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한국임상개발협회 임윤희 회장, 이소라ㆍ류지화 부회장

"국내 신약개발 역량 강화 목표, 학술ㆍ교육ㆍ정책 제안 활동 수행"
"한국은 임상시험 글로벌 허브, 정부-업계와 개선 방안 지속 논의"

신약 개발의 필수 과정인 임상시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국임상개발협회(Korea Clinical Development Association, KCDA)'가 국내 임상 종사자 역량 강화와 제도 개선을 위한 교두보로 나섰다.

한국임상개발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사단법인으로, 임상시험 종사자 교육과 글로벌 동향·산업계 애로사항 수집, 정부 및 규제기관과의 정책 논의를 수행한다. 또한 국내외 제약바이오 단체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단체명을 '한국임상개발연구회'에서 '한국임상개발협회'로 변경하며, 보다 전문적인 임상개발 생태계 조성과 역할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히트뉴스는 한국임상개발협회 회장단을 맡고 있는 임윤희 회장(한국로슈 임상 오퍼레이션 포트폴리오 리더), 류지화 부회장(SK바이오사이언스 개발본부장) 및 이소라 부회장(시네오스 헬스 코리아 대표)을 만나, 협회의 역할과 비전, 주요 사업 내용 그리고 향후 추진 방향을 들었다. 

 

한국임상개발협회는 어떤 단체인가요?

(왼쪽부터) 한국임상개발협회 이소라 부회장(시네오스 헬스 코리아 대표), 임윤희 회장(한국로슈 임상 오퍼레이션 포트폴리오 리더), 류지화 부회장(SK바이오사이언스 개발본부장) / 사진=황재선 기자
(왼쪽부터) 한국임상개발협회 이소라 부회장(시네오스 헬스 코리아 대표), 임윤희 회장(한국로슈 임상 오퍼레이션 포트폴리오 리더), 류지화 부회장(SK바이오사이언스 개발본부장) / 사진=황재선 기자

임윤희 회장 = "한국임상개발협회는 임상개발 전 주기를 아우르며, 임상시험 종사자의 전문성 향상과 국내 신약개발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학술, 교육, 정책 제안 활동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협회는 1989년 10월, 국내에 임상시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임상시험모니터요원(CRA, Clinical Research Associate) 직능이 생겨난 시기에, 임상시험 경험 및 정보 교류의 필요성으로 10개의 다국적 회사 임상 담당자들이 모여 임상 연구 그룹(Clinical Research Group)을 결성하면서 시작됐습니다.

1994년 '임상시험연구회(Korean Society for Clinical Trial)'라는 공식 명칭을 갖게 됐고, 1997년 이후 국내사 임상시험 담당자들도 참여하면서 규모와 활동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이후 2011년 보건복지부 산하 사단법인 '한국임상개발연구회(Korea Society for Clinical Development)'로 출범했고, 2013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로 전환돼 제도적 기반을 강화했습니다. 

올해 4월 단체 명칭을 '한국임상개발협회(KCDA)'로 변경해 더욱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임상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한 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회원사와 협회 조직 구성이 궁금합니다.

이소라 부회장 = "협회는 회장 1명, 부회장 2명 체제로, 2년 임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회원사로는 국내외 제약사 및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바이오벤처, 의료기관, 솔루션 기업 등 약 110여 개 업체가 가입돼 있습니다.

회원은 각 개인별로 가입돼 있기 보다는, 기업 차원으로 돼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각 회사의 소속원들도 회원으로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분과 및 위원회에서도 활동할 수 있습니다.

조직 운영은 크게 △회장단 △분과·위원회 △사무국 등 세개의 축으로 구성됩니다. 

회장단은 조직의 비전 및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합니다. 분과위원회는 협회의 싱크탱크이자, 실행 엔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 6개의 분과(임상시험, 임상연구, 데이터 매니지먼트, 임상 퀄리티 매니지먼트, 통계, 약물감시), 4개의 위원회(대관협력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임상정보위원회, 교육위원회)로 구성돼 있습니다. 

