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환자와 만나다]
RSA와 경평면제 제도는 희귀질환 접근성을 높일까?

“생사 기로에 놓인 상황은 모두 같은데, 전체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소외 받는 현실에 또 한번 마음을 다치기도 해요.”(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

“한국에 들어온 글로벌 제약회사의 중요한 역할은 중증·희귀질환 환우들이 하루라도 빨리 신약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글로벌 제약회사 약가 담당자)

 

오늘(5월 23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솔직히 'OO질환 극복의 날'이라고 보내주는 보도자료를 제약회사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행사라고 치부하며, 기계적으로 '복붙(ctrl+c, ctrl+v)'했던 적도 꽤 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23일 희귀질환 극복의 날 행사에서 만난 희귀질환 환우들과 이들을 위해 한 마음으로 준비한 한국애브비, 한국화이자제약, 사노피를 보며, 개념 없었던 행동을 반성한 적이 있다.

이런저런 핑계로 희귀질환에 관심이 희미할 때 즈음, 제약회사로부터 희귀질환 환우들이 겪는 어려움을 들었다. 백진영 대표의 말처럼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그들의 목소리는 정부에 제대로 가 닿지 않는 듯 했다. 또 어느 글로벌 약가 담당자가 자신들의 역할은 희귀질환 환우들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지만, 정책적 한계는 여전해 보였다.

실제로 지난 15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양윤석 보건복지부 신임 보험약제과장, 동석한 최경호 사무관은 약제 재평가로 절감된 재정을 중증 및 희귀질환 약제에 사용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을 내 놓으며, 별다른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3월 23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과 '신약 등 협상대상 약제의 세부평가기준 개정안'을 공개하고 6월 11일까지 80일간 의견조회에 나섰다. 이번 개편안에는 위험분담제(RSA)에 후발약제, 경평면제 약제, 3상 조건부 허가약을 대상에 추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RSA와 경제성평가 면제 제도 모두에서 소외받는 양상을 보인다.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정책에서 소외를 받고 있지만, 정작 희귀질환의 경우 3대 중증질환인 암, 심장질환, 뇌 질환과 달리 사보험이 전무해 환자들이 국가건강보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희귀질환 환자들의 보장성 강화와 신속한 신약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RSA 도입 이후 최근까지 약 6년간 위험분담제를 통해 급여 등재를 신청한 희귀질환 치료제 14개 중 급여 등재에 성공한 것은 3개에 불과하다. 경평 면제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희귀질환은 워낙 환자 수가 적어 환자 임상자료가 제한적이고, 자료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가 어려워 경제성평가 수행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제약회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희귀질환 치료제가 있더라도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대체재가 없는 약제의 경우, 위약과 비교하게 됨으로써 비용 차이가 크고, 효과 차이가 클수록 이로 인해 더 오랜 기간 투여 받게 됨으로써 오히려 역설적으로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렵다.

제약회사 관계자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허가나 급여 문제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희귀질환에 있어서, '경제성' 논리 아래 다른 질환과 같은 기준으로 치료제 접근성을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물론 이번 개편안의 경평면제 제도에는 국가필수의약품 중 경제성평가가 어려운 항생제, 결핵치료제, 응급해독제가 적용대상에 추가됐다. 경평면제 적용 기준을 완화했으나, 정작 경평면제의 가장 주요한 요건이었던 희귀질환 치료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번 개편으로 RSA에 경평면제 약제가 포함되면서, 경평면제 약제는 총액제한형에 추가로 환급형까지 적용될 수 있게 됐다. 약제가 적정약가로 책정될 경우에는 환급형 적용 없이 총액제한형만 적용한다는 예외가 있지만, 경평면제 약제는 기본적으로 실제가를 A7 최저가에 준해 설정된다. 그런데 여기에 환급형까지 추가로 적용해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과도한 '중복약가'가 아니냐는 게 업계 지적이다.

결국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이 관건이다. 스트렌식과 오페브 급여 사례에서 볼 수 있었듯, 이들 치료제가 급여가 되기까지는 4년의 시간이 걸렸다. 희귀질환은 질환의 특성상 다른 치료 대안이 없고, 기대 여명이 낮기에 하루라도 빨리 급여가 진행돼야 환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RSA와 경평면제 제도의 본래 취지인 중증희귀 질환 환자의 접근성 높일 수 있는 약가 개편안이 발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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