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누가 잘하나 | 국내 소화기용제 상반기 처방액 전성분
PPI 40%, 에스오메프라졸 제제 여전한 강세 속 '캡수자' 무서운 추격
재평가에 줄취하 이어진 애엽 제제 등 하락세도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가 전체 소화기용제 시장에서 2부 능선을 넘어섰다.
적응증 등의 차이에도 세 가지 성분 제제만으로 상반기 원외처방의 20%를 넘어서면서 리딩그룹으로 올라섰다.
에스오메프라졸 제제의 시장 위치가 여전히 견고하지만 2025년 상반기 국내 소화기 원외처방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P-CAB 계열 제제의 약진이다.
에스오메프라졸을 비롯한 프로톤펌프억제제(PPI)가 여전히 40% 이상 점유율로 왕좌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년 내 또다른 약물 등장이 예고돼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반면 재평가 영향을 받은 애엽 등의 제제는 점유율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최근 3년간 상반기 소화기용제(코드 232) 범주 내 115개 품목 중 2025년 매출이 없는 품목 등을 제외하고 주요 제품군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에서 소화기 용제 시장은 처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내과가 주요 진료과지만 정형외과 등 통증 관련 진료과에서도 위산분비 문제를 조절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세트처방' 목록에 들어간다.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에서 상위권에 위치하는 이유다.
2025년 상반기 성분별 처방액을 살펴보면 1위는 에스오메프라졸 단일제 성분으로 15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1477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2023년 1433억원과 비교하면 꾸준히 처방이 성장하고 있다. 라베프라졸 단일제는 10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961억원에서 크게 성장했다.
뒤를 잇는 품목이 P-CAB인 테고프라잔, '케이캡'이었다. 테고프라잔은 2025년 상반기 1046억원으로 2023년 상반기 740억원, 2024년 918억원에서 2년 연속 100억원 이상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펙수프라잔도 483억원으로 2023년 260억원, 2024년 383억원 대비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신생 자스타프라잔은 올해 상반기 17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에스오메프라졸과 라베프라졸 등 두 PPI 뿐만아니라 일라프라졸 227억원, 자스타프라잔 172억원, 판토프라졸 133억원, 오메프라졸 115억원, 에스판토프라졸 52억원 등 이 고르게 분포했다.
반면 H2RA 계열과 기타 점막보호제, 한방성분 등도 시장의 일부를 차지하지만 상위 10개 품목 내에서는 PPI와 P-CAB의 존재감이 확연했다.
상위권 뿐만 아니라 주목해야 할 지점이 바로 P-CAB 계열 선전이다. 2025년 상반기 기준 P-CAB 계열의 전체 점유율은 22.3%로 2023년 14.7%, 2024년 18.3%에서 꾸준히 상승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테고프라잔, 펙수프라잔, 자스타프라잔 등 주요 P-CAB 성분이 모두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확대했다. 여기에 현재 대원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이 각각 제제를 준비하고 있고 시장 진입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전체 시장의 덩치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세 제품이 이번 점유율 증가가 사실상 P-CAB 제제를 리딩그룹에 올려놨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수개 품목의 성장세뿐 아니라 시장에서 이들이 처방될 만한 근거를 명확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HK이노엔의 케이캡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소화성 궤양 및 만성 위축성 위염환자의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 뿐 아니라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저용량 한정) 등 지속처방의 가능성을 열었다.

뒤이어 등장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펙수프라잔)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의 위점막 병변 개선(최저용량 한정) △비스테로디드소염진통제 유도성 소화성궤양(20mg) 등의 적응증을 늘리며 치료부터 유지까지의 다양한 처방가능성을 확보했다. 이는 온코닉테라퓨틱스(제일약품)의 성장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내과 뿐만 아니라 정형외과 등 PPI가 차지했던 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늘린 것 역시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관계자 여럿에게 나온다. 진통제로 인한 위장관계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처방되던 PPI의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약가는 높아도 세트처방에 잘 묻어나는 제품이다 보니 신경병성 통증이나 통풍 등 다양한 통증 치료 약제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반면 애엽 95% 추출물 470억원, 애엽이소프로판올 추출물 145억원, 란소프라졸 152억원, 폴라프레징크 29억원, 판토프라졸 133억원, 라푸티딘 178억원, 오메프라졸 115억원 등은 2023년 이후 꾸준히 처방액이 감소했다.
특히 애엽제제의 경우 2025년 급여적정성 재평가와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제약사들이 품목 유지에 부담을 느껴 시장 철수와 허가 취소가 잇따랐다. 실제로 최근 1년 반 동안 전체 애엽추출물 제제의 절반 가까이가 허가 취소됐으며, 재평가 결과에 따라 시장 축소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감소율이 큰 품목은 애엽 95% 추출물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의 추이는 2년 연속 하락해 2023년 대비 2025년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엽이소프로판올 추출물 역시 2023년 대비 2025년 13% 줄었다. 란소프라졸은 2023년 206억원에서 2025년 152억원으로 26% 감소했다. 그 외 베넥세이트 베타덱스 염산염, 폴라프레징크, 판토프라졸, 라푸티딘, 오메프라졸 등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한편 해당 처방액은 표본 시장 조사를 기반으로 한 것이며, 실제 국내 회사의 매출 집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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