저희 협회 회원들은 신약개발 단계의 전주기를 커버하는 전문가들 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약 개발의 실질적인 실행력을 갖춘 전문가들의 협회라고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협회가 추구하는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임윤희 회장 = "우리 단체는 초기 연구회로 시작한 만큼, 네트워킹과 종사자 교육 등 역량 개발에 중심을 맞춰왔습니다. 점차 단체가 성장하면서 2016년도에는 국내 유일 종사자 교육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점점 임상 교육 기관도 많아졌고, 새로운 실무자 중심의 교육에 대한 수요도 생겨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협회는 향후 우리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가야할 지 깊은 논의를 거쳤습니다. 그 결과, 우리 협회는 우리나라 임상시험의 품질을 높이면서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조성하여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더욱 주력하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우리 협회는 식약처의 임상시험 관련 규제 개선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임상시험도 결국 규제 하에서 이뤄지는 활동입니다. 국내외 기업 상관없이 고유의 어려움이 존재하는데, 각 회사별로 식약처와 풀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가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식약처에 전달하고, 논의를 거쳐 규제 개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종의 활동들이 이번 인터뷰를 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단체가 그동안 국내 임상시험 생태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단체에 소속된 회원들도 국내 임상시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다는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가 특정 기업들의 이익을 위한 단체가 아닌, 순수하게 임상 직무 영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임상시험 기회를 제공하며, 국가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협회 주요 사업 영역은 어떻게 되나요?

이소라 부회장 = "주요 사업으로는 △임상시험 종사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 운영 △글로벌 동향 기반의 분과 세미나 및 전략 연구 △정부 및 규제기관과의 정책 협의 △유관 단체와의 네트워크 협력 등이 있으며, 실무 중심의 정책 제안과 전문 인력 양성 △임상시험 품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등이 지속 추진 중에 있습니다."

 

식약처와 파트너십을 강조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추진했나요?

임윤희 회장 = "임상시험정책과와 1년에 2~3차례에 걸쳐 정기적인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긴급한 현안이 있을 때는 더 자주 소통하기도 합니다. 

저희 협회에서 회원사들의 애로사항을 설문조사한 뒤 임상정책과에 전달하면, 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식입니다. 일부 수용되는 부분도 있으며, 그럴 수 없다면 왜 그런 지에 대해서 정책과의 답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임상시험 계획서와 관련 자료를 심사하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심사부와 작년부터 소통자리를 마련해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임상정책과와 삼자 미팅을 하기도 합니다. 

식약처와 올해 중요한 협업 요소가 늘었습니다. 국내에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 제도(IND)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해외 규제 기관의 동향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황을 뒤돌아보며, 개선점을 모색하기 위해 국책 과제가 마련됐습니다. 

올해 초부터 저희 협회와 중앙대 약대 김은영 교수(연구 책임자)가 식약처 연구용역과제를 받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해외 국가들의 임상시험 승인 제도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제도와 비교해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제입니다."

 

식약처 외 주로 협력하는 단체는 어떤 곳이죠?

임윤희 한국임상개발협회 회장(앞줄 왼쪽)과 김병수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 회장 /사진=한국임상개발협회
임윤희 한국임상개발협회 회장(앞줄 왼쪽)과 김병수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 회장 /사진=한국임상개발협회

임윤희 회장 = "현재 다양한 직능단체, 관련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협력 단체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이 있습니다. 저희 협회 회장이 재단의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현재 '스마트 임상시험 신기술 개발 연구사업단'에서 분산형 임상시험(DCT) 관련 연구 진행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규제과학센터와는 작년 7월 협약을 맺고 인재양성 및 정책연구를 위한 업무 협렵을 진행중이고, 글로벌 생명과학 및 의료전문가 전문협회인 '미국약물정보학회(DIA)'와도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단체는 직능 강화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의 연자를 섭외해 활발한 컨퍼런스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우리 단체도 참여해서 한국의 좋은 임상 프로그램들을 알리고,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병원약사회와는 작년 5월부터 협약을 맺고 '임상시험 실시기관 내 임상시험용의약품 관리 선진화 연구' 국책 과제를 함께 수행했습니다.  

