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2025 바이오헬스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 개최
베링거·릴리·노보…자금 지원 넘어선 파트너십 전략

글로벌 제약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히 기술을 사들이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단계를 넘어, 한국 바이오텍을 '함께 성장할 동반자'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유한양행과 존슨앤드존슨의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성공 사례로 자리잡으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두 번째 렉라자'를 찾기 위한 협력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12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2025 바이오헬스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에서 베링거인겔하임,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가 각각의 파트너십 전략을 공개했다. 이들은 자금 지원을 넘어, 국내 바이오텍이 글로벌 파이프라인에 편입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과학'만 보는 베링거, 독립성 보장한 벤처펀드 전략
베링거인겔하임은 국내 바이오텍에게 '과학이 곧 힘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베링거인겔하임의 벤처펀드 'BIVF(Boehringer Ingelheim Venture Fund)'는 바이오 파이프라인 도입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이는 초기 연구 단계에 있는 기업에 투자한 후 최종적으로 해당 기업을 베링거인겔하임의의 연구 조직 일부로 편입시켜 R&D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BIVF는 투자 분야를 종양학, 면역학, 자가면역질환 등 첨단 분야로 한정하며, First-in-class 타깃, First-in-class 모달리티, 새로운 분자 메커니즘이라는 세 가지 과학적 독창성만을 요구한다. 약물 재용도화처럼 이미 알려진 접근법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발표를 맡은 Kathryn Liu 투자 총괄은 "BIVF의 가장 매력적인 조건은 'Exit의 주도권 보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파트너십을 통해 최대 2500만 달러까지 투자하면서도, 경영진의 독립적인 성장을 위해 단 하나의 이사회 의결권만을 요구하며, 독점 인수권이나 우선권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유연성은 바이오텍이 BIVF가 제공하는 자본과 글로벌 멘토링을 활용하면서도, 최종적으로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파트너에게 매각하거나 상장(IPO)을 추진할 수 있는 협상력과 자유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BIVF는 과학적 데이터가 확실한 전임상 단계 기업에게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릴리 'Catalyze 360', 글로벌 수준 개발 환경 '통째로' 지원
릴리의 파트너링 플랫폼은 단순히 자본을 투입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수준의 개발 시스템을 한 번에 제공한다. 릴리는 신제품의 50% 이상을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Catalyze 360이라는 통합 파트너링 플랫폼에 담았다. 이 프로그램은 세 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되어 기업이 필요한 지원 역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Catalyze 360은 세 가지 축으로 국내 기업의 개발 공백을 메운다. 먼저 'Lilly Ventures'는 지난 5년간 2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직접 지분 투자를 통해 재무적 안정성을 제공했다. 'Lilly Gateway Labs'은 샌프란시스코, 상하이 등의 인큐베이터 모델을 통해, 기업이 자체 인프라 없이도 글로벌 공동 연구 환경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Explore R&D'는 디스커버리 단계부터 IND(임상시험계획) 승인까지 자산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원스톱 R&D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개발 역량과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기업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파이프라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Gurkeerat Singh 릴리벤처스 VP는 "릴리는 바이오텍 산업의 위험성을 인지하며, 투명하고 진실한 소통을 통해 최고 수준의 역량을 제공하여 과학을 현실화하고 성공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 철학으로 삼는다"며 "한국 바이오텍은 릴리의 통합 플랫폼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는 글로벌 경로를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보, "당뇨, 비만 등 핵심 질환 집중"
노보 노디스크는 전 세계 인슐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며 4천만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Jenny Yang 외부 혁신 총괄은 "노보에게 파트너십은 회사 DNA의 핵심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글로벌 사업개발 조직은 지난 6년간 150개 이상의 다양한 거래를 성사시켰고, 110개 이상의 협력 중 50% 이상이 파이프라인 개발로 이어졌다. 이 조직은 코펜하겐 본사를 비롯해 보스턴, 중국, 샌디에이고 등 5개 지역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로 구성돼 있다.
Jenny 총괄은 "노보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명확한 치료 영역에의 집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당뇨병, 비만 및 관련 합병증이 핵심이며, 혈우병 분야에서 50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희귀 혈액 질환과 희귀 내분비 질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백질과 생물학적 제제가 핵심 역량이지만, 소분자, 핵산 치료법, 유전자 치료법 등 다양한 모달리티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