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비만약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 본격 가동...오픈 이노베이션 확대
서정진 회장 "R&D 1조원 투자할 것... 글로벌 빅파마와 어깨 나란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해 온 셀트리온이 신약 개발 회사로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비만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자체 개발을 넘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으로 후배 기업을 육성하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상생 전략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19일 진행된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미래 성장 전략을 구체화했다. 서 회장은 특히 "신약개발에 있어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부분도 있지만, 많은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후보물질을 계속 찾아야 한다"며 외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 생태계 구축

앞서 서 회장은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민관 합동회의에서도 현재 5000억 원 규모로 운영 중인 바이오 스타트업 펀드를 1조 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유망한 기술을 가진 바이오텍에 투자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동시에 국내 바이오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앞으로 회사가 직접 하지 않는 것들은 투자를 해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현재 5000억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바이오 펀드를 일조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정부에 약속했고, 현재 사업계획도 그와 같은 방향으로 잡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후배 기업을 키우는 효과도 있고, 또 내부에 없는 아이디어를 (외부 기업과)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아주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가적으로도,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ADC·다중항체 플랫폼 확장...라이선스 인으로 기술력 확보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 전략은 ADC 분야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19일 국내 ADC 신약 개발사 트리오어와 기술실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으로 회사는 트리오어의 플랫폼 기술인 'TROCAD'를 활용해 최대 6개 타깃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이는 지난 2022년 피노바이오와 계약에 이은 두 번째 ADC 분야 협력이다.

현재 셀트리온은 피노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고형암 타깃 ADC 치료제 CT-P70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CT-P70은 기존 약물 대비 혈액 내 안전성을 높이고 항암 효력을 강화한 차세대 페이로드 PBX-7016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방광암을 타깃으로 하는 CT-P71 등 다수의 파이프라인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셀트리온은 이처럼 라이선스-인 방식을 통해 도입한 플랫폼 기술을 적극 활용해 신약 개발의 '퀀텀 점프'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현재 파이프라인에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확보한 FcRn(태아 Fc 수용체) 타깃 물질을 비롯해 삼중항체, 공간전사체 플랫폼 기반의 후보물질 5종도 포함돼 있다. 플랫폼 기술 특성상 하나의 물질에서 수십, 수백 가지 신약으로 확장이 가능한 만큼 기술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바탕으로 셀트리온은 파이프라인을 대폭 확대한다. ADC 및 다중항체 신약은 2025년 임상 단계에 돌입하는 4종을 포함해 총 10종 이상으로 늘어나며, 2027년에는 임상 단계 10종을 포함한 총 20종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비만 치료제도 진출...경구용 4중 작용제로 승부

회사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셀트리온은 주사제 위주의 기존 시장을 넘어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4중 작용제 CT-G32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나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등 주요 비만 치료제들이 단일 혹은 이중 작용제인 반면, 셀트리온은 4중 타깃이 동시에 작용하는 기전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목표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되는 근손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지방 분해를 촉진해 체중 감소율을 최대 25%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비반응률 역시 5% 이하로 낮추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셀트리온은 현재 글로벌 경쟁 제품 대비 효능이 높은 후보물질을 선별해 동물 효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026년 허가용 전임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경구용 제형이라는 편의성과 강력한 효능을 앞세워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퀀텀 점프'를 준비하고 있다.

 

R&D 투자 1조원 약속...글로벌 톱티어 도약

회사는 이러한 신약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대폭 늘린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전문업체에서 벗어나 신약 분야에서도 강한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연간 6000억원을 R&D에 투입해왔는데, 내년부터는 8000억원정도가 될 것"이라며 "후년쯤 되면 R&D 비용이 1조원을 넘을 텐데, 이는 글로벌 상위 제약기업들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단순히 기업의 덩치만 키우는 것을 넘어 유망한 후배 기업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하겠다는 '상생'과 '동행'을 내세우고 있다. 회사가 약속한 1조원 규모 펀드는 이러한 바이오 생태계 조성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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