또, 지난 4월부터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KAIRB)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는 임상을 진행하기 전 거쳐야 할 관문으로, 임상종사자들과 굉장히 유관되어 있는 조직입니다. 

제출자와 심사자의 관점에서 시각차가 존재했는데, 대화를 진행하다 보니 추구하는 목표는 똑같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바로 임상시험을 윤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한국의 임상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 측면에서 향후 중요한 협력 관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과 사업 분야가 겹친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떤 점에서 차이가 존재할까요?

류지화 부회장 =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산업 지원 사업을 메인으로 하는 것과 달리, 저희 협회는 실무 중심의 지원을 한다는 점이 차이입니다. 교육을 예로 들면, 현업에서 실제 부딪힐 수 있는 실무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을 커리큘럼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서 현재 각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실무자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현업의 어려움을 실제 겪고 있는 실무 전문가들이 임상역량 강화와 발전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협회의 최우선 관심사는?

류지화 부회장 = "아까 회장님께서 말씀해주신 비전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우리나라가 임상개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가 주 관심사입니다.  

IND 제도 도입 후 규제기관과 산업계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임상시험의 수준은 급격히 발전해왔습니다. 자체 신약도 많이 개발됐고, 다국적 제약사에서 개발되는 신약 임상들도 한국에서 많이 유치됐습니다. 임상시험을 많이 실시한 도시에 서울이 1~2위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렇듯 한국은 임상시험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임상 시험 환경도 많이 개선됐고, 연구자들의 수준도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갈수록 신약 개발 경쟁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규제의 유연성과 신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과 호주 등 여러 국가들이 임상 개발 속도를 높여 자국 내 신약 개발을 촉진하고 글로벌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합리적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에 집중하며, 임상개발의 신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최근 개발되는 새로운 플랫폼의 신약들은 창의적인 임상디자인이나 개발 방법론이 요구되기 때문에 더더욱 규제의 유연한 적용이 요구되고, DCT나 여러 디지털/AI 기반의 혁신적 접근이 모두 동원되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희 협회는 이런 산업계의 고민을 식약처에 전달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해 나가고자 소통 중입니다."

 

아직 국내는 임상시험에 대한 부정 인식이 강한 것 같은데,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임윤희 회장 = "식약처의 임상시험 관련 규제 완화가 어려운 배경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국회 국정감사시 임상시험을 통해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심각한 이상반응을 겪고, 사망했는 지가 종종 부각됩니다. 아쉬운 점은 해당 의약품이 사용되는 질환의 특성이나, 의약품과의 인과성, 전 세계 환자들 중 어느 정도 퍼센트에서 발생했는지 등 통계나 맥락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적이 많다는 것입니다 .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당연히 '임상시험은 위험한 것'이라고 인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대의 예로, 덴마크가 있습니다. 덴마크 대표 기업인 노보 노디스크는 국민들의 신뢰가 굉장히 크다고 합니다. 자국민들은 해당 회사가 수행하는 국내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 개발 혜택을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국민의 임상 참여도 굉장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상시험이 리스크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혜택도 상당합니다. 혁신 신약을 필요한 환자들이 먼저 사용할 수 있고, 추후 국내 허가의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질병을 치료할 약제가 없는 상황이 얼마나 두려운 지 느껴봤습니다. 그런 점에서 임상시험의 가치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홈페이지에 임상시험에 참여해서 받는 환자들의 혜택과, 미래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사회적 기여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임상시험의 가치를 알리고,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국민들이 임상시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참여 가능한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충분한 설명을 통해 참여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체계적인 틀이 더 마련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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