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제약 Vol.48 | '건기식인듯 건기식아닌 건기식 같은' 제약사 식품

2주만에 돌아온 <히트뉴스>의 보도자료 분석 코너 '주간제약' 마흔 여덟번째 시간입니다. 공장이 가장 뜨거울 때 휴가를 가던 관행이 현재까지 남아있지만 8월 말에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보도자료는 다른 의미로 뜨거운 제약업계의 '줄타기 제품'의 이야기입니다.
CMG제약(대표 이주형)이 식물성 레티놀 이너뷰티 제품 ‘맛있는 레티놀C 멜팅’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화장품 원료로 주로 사용되는 레티놀을 식품 형태로 섭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레티놀은 콜라겐 생성과 피부 재생을 촉진해 주름 개선, 피부 톤 케어, 탄력 유지 등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원료는 모링가잎에서 추출한 100% 식물성 레티놀로, 1포당 1일 영양성분 기준치 143%에 해당하는 비타민A(레티놀) 1,000㎍을 함유했다. 여기에 영국 DSM사의 프리미엄 비타민C를 25% 함유해 항산화 작용을 강화했다.
또 비타민B6·B12·E, 병풍추출분말, 대나무수액추출분말, 화이트토마토농축추출분말, 밀크세라마이드, 히알루론산, 엘라스틴, 콜라겐 등 다양한 이너뷰티 성분을 배합해 피부 건강 관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올인원 이너뷰티 제품으로 설계했다.
제형은 입에 넣자마자 시원하게 녹는 ‘쿨멜팅’ 분말 형태로, 물 없이도 섭취 가능하다. 상큼한 레몬 맛을 더해 맛있게 즐기면서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다.
'맛있는 레티놀C 멜팅’은 하이퍼마켓인 롯데마트 맥스와 공동기획한 제품으로, 전국 롯데마트 맥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8월 한 달 간 롯데마트 맥스에서 2개입 기획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 CMG제약의 공식 온라인 판매처 ‘CMG건강연구소' 네이버 스토어 등 온라인몰에서도 판매한다.
안국약품은 활력 넘치는 일상을 추구하는 현대인을 위한 'NMN 타임파워'를 새롭게 출시했다고 밝혔다.
'NMN 타임파워'는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며 건강과 생기 있는 삶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이다.
이번에 출시된 'NMN 타임파워'는 미국산 프리미엄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을 주원료로 사용해, 세포 내 에너지 대사에 필수적인 NAD+(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디뉴클레오타이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특히 NMN은 최근 건강관리 분야에서 활력 있는 일상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의 베스트셀러 '노화의 종말(Lifespan)'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성분이다.
'NMN 타임파워'는 Non-GMO 효모발효 유래의 고순도 NMN 효모발효분말이 총 6,000mg 함유되어 있으며 함께 포함된 스페르미딘과 나이아신은 NMN과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더한다. 특히 스페르미딘은 미국 Nutraland사의 쌀에서 추출한 Non-GMO 및 비건 인증 원료를 사용해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
또 프로스틸벤, 레스베라트롤, 퀘르세틴, 베타인 등의 엄선된 부원료 15가지를 배합하여 균형 있는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NMN 타임파워는 엄격히 선별된 프리미엄 원료를 배합해 탄생한 제품으로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 건강과 활력을 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특징을 가만히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들 제품이 소비자에게 관심이 높은 성분을 담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제약사들의 수입원이 된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이라는 점입니다. 예시로 든 CMG제약의 제품은 레티놀을 먹는 형태로 개발했지만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붙어있지 않습니다. 이는 안국약품도 같습니다. 노랫말처럼 '건기식인듯 건기식 아닌 건기식 같은 제품'인 셈입니다.
이같은 전략은 실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회사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애매해진 건강기능식품 관련 규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말입니다.
국내 법령에는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게 하면 안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 '식품 등의 표시 및 광고에 관한 법률'에는 제8조 내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의약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 역시 건강기능식품일 경우 '효과'가 아닌 '~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을 담은' 이라던가, 임상시험 대신 '인체적용시험'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여기에 현행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등과 함께 식약당국의 '건강기능식품 표시 및 광고 심의기준' 고시 등 역시 이같은 내용을 감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일반식품과 건강기능식품 간 오인의 소지가 없도록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업계 현직자들은 그 경계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입니다.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식품 제도 등으로 분야간 중첩 등이 있고 제조사들 역시 법적 테두리 안에서 기능성과 긍정적 이미지를 표현하면서 '선을 넘었는지 아닌지' 등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자사가 표현하지 못하는 표현을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해 홍보하는 사례도 왕왕 존재합니다. 보도자료의 경우 실제 제품의 규제로부터 살짝 빗겨나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기사화가 되면 업체의 책임 소재가 명확화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의약품-건강기능식품-식품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역시 이같은 경계선상의 제품을 출시한 이유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지난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힌 내용을 보면 식약당국은 일반 식품을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비만치료제로 속여 판매한 5개 업체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는 '먹는 위고비', '초강력 식욕억제제' 등의 이름을 달아 체험후기 영상을 올리고 구매 사이트의 주소를 연결하는 식으로 6개월 동안에만 32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320억원 이상을 살 만큼 국내 소비자가 각 제품별 구분이 어렵다는 이야기고, 업체들 역시 이같은 규제 환경 내에서 선을 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빠른 유행 뒤쳐지면 안되는데
느린 출시 대신 '식품' 선공 택했다
다만 여기서 이번 사례가 과연 제약업계가 '매출에만 몰두해 돈을 벌려고 이런 난리를 피우느냐'라는 지적으로 바로 연결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제약업계만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의 고민이 숨어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유행에 민감하고 복용층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분야입니다. 실제 2024년 11월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전국 6700가구를 패널로 조사한 시장현황 및 소비자실태에서 건기식 주소비층은 2022년 51세 이상에서 2024년 10세 이하 아동 및 20~40대의 소비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복용편의성이 높은 제형, 홍삼 독주체제에서 프로바이오틱스와 종합비타민의 성장 등이 한꺼번에 등장합니다.
건기식 시장은 이와 함께 TV나 인터넷 등에서 인기를 끌면 순식간에 특정 성분이 반짝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습니다. 해당 성분이 이미 식약당국에서 인정한 기능성 원료라면 상관없지만 만약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식약처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한 인체적용시험을 비롯해 수많은 서류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제 인정을 받을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유행에 뒤쳐지지 않고 제품을 발빠르게 내기 위해서는 식품으로 판매를 서둘러야 합니다. 이 때문에 건강기능식품 업계에서는 식품으로 제품을 출시한 뒤 해당 제품의 주성분의 인정과정을 거친 뒤 향후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합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이같은 흐름에 뒤떨어져 있으며 식품과 건기식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모습을 택해왔습니다. 그러나 의약품으로 급격한 매출 신장을 노리기가 어려운 상황이 결국 이들과 같은 전략을 추구하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다급함이 '경계선 사이의 제품'에 녹아들어있는 것으로도 풀어낼 수 있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