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자 '늘(Neul)'과 함께 떠나는 세계 여행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는 '해방감'을 준다. 업무와 출장으로 늘 바쁜 삶 가운데서도 잠깐의 휴식으로 찰나의 여유를 즐길 수는 없을까? 반복되는 '일'과 '공부'의 굴레에서 벗어나 짬짬이 자유여행자 '늘(Neul)'이 소개하는 세계 속 숨은 명소를 따라가 보자. <편집자 주>
어린 시절엔 동화 속 이야기들을 아무 의심 없이 믿었다. 깊고 푸른 바닷속 인어공주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신의 목소리와 두 다리를 바꿔 육지로 달려 나왔다. 어린아이들은 엉터리 재단사들에게 속아 벌거벗은 채로 시가를 행진하던 임금님을 보고 깔깔대며 웃었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며 선명한 현실 속 상상은 저만치 흐릿해졌지만, 우리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동심'이라는 이름의 조그마한 방 하나가 남아 있다.
덴마크는 바로 그 방의 문을 조용히 열어주는 공간이다. 잊고 있던 동화 속 설렘과 감동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면, 안데르센(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1805~1875)의 발자취를 따라 덴마크의 세 도시를 천천히 걸어보자. 그 길 위에서 아이였던 자신과 마주해 보길 기대하면서.
코펜하겐 : 동화의 무대가 된 일상

덴마크의 수도이자 북유럽 감성이 녹아든 도시. 안데르센이 생의 대부분을 보냈으며, 그의 작품 세계가 일상에 녹아 있다.
ㆍ인어공주 동상 : 조용한 항구 끝에 자리한 작은 조각상. 안데르센의 대표 동화를 상징하며, 코펜하겐을 찾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ㆍ티볼리 공원 : 180년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놀이공원. 안데르센이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썼고, 월트 디즈니도 디즈니 랜드를 위해 방문했던 곳으로 낮에는 꽃과 회전목마, 밤에는 조명이 빛나는 마법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ㆍ뉘하운 운하 : '새로운 항구'라는 의미의 뉘하운은 알록달록한 건물들과 보트가 늘어서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안데르센이 실제로 살았던 67번지 건물은 여전히 운하를 바라보며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덴세 : 안데르센의 고향에서 만나는 동심

북유럽 신화 오딘에서 비롯된 이 작은 도시 오덴세는 안데르센이 태어난 곳이다. 한 편의 동화처럼 구성된 구시가지와 감각적으로 재탄생한 박물관이 인상적이다.
ㆍ안데르센 박물관 : 1908년 안데르센에게 헌정된 박물관으로 한 인물의 초상, 그의 내면, 작품세계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 빛과 소리,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동화 속을 실제로 걷는 듯한 체험이 가능하다.
ㆍ안데르센 생가 : 박물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붉은 지붕의 작은 집. 안데르센이 태어난 그 자리를 그대로 보존해 두었으며 동화의 시작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ㆍ오덴세 구시가지 : 자갈길과 인형 같은 집들이 이어지는 이곳은 마치 19세기 유럽의 작은 마을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헬싱외르 : 셰익스피어와 동화가 만나는 성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 바다를 마주한 이 곳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햄릿의 무대이기도 한 크론보르 성이 있다.
ㆍ크론보르 성 :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배경으로 유명한 성이다. 웅장한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과 탑, 지하 감옥까지 탐험할 수 있으며 성 위에서 스웨덴을 마주 보는 전망이 인상적이다. 동화 속 왕국과 연극 무대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ㆍM/S 해양 박물관 : 헬싱외르 조선소였던 자리를 그대로 살려 배의 갑판 같은 느낌을 주는 독특한 구조의 공간으로, 덴마크의 해양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덴마크의 도시는 작지만, 감성의 결이 섬세하다. 코펜하겐의 도시적 세련미, 오덴세의 순수한 동심, 그리고 햄릿 성이 전해주는 고요한 통찰까지, 세 도시를 천천히 걸으며 잠시 잊고 있던 동심을 다시 꺼내 보자. 그 길 위에서, 어른이 된 자신에게 따뜻한 동화를 건네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