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R/R B-ALL 대상…테카투스와 직접 경쟁할 것으로 예상
CD19 타깃 CAR-T 개발 중인 큐로셀·앱클론에도 영향 미칠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8일(미국 현지 시각) 오토러스(Autolus)의 CAR-T 치료제인 '오캣질(AUCATZYLㆍ오베셀ㆍObe-cel)'을 허가했다. 타깃 적응증은 성인에서 재발성ㆍ불응성 급성 B-림프모구성 백혈병(Relapsed/Refractory B-cell Precursor Acute Lymphoblastic LeukemiaㆍR/R B-ALL)이다.
이번 허가로 오캣질은 '테카투스(Tecartusㆍ Brexucabtagene autoleucel)'가 버티고 선 R/R B-ALL 시장에 진입한다. 이 시장에서 오캣질이 보여줄 장점은 무엇일까? 오캣질이란 CAR-T의 허가가 큐로셀ㆍ앱클론 등 국내 바이오텍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초 병리부터 경쟁시장까지, 알기 쉽게 한 눈에 담아 알아본다.

오캣질의 시장, 재발ㆍ불응하는 성인의 B-ALL
뼈 안에 위치한 골수는 B세포, T세포, 호중구 등 면역세포와 적혈구, 혈소판 등을 만들어낸다. 이 골수 안에서 B세포가 성숙과정을 거치는 중, 모종의 문제가 발생하면 미성숙 B세포의 숫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며 암으로 돌변한다. 이런 상태를 급성 B-림프모구성 백혈병(B-ALL)이라 부른다.
B-ALL은 그 발병 원인에 따라 크게 2개의 경로로 치료한다. 필라델피아 유전체(Philadelphia Chromosome)라 불리는 유전적 변이가 원인일 경우에는 티로신 카이네이즈 저해제(Tyrosine Kinase InhibitorㆍTKI)와 화학항암제를 처리한다1. 다만 필라델피아 유전체 변이가 원인인 경우는 전체 B-ALL 발병 건수의 약 10-20%로, 그 외 원인으로 발병한 B-ALL은 화학항암제를 여러 개 조합하는 식으로 치료한다.
특이한 점은 B-ALL 재발률이 나이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아동ㆍ청소년의 경우 10-15%의 환자가 재발하는 데 반해, 성인의 경우 50%가량이 재발한다. 또 재발률만큼이나 골칫거리인 점은 애초에 치료제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즉 불응하는 환자들이다. 이 경우에도 아동ㆍ청소년은 1-5%만이 치료에 불응하지만, 성인은 10-20%가 불응한다.
이처럼 TKI나 화학항암제를 맞고도 재발하거나 불응하는 환자들에겐 표적치료제가 투여된다. ①CAR-T 치료제인 '테카투스(TecartusㆍBrexucabtagene autoleucel)' ②이중 T-세포 인게이저(Bispecific T-cell EngagerㆍBiTE)인 '블린사이토(BLINCYTOㆍBlinatumomab)' ③항체약물접합체(ADC)인 '베스폰사(BESPONSAㆍInotuzumab ozogamicin) ④CAR-T 치료제인 킴리아(KYMRIAHㆍTisagenlecleucel)가 대표적이다1.

재발ㆍ불응성 B-ALL을 치료하는 데 있어 테카투스, 블린사이토, 베스폰사, 킴리아에는 정해진 우열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로 간에 효력과 안전성을 직접 비교하는 임상이 진행된 적이 없는데다, 같은 재발ㆍ불응성 B-ALL일지라도 투여할 수 있는 환자군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작동 방식(모달리티)ㆍ작용 기전ㆍ환자군을 고려했을 때, 오캣질과 경쟁하게 될 약물은 테카투스와 블린사이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캣질, 테카투스, 블린사이토는 모두 CD-19를 타깃하며, 성인 환자에게 투여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테카투스는 오캣질과 같은 CAR-T 치료제라는 점에서 더욱 직접적인 경쟁에 노출될 수 있다.
오캣질, 테카투스보다 무엇이 좋을까
오캣질ㆍ테카투스와 같은 CAR-T 치료제의 제품설명서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경고문이 있다. 통상 블랙 박스 워닝(Black box warning)이라 불리는 경고 문구에 언급되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ㆍCRS)이다.
CRS는 CAR-T 특유의 작동방식 때문에 일어난다. CAR-T는 환자의 T세포를 몸에서 뽑아다가 유전자 변형을 가한 것으로, 이 과정을 거친 T 세포는 특정 타깃에만 달라붙는 '자석', 즉 수용체를 가지게 된다. 예컨대 오캣질의 경우, 암세포 표면에 돋은 CD19라는 타깃만을 알아차리는 자석(수용체)이 달린 T 세포라 할 수 있다.

