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김대식 고대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급여주기 연장·교차투여 허용 등 치료 기회 확대 필요

백혈병은 크게 급성·만성으로 구분되고, 급성 백혈병은 급성골수성백혈병(AML)과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LL)으로 나뉜다. 이중 ALL은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발병률이 낮아져 성인에서는 연간 발병률이 0.4% 미만인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높은 유병률 대비 치료 성적이 좋은 소아 ALL과 달리 성인 ALL은 가장 나쁜 타입의 혈액암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료 예후도 좋지 않다. 또한 질환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신속하게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ALL은 필라델피아(Ph) 염색체 양성/음성으로 나뉘며, Ph- 치료는 세포독성항암제 기반 △관해 유도요법 △공고요법 △동종조혈모세포이식 등이 진행된다. 이중 공고요법은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로, 치료 과정에서 동반되는 합병증이 많고 동종조혈모세포이식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 치료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면역항암제 '블린사이토(성분 블리나투모맙)'가 'Ph- 전구 B세포 ALL 공고요법' 적응증을 허가 받으면서 치료 강도를 낮춰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등장했지만,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처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히트뉴스>는 김대식 고대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블린사이토의 임상적 의의와 의료진 입장에서의 블린사이토 급여기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효과 뛰어난 1차 치료 부재

공고요법 이후 재발 환자에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 적어

김대식 고대구로병원 교수
김대식 고대구로병원 교수

1차 치료로 권고되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존재하는 AML이나 림프종과 달리 ALL은 다른 치료 옵션 대비 우월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법이 없다. 이에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1차 치료로 임상시험 참여를 권고한다.

환자 수가 적어 대규모 임상 연구가 많이 없고, 특정한 조합에 관한 효과를 입증하는 것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각국의 기관마다 사용하는 세포독성항암제 조합이 다르고, 성인과 소아에 쓰는 항암제 조합도 다르다. 항암제 투여요법 조합별로 주요 사용되는 세포독성항암제는 있지만, 보험 급여 기준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쓰지 못하는 약제도 있다.

김대식 교수는 "현재 외국에서 사용하는 약제가 국내에서 전부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니고, 수급조차 안 되는 약제가 있기 때문에 외국의 투여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기관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감염 문제와 부작용 및 합병증 문제를 꼽았다.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세포독성항암제를 투여함으로써 면역력이 악화되고, 반복적인 바이러스 감염이 패혈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탈모·설사 등 흔한 부작용을 넘어 췌장염을 동반하고, 가장 강한 공고요법인 동종조혈모세포이식으로 인한 사망률이 최대 20%를 달성할 정도로 합병증 위험이 높다. 하지만 치료를 늦추면 100%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환자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치료를 진행한다.

특히 성인 ALL은 공고요법 이후에도 상당수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는데, 이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줄어들기 때문에 예후가 더 나빠진다. 때문에 1차 치료에서 최대한 재발 가능성을 줄일 수 있도록 강력한 치료 옵션을 투여하고, 미세잔존질환(MRD) 환자들을 대상으로 공고요법 치료를 진행하는 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그는 "블린사이토 등 신약을 통해서 기존 치료제의 강도를 낮추고, 합병증 빈도를 줄이면서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내 현실에서는 고가 신약을 쓸 수 있는 급여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1910' 연구 결과 '블린사이토' 초기 치료 권고 

교차투여 허용까지 폭넓은 급여 적용 필요

이중항체 치료제인 블린사이토는 암세포 타깃을 인지하는 항체와 체내 T세포 및 면역세포를 인지하는 항체를 결합함으로써 체내 면역세포가 자연스러운 면역 기능을 통해 암세포를 치료하는 기전이다.

성인 MRD 음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E1910' RCT 연구 결과 블린사이토+화학요법 교차 투여군의 5년 전체생존율(OS)은 82.4%로, 화학요법 단독 투여군의 62.5% 대비 사망 위험을 약 56% 감소시켰다. 5년 무재발생존율(RFS)은 교차 투여군이 77%, 단독군이 60.5%를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1차 치료에서 재발을 방지함으로써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입증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블린사이토 공고요법 치료 효과에 따라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평가가 제기된다"며 "급여만 적용된다면 블린사이토 공고요법을 사용하지 않을 의료진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블린사이토는 재발 환자와 MRD 양성 환자 치료에 급여가 적용된다. 김 교수는 이에 더해 공고요법 및 세포독성항암제 교차투여에 급여를 적용하는 등 급여 기준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1910 임상 연구에서 교차투여에 사용된 세포독성항암제 중에서는 국내 허가를 획득하지 못했거나 수입이 되지 않는 약제가 있기 때문에 해당 임상연구 설계 조합을 투여해야 한다면 국내에서는 블린사이토를 투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MRD 양성 환자의 경우 4주기 투여가 가능했던 해외 기준과 달리 국내에서는 1주기까지만 보험급여를 인정해 환자 치료에 제약이 컸다"며 "공고요법 투여 주기를 해외만큼 허용하지 않으면 블린사이토를 쓰고도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교차투여 제한 없이 4주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블린사이토도 과한 면역반응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치료 효과적인 면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약제"라며 "재정으로 인해 혁신 신약 보험급여 결정이 어려운 보험 당국의 입장도 이해한다. 하지만 효과가 입증된 약이 급여가 안 되거나 급여 기준이 까다로우면 환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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