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제약 Vol.49 | '피'에도 매겨지는 관세, 그럼에도 웃는 GC녹십자

<히트뉴스> 보도자료 분석 코너 '주간제약' 마흔 아홉번째 시간입니다.  '100번만 하겠다'며 시작했던 업계의 '속내 파헤치기'가 반환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언제든 마지막처럼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번주 '피에 붙는 관세'에도 웃고 있는 GC녹십자 이야기입니다.

 GC녹십자, 텍사스 주에 라레도 혈장센터 개소 

GC녹십자(대표 허은철)는 미국 자회사 ABO플라즈마(구 ABO홀딩스)가 9월 16일(현지시간) 텍사스 주에 위치한 라레도(Laredo) 혈장센터(Plasma Center)를 개소했다고 밝혔다. 

ABO플라즈마는 라레도 혈장센터 출범과 동시에 혈장 공여자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채장된 혈장의 보관 기한은 24개월로 회사측은 공여자 혈장을 보관한 뒤 FDA 허가가 완료되는 즉시 판매를 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혈장센터의 FDA 허가 절차는 통상 9개월이 소요되며 ABO플라즈마는 내년 상반기 허가 완료를 기대하고 있다.

당초 라레도 혈장센터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설계됐으나 알리글로 및 국내 혈장분획제제 성장에 발맞춰 증설에 속도를 냈다. 아울러, 텍사스 주의 이글패스(Eagle Pass) 혈장센터도 2026년 중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는 "올해는 국내외 혈장분획제제 사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안정적 공급망을 기반으로 해당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GC녹십자의 '알리글로'는 100% 미국산 혈장을 사용해 생산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표한 수입의 상호관세 규제 행정명령 제14257호(Executive Order 14257)에 따르면 완제품 구성물 중 미국산 원료의 비중이 20% 이상일 경우 비(非)미국산 원료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한다고 명시돼 있다. 알리글로 완제품 기준으로 부가물을 제외한 혈장 비중은 50% 수준이다. 

 

이번 주 보도자료는 GC녹십자가 미국 텍사스 주에 라레도 혈장센터를 개소했다는 내용입니다. 언뜻 글로벌 확장과 생산능력 확보라는 평범한 성장 스토리지만 트럼프 2기라는 정책 환경을 염두에 둔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두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①알리글로의 성공가도와 ②Made in USA입니다.

주목할 대목은 두 곳입니다. 2026년 짓기로 했으나 한 해 일찍 라레도 센터를 개소했다는 점 입니다. 알리글로는 허가과정에서 GC녹십자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습니다. 일정대로 알리글로의 허가를 기대했지만, FDA 문턱을 넘어서기 쉽지 않았습니다.

허가 이후 상황은 반전 입니다. 미국 사보험 처방체계의 관문인 PBM 세 곳을 모두 뚫는데 성공했고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대주가 됐습니다.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보도자료가 함의하는 첫 번째 포인트는 '알리글로는 잘 나가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주주를 향한 메시지 입니다.

GC녹십자 직원들이 알리글로 포장을 하고 있다. 
GC녹십자 직원들이 알리글로 포장을 하고 있다. 

두 번째 포인트는 '100% 미국산 혈장'이란 문구에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로 미국 내 생산과 소비 기조의 강화를 의미합니다. 특히 의약품 원료와 같은 전략물자 성격의 자원은 외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미국의 과제가 된 것입니다.

GC녹십자가 미국의 혈장으로 제품을 만든다는 사실은 '우리는 중국산이나 제3국 원료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리스크가 없다는 사인'입니다. 원료의약품을 포함해 미국내 필요 의약품은 무관세도 있지만 회사의 수익성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인데, 그런 걱정이 없다는 설명인 것이죠.

조금 더 깊게 보면 GC녹십자는 국내 투자자와 주주들이 이 기사를 통해 'GC녹십자는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동시에 트럼프 시대의 규제·관세 환경에서도 수익성을 지킬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도록 만듭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아예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뜻입니다.

보도자료에 굳이 행정명령 번호(Executive Order 14257)와 세부 규정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보도자료는 단순히 '현지 원료 사용으로 안정적 공급망 확보'라는 수준의 설명에 그칩니다. 그러나 GC녹십자는 관세 조항과 비율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글로벌 확장을 알리는 홍보가 아니라 '우리는 정책 변화 속에서도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는 장치입니다.

이번 '라레도 혈장센터 개소 소식'은 사업 확장의 신호라기보다 투자자에게 '우리는 안전하다'는 러브레터에 가깝습니다. 공급망 불안과 정책 리스크가 교차하는 시대에, GC녹십자는 혈장이라는 핵심 원료를 미국 땅에서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는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가장 큰 소리로 알려야 할 대상은 규제 당국이 아니라 바로 주주와 투자자임을 알 수 있는 보도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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