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자단체연합회 1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 진행
환자 권리와 안전 동시 보호 강조

의정갈등 장기화와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이 1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환자단체들이 정부와 국회를 향해 환자 중심 의료정책 전환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단체들은 1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지금까지 환자들이 겪은 피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연합회는 의료 현장을 떠나 있던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 문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사직하고 휴학한 이들은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한다. 복귀한 이들에게는 특혜가 아닌 상식적인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귀 시점이 불분명하거나, 학사일정 조정 등 예외적 조치가 이뤄질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먼저 복귀한 이들에게는 정부에 의한 2차 피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한 "의료계와의 소통은 중요하지만, 정작 피해자인 환자의 목소리는 논의에서 배제돼 있다. 환자 없는 협의는 국민 정서와 상식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환자 중심 보건의료 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투병과 권익 보호를 위한 환자기본법 제정, △보건복지부 내 환자정책국 신설, △환자투병통합지원 플랫폼 설립 등 세 가지 과제를 국정과제로 채택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국정기획위원회에 의견서를 전달하고 온라인으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 분야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환자단체는 "이미 2020년 같은 상황이 반복됐고 당시 법안이 통과됐다면 2024년의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1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어떤 의원도 이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련의 대상인 환자의 권리와 안전도 동시에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전공의 없이 1년 5개월을 진료받은 환자들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느꼈다는 경험담도 있다"며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이어 "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진행 중인 '의료사고 사법 리스크' 연구 결과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실제 연평균 기소 건수는 30~50건 수준으로, 의료계의 주장과 큰 차이가 있다"며 "형사처벌 면제 논의를 하기 전에 먼저 객관적인 연구결과부터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의료는 특권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헌법적 책무"라며 "새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처럼 ‘환자 중심 의료개혁’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환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