오캣질을 계속해서 예로 들자면, 환자 체내로 투여된 오캣질은 CD19가 돋은 암세포에 다가가 붙은 뒤 사이토카인이란 물질을 뿜어낸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가 울리는 일종의 비상 사이렌으로, 이것을 감지한 다른 면역세포들은 지근거리에서 달려와 덩달아 사이토카인을 방출한다. 이 과정이 과도하게 반복되는 현상을 CRS라 부르며, 이로 인해 발열ㆍ구토ㆍ쇼크ㆍ발작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처럼 현재 CAR-T 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텍의 지상 최대 과제 중 하나는 CRS를 줄이는 것이다. 이런 목표는 FDA의 허가심사 기조 때문인 것으로도 추측되는데, 특히 CAR-T에선 직접비교임상을 통한 효력의 경쟁우위가 뚜렷하지 않아도 CRS 감소 등의 안전성 개선이 기대된다면 허가로 이어질 수 있다.
오캣질의 허가도 안전성 개선이 참작된 결과로 보여진다. 경쟁 CAR-T 약물인 테카투스의 임상 2상 결과를 보면, 무려 92%의 환자들이 CRS를 겪은데다 26%의 환자들은 3등급 이상의 중증 CRS를 나타냈다2. 비록 테카투스와 직접 비교한 임상은 아니었지만, 오캣질의 임상 1b/2상에선 75%의 환자가 CRS를 겪었고, 3%의 환자만이 3등급의 CRS를 나타냈다3. 단순 수치로 비교했을 때 오캣질이 개선된 안전성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한 결과다.
이 같은 안전성 개선은 오캣질의 약물 설계에서부터 의도된 것이다. CAR-T의 안전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항상 거론되는 요소는 '타깃 결합력'이다. CAR-T가 암세포에 너무 강하고 오래 달라붙어 있을 경우, CRS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약하고 짧게 달라붙는다면, CAR-T가 미처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다4. 오캣질은 이런 특성을 감안해 '적당히 느슨하게 붙는' CAR-T로 디자인됐다5.

물론 오캣질의 '적당히 느슨한 결합력'은 어디까지나 경쟁 CAR-T의 결합력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테카투스를 위시한 CD19 타깃 CAR-T들은 대부분 FMC63이라는 단일사슬단편항체(ScFv)를 CD19 인식용 '자석'으로 활용한다. 다만 FMC63은 CD19에 너무 강하게 결합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학계에서 제기돼온 바 있다. FMC63 대신 'CAT'이라는 느슨한 '자석'을 활용해 만들어진 오캣질이 개선된 안전성 결과를 보임으로써, '적당한 결합력은 독성을 낮춘다'는 학계의 가설을 어느 정도 증명해준 셈이다.
또한 오캣질의 개발사인 오토러스는 '적당히 느슨한 결합력은 CAR-T의 지속력에도 도움을 준다'고 주장해왔는데, CAR-T의 지속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완전관해(CRㆍ병변이 모두 사라지고 새 암세포가 보이지 않는 상태) 기간 중간값을 봤을 때 이 주장은 아직 추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오캣질의 임상 1b/2상에서 완전관해 기간 중간값은 14.1개월이었는데, 테카투스는 13.6개월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캣질의 허가가 큐로셀과 앱클론에 의미하는 것은
큐로셀의 CAR-T 치료제 후보물질인 '안발셀(Anbal-celㆍCRC01)'은 오캣질처럼 CD19를 타깃한다. 타깃이 동일한 만큼 오캣질과 동일한 시장을 두고 경쟁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안발셀은 현재 재발성ㆍ불응성 성인 B-ALL에 대한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오캣질과 안발셀의 효능ㆍ안전성을 간접 비교할 수 있는 임상 데이터는 아직 없는 상태다.
만약 안발셀이 국내에서 재발성ㆍ불응성 성인 B-ALL 치료제로 허가된다 하더라도, 오캣질과 직접 경쟁할지는 미지수다. 오캣질의 경쟁자인 테카투스마저 아직 국내 출시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성인 B-ALL은 국내에서 희귀한 질병으로, 오캣질 등 해외 CAR-T가 굳이 국내에 진입해야 할 만큼 큰 시장을 이루고 있지 않다"며 "국내에서 안발셀과 오캣질이 경쟁하는 상황이 오리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큐로셀보다도 오캣질의 허가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바이오텍은 앱클론일 것으로 보인다. 앱클론의 CAR-T 후보물질인 'AT101'은 오캣질처럼 CD19를 타깃하는데다, '적당히 느슨한 결합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AT101 역시 결합력 조정을 위해 FMC63 ScFv 대신 'h1218'이라 불리는 신규 ScFv를 차용했다.
따라서 오캣질의 FDA 허가는 AT101의 장점을 역설하는 데 활용될 여지가 있다. CAR-T의 타깃 결합력을 조정하면 안전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개념을 오캣질이 간접적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다만 앱클론의 주장처럼 타깃 결합력 조정이 AT101의 지속력까지 개선시킬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현재 진행 중인 거대B세포림프종(DLBCL) 임상 2상의 결과를 통해 분석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 NCCN Guideline v2.2024,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 TECARTUS 제품 사용설명서, 섹션 5.1
- AUCATZYL 제품 사용설명서, 섹션 5.1
- Sterner, R. C., & Sterner, R. M. (2021). CAR-T cell therapy: current limitations and potential strategies. Blood cancer journal, 11(4), 69.
- Ghorashian, Sara, et al. "Enhanced CAR T cell expansion and prolonged persistence in pediatric patients with ALL treated with a low-affinity CD19 CAR." Nature medicine 29 (2019): 1408-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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