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조현병 환자들, 사회적 시선에 고통 …치료 시 일상 생활 문제 없어"
"1~2개월 간격, 체내 농도 유지·환자 모니터링 관리 측면에서 적절"

환각, 망상, 환청 등 정신과적 증상을 동반하는 조현병은 적절한 치료제 선택뿐 아니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약효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도파민 수용체 차단제를 기반으로 한 경구용 약제가 주로 사용돼 왔으나, 약물 농도 유지가 어렵고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장기지속형 주사제(LAI)가 주목받고 있으며, 1~2개월 간격으로 투여하는 제제가 시판돼 경구 약물을 점차 대체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아리피프라졸 성분의 1개월 제제 '아빌리파이메인테나'와 2개월 제제 '아빌리파이아심투파이'가 있으며, 일정한 체내 약물 농도 유지와 복약 편의성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경구 항정신병 약물 복용 환자를 아빌리파이메인테나로 전환했을 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MAESTRO'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히트뉴스는 조현병 분야를 30년간 연구해온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를 만나 조현병의 특성과 최신 치료 트렌드를 들었다.
학계는 '조현병'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조현병은 기본적으로 뇌 신경 세포의 연결에 문제가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 결과 인지기능과 행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조리가 없는 충동적 행동, 망상과 같은 비현실적인 생각, 엉뚱한 소리 등을 하게 됩니다.
정상인은 청각, 시각 촉각, 후각, 미각 등 5개의 감각 기능을 통해 인지합니다. 하지만, 이 감각에 문제가 생길 시 환각을 보거나, 환청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의학 교과서에서는 환각과 망상 중 한 가지 이상을 가지고, 나머지 세 감각 중 일부 문제가 발생한 경우 조현병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는 양성적 증상이 있는 반면, 드러나지 않는 음성적 증상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 둔해 있거나, 말이 없거나, 대인관계를 안하고, 혼자 지내기 좋아하는 등이 음성적 증상에 해당합니다. 이 세 가지 중에 1~2가지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조현병을 의심합니다."
국내 조현병 환자 현황, 어떤가요?
"학계에서는 조현병 평생 유병률을 1%로 보고 있습니다. 즉, 이론적으로 우리나라 5000만명 중 50만명이 평생동안 조현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현재 만성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한 7~8만명 정도입니다. 대학병원 등 여러 병원에서 외래 치료하는 환자를 다 합치면 20만명 정도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즉 증상이 있는데도 자각하지 못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환자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조현병의 사회적 인식이 그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환자들은 어떤 점을 어렵다고 느끼나요?
"사회적인 시선이 가장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사회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한 5~10년 전만 해도 조현병을 정신분열증이라고 칭하며 환자들을 사회적으로 배척했습니다. 특정 살인사건이나, 무차별 폭행 사건 등에서 조현병 환자가 범인인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를 마치 모든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낙인이 찍혔습니다.
다만 실제로 조현병의 정도는 환자마다 다르고, 겉으로 전혀 티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지 증상이 심해지면 치료를 하면 됩니다. 외국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치료 경과를 보면, 1/3은 병이 생겼을 때 치료 후 좋아지고, 1/3은 계속 약을 유지한다면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극단적인 경우는 극히 일부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현병 치료, 어떻게 하나요?
"조현병은 기본적으로 유전 혹은 가족적 영향이 2/3, 나머지 1/3이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즉, 약물 등 생물학적인 치료와 동시에 외부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도 함께 관리해줘야 합니다. 물론 급성으로 발병하는 경우 약물 치료가 무조건 우선 시 되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직업적, 활동적 재활도 함께 이뤄집니다.
약물 치료제는 도파민 활성도를 떨어뜨리는 약이 사용돼 왔습니다. 조현병 환자들은 도파민 활성도가 높아져 있는데, 이 작용을 저하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약제들을 1세대 항정신성약물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이 약제들은 조현병 외 다른 도파민 작용 경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구부정한 자세, 침흘림, 무표정 등 누가 봐도 약물을 복용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파킨슨병과 유사한 운동 장애가 나타나고, 프로락틴 수치간 높아져 월경 중단과 젖 분비 등 이상반응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 부작용들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2세대 항정신병약물이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관련 제제들입니다. 다만 체중이 급격히 찌고, 대사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개발돼 최근 사용되는 3세대 약물이 아리피프라졸 성분 제제입니다. 기존 2세대 약물이 완전히 도파민과의 신호 전달을 차단했다면, 아리피프라졸은 도파민 수용체와 도파민 간 결합의 문을 살짝 열어주는 형태로 작용합니다. 즉, 부분적으로 작용은 일어나게 해 조현병 외에 관여하는 신호 전달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부작용은 줄이면서 항정신병 효과는 유지할 수 있습니다."
치료 목표를 알고 싶습니다.
