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자 '늘(Neul)'과 함께 떠나는 세계 여행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는 '해방감'을 준다. 업무와 출장으로 늘 바쁜 삶 가운데서도 잠깐의 휴식으로 찰나의 여유를 즐길 수는 없을까? 반복되는 '일'과 '공부'의 굴레에서 벗어나 짬짬이 자유여행자 '늘(Neul)'이 소개하는 세계 속 숨은 명소를 따라가 보자. 편집자.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시간이 새롭게 시작된다. 두바이라는 도시도 마찬가지다. 위쪽 유리구슬에는 첨단의 미래가, 아래쪽에는 사막의 유산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리고 그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모래알처럼, 과거와 미래가 한순간에 뒤섞인다. 아침 해가 떠 오르면 유리와 철강의 숲이 황금빛으로 변하고, 저녁이 되면 천년의 바람이 불러온 아라비아의 이야기가 네온사인 사이로 스며든다. 시간의 두 극점이 만나는 두바이에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다섯 곳을 소개한다.
 

구름을 뚫고 닿는 미래의 시작점,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부르즈 할리파 (출처 : 두바이 관광청(DTCM), © Karl Shakur)
부르즈 할리파 (출처 : 두바이 관광청(DTCM), © Karl Shakur)

사막에서 자란 바벨탑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부르즈 할리파는 높이 828m로 세계 최고층 건축물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24층과 148층 전망대에서는 두바이 전체를 발아래 내려다볼 수 있으며, 맑은 날에는 페르시아만의 수평선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낮에는 현대 도시의 기하학적 질서를, 황혼 무렵에는 붉은 사막과 금빛 마천루가 어우러진 장관을 목격하게 된다. 매일 저녁 펼쳐지는 두바이 파운틴 쇼는 음악과 함께 춤추는 물줄기로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여기서 바라보는 두바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미래의 첫 페이지 같다.

시간이 멈춘 골목의 속삭임 

알 파히디 문화지구(Al Fahidi Cultural Neighbourhood)

유리탑들 사이에도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 있다. 알 파히디 문화지구는 19세기 두바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 보물이다. 산호와 석회암으로 지어진 전통 가옥들, 사각형 바람탑(Wind Tower)들이 옛 아라비아 상인들의 삶을 들려준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두바이 박물관, 커피 박물관, 전통 공예품 상점들과 마주하게 된다. 근처 금시장(Gold Souk)에서는 향신료와 유향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며, 상인들의 구성진 흥정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이곳에서는 두바이가 국제적 허브가 되기 전, 소박했던 어촌 마을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알 파히디 문화지구(출처 : 두바이 관광청(DTCM))
알 파히디 문화지구(출처 : 두바이 관광청(DTCM))

 

내일을 미리 경험하는 시간 여행, 
두바이 미래 박물관(Museum of the Future)

타원형 고리 같은 건축물이 하늘에 걸려 있다. 두바이 미래 박물관은 2022년 개관한 세계 최고의 미래 체험 공간으로, 독특한 토러스(torus) 형태의 외관만으로도 방문객들을 압도한다. 건물 외벽에는 아랍어로 쓰인 미래에 대한 시 구절들이 조각되어 있어, 예술과 기술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7개 층으로 구성된 내부에서는 2071년의 두바이를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전시가 펼쳐진다. 우주 정거장에서의 생활, 아마존 열대우림 복원 프로젝트,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일상 등을 실제 처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DNA 라이브러리와 바이오 엔지니어링 실험실에서는 미래 과학 기술의 가능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어, 의학계 종사자들에게 특별한 영감을 제공한다.

미래 박물관(출처 : 두바이 관광청(DTCM))
미래 박물관(출처 : 두바이 관광청(DTCM))

 

사막에서 피어난 럭셔리의 극치,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

버즈 알 아랍(출처 : 두바이 관광청(DTCM)
버즈 알 아랍(출처 : 두바이 관광청(DTCM)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돛배가 있다. 버즈 알 아랍은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로, 아라비아 전통 선박 다우의 돛을 모티브로 한 독창적인 외관으로 두바이의 상징이 되었다. 인공섬 위에 세워진 이 호텔은 객실 이용객이나 레스토랑 예약 고객만 출입할 수 있어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내부는 금박과 대리석으로 치장된 아랍 왕궁의 화려함을 재현하며,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아트리움은 방문객들을 압도한다. 밤이 되면 건물 전체를 감싸는 LED 조명쇼가 펼쳐져, 바다 위의 보석처럼 빛을 발한다.
 

인간이 빚어낸 기적의 섬,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야자수 한 그루가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팜 주메이라는 야자수 모양으로 설계된 인공섬으로, 21세기 건설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섬 전체에 고급 리조트와 주거시설, 엔터테인먼트 시설들이 들어서 있어 하나의 독립된 도시 같은 느낌을 준다.

높이 240m의 전망대 '더 뷰 앳 더 팜(The View at The Palm)'에서는 아라비아만과 두바이 시내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섬을 가로지르는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마치 미래 소설 속 도시를 탐험하는 듯한 신비로운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몰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하게 만든다. 인간의 상상력이 현실이 된 순간을 목격하는 곳이다.

팜 주메이라(출처 : 두바이 관광청 (DTCM))
팜 주메이라(출처 : 두바이 관광청 (DTCM))

두바이는 모래시계처럼 시간의 양면을 품고 있는 도시다. 사막의 고요한 기억과 미래로 향하는 역동적 에너지가 한 공간에서 끊임없이 순환한다. 천년 된 바람이 불러오는 아랍의 전설과 2071년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미래 박물관의 비전이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한다.

업무 출장이나 학회 참석차 마련된 짧은 일정이라도 이 독특한 시공간에서 느끼는 감각적 체험은 오래도록 선명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모래시계 속 미래 도시, 두바이-당신이 다음에 뒤집어볼 시간의 모래시계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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