확실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2차 약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경험적으로 사용하거나 국가나 지역, 의료진별로 경험에 입각해 사용하고 있어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 많은 곳에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로 다양한 신약이 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2차 치료제 상황을 무협소설로 비유하자면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는데, 최근 다양한 제약회사에서 다양한 계열의 약제를 임상시험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임브루비카도 외 다른 A, B, C 등 치료제들은 현재 시험 중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매년 개최되는 학술연구대회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논의하는 장이 있는데, 여기에서 최근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몇 가지 치료제 중 하나가 임브루비카다. 임브루비카가 절대적인 약은 아니지만 최근 개발된 신약 중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로 가능성을 보였고, 상당 부분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일상에서 임상에서 사용해보고 있는 단계다."

 

만성 질환의 특성상 경구용 약제가 중요할 것 같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 특성상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외래를 다니면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먹는 약이 당연히 좋다. 따라서 최근 개발되고 있는 몇 가지 약제 대부분이 경구용 약제다. 그리고 인간의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데, 다양한 면역체를 다 조절하는 한 가지의 약은 이 세상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면역억제 조절제가 다양화될 수밖에 없다. A, B, C 등 각각의 약제가 각각 작용하는 기전이 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임브루비카도 다른 약제들이 다루지 못하는 부분에서 작용하는 것이고, 또 경구용 약제이기 때문에 복용 순응도와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독성'이다. 효능도 중요하지만 독성이 심각하면 안 되기 때문에, 독성 프로파일도 여태 썼던 다른 약과 비교해서 좀 더 탁월하면 좋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독성 등 안전성은 어떤가?

"코스티코스테로이드는 약 값도 싸고, 주사제와 경구제 모두 양립해 표준 치료제로 장점이 있어 1차, 2차 단독 및 병용 치료제로 쓰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독성이 있어 감염증을 높인다는 것이 단점이다. 또 면역기능을 자꾸 악화시키기 때문에 이차성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빈번하게는 뼈, 관절을 악화시키는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고, 심각하지 않더라도 환자 삶의 질을 상당히 떨어뜨리는 독성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결국 새로운 신약들은 독성 부작용 부분에서도 많은 부분 개선돼야 한다.

또 한편으로 효능은 좋으면서 가격도 부담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 및 사용에도 어려움이 있다. 즉, 효능은 좋되 독성 부작용은 적고 동시에 가격도 부담이 없어야 하고 환자가 순응할 수 있는 제형을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개발되고 있는 경구용 신약들이 전통적인 치료제보다는 가격적인 측면을 빼면 상당한 장점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자체는 흔히 조혈모세포이식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 이식을 하는 모든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신장, 폐, 간, 각막 등 앞으로 미래에도 굉장히 다양한 장기이식을 하게 될 텐데 그런 이식에서의 필수적인 합병증이다.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것은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명이다.

면역억제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약제들을 책임감을 가지고 잘 개발하길 바란다. 또 만성 이식편대숙주병은 증상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심각한 후유증으로 환자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물론 백혈병, 골수종, 림프종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하면서 발생하는 심각한 후유증, 합병증도 함께 치료해 환자가 보다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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