"치료의 목표는 결국 환자가 완전히 회복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환자는 여러 약을 써도 좀처럼 호전되지 않기에, 환자별로 가장 잘 맞는 약을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만약 여러 약물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클로자핀 성분 제제를 사용하거나 전기충격요법(ECT) 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종종 이 모든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대안이 존재하지 않아 최근에는 해외에서 수술적 접근 등 새로운 치료를 시도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사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치료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조현병 환자들은 치료를 받다가, 도중에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면 본인이 좋아졌기 때문에 더 이상 왜 계속 약을 먹어야 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재발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사건∙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복약 편의성과 지속성이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아리피프라졸도 초기에는 1일 1회 경구제로 개발됐습니다. 근데 문제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와 같은 만성질환자들도 매일 약물을 복용하는 걸 깜빡하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현병 환자들은 얼마나 이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냐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약을 처방받아서 잘 복용하고 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렇다 보면 좋아졌던 병세가 다시 재발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초기에 비해 경과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더불어 경구제는 농도가 복용 시 확 높아졌다가, 일정 시간 후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렇게 체내 농도 변화가 급격할 경우에도 재발 위험이 존재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는 동일 성분의 장기지속형 주사제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약제는 한 번 투여 받으면, 약물이 근육 내에 있다가 서서히 혈중으로 분비돼 꾸준히 체내 농도를 유지시켜 줍니다. 현재는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 번 투여 받는 장기주사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타 성분이지만, 현재 3, 6개월 간격 제제도 시판 중입니다.
투여 간격이 길어질수록 무조건 좋다고 생각해도 되나요?
"의료진의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한 두 달 정도의 간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투여 간격이 길다고 중요한 것이 아닌 게, 약물 외에도 재발에 영향을 주는 인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6개월은 너무 길다는 입장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니터링 해주는 게 가장 좋을 것이고, 굉장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환자라면 두 달에 한 번도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3개월에 한 번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기존 경구 약제와 아리피프라졸 장기주사제 전환 관련
안전성 연구를 총괄하셨는데, 어떤 연구였나요?
"이미 한 달에 한 번 맞는 아빌리파이메인테나(성분 아리피프라졸)의 유효성과 부작용은 연구를 통해 입증돼 있었습니다. 아리피프라졸 경구제를 주사제로 바꾸었을 때의 안전성도 확인이 됐죠.
다만, 타 성분의 경구제를 사용하다가 아빌리파이메인테나로 바꾸었을 때의 안전성을 확인한 연구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에 국내 27개 연구 기관이 참여해 'MAESTRO'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한 그룹(그룹1)은 아리피프라졸 경구제+아빌리파이메인테나를 2주간 병용하다가 아빌리파이메인테나 단독으로 바꾸었고, 다른 그룹(그룹2)은 아리피프라졸 외 경구제 내약성 확보 환자에게 아리피프라졸 경구제를 2주간 투여 그리고 그 후 아빌리파이메인테나로 바꿨습니다.
20주 동안 환자들에게 보이는 증상을 확인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 차이도 없었습니다. 일부 불면증을 보이는 사람이 있었지만, 몇일 내에 좋아졌습니다. 일부 정신병적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보고됐지만, 통계적으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근 2개월 제제인 '아빌리파이아심투파이'가 허가됐습니다.
어느 정도의 사용을 보이고 있나요?

"저는 현재 수 십 명정도 환자에게 쓰고 있습니다. 기존 한 달 간격 약제를 사용하던 환자들을 아빌리파이아심투파이로 교체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럼에도 별다른 차이는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좀 더 편해하고, 8주 째에 약효가 떨어지는 것이 우려되는 사람은 조금 앞당겨서 맞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대개 안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외래에 오는 환자들도 아빌리파이아심투파이를 투여한 뒤, 환청이 많이 줄어들었거나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다른 약제를 썼을 땐 안절부절한 느낌이 있었는 데 약제를 바꾸고 그 정도가 줄었다고 얘기합니다. 또, 약으로 매일 먹어야 하다가, 주사제로 몇 달에 한 번만 오면 되니 편하다고도 얘기합니다."
사회적 인식을 포함해 조현병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학회 차원에서는 조현병 환자들의 치료 지속을 위한 정부 차원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은 환자와 가족들이 모든 책임을 지고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경우, 가족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장기적인 치료로 이어지기 힘듭니다.
급성 치료 이후 유지 치료, 재발을 막기 위한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지금은 환자들이 외래 진료를 받다가 오지 않으면, 이를 추적할 수가 없습니다. 가령 호주의 경우, '소셜라이즈드 시스템(socialized system)', 즉 사회 통합형 정신건강 관리체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 체계 내에서 전문가들은 각 환자를 모니터링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적절히 마련하고, 환자들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사용을 독려한다면 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장기지속형 주사제 처방 비율이 10%가 좀 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스페인과 같은 국가는 40% 정도까지 처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에서 장기지속형 치료제의 처방 관련 지원을 확대했으면 합니다. 이전에 다국적 제약사와 조사를 진행해보니, 조현병 재발 시 입원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약 7~8배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그것이 결국 전체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길이란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이 힘든 상황에도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환자들이 치료가 잘 됐으면 좋겠지만, 잘 안 되는 분들도 많이 봅니다. 아마 환자와 가족들은 더 답답하고 힘든 마음일 것입니다. 치료 효과가 없다고 실망을 해서 너무 빨리 치료를 중간에 포기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확실한 건 꾸준히 약을 먹고, 치료를 이어가다 보면 조금씩 좋아지는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조급해하시지 마시고 호전을 보일 때까지 견디고, 치료를 이어 가셔야 합니다.
정신질환은 다른 질환처럼 수술로 즉각적인 결과를 볼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최근 좋은 약들이 점차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시면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