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벤더 전체 '재위탁 계약서' 받기 뛰어들어
복지부 '하청영업도 원제약사 책임' 해석에 허둥지둥

제약업계가 CSO 신고제 시행 전 업계의 큰 고민으로 남았던 '2차 CSO 직접관리'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2차 이상 판촉대행자의 관리 의무가 제약사에게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직접 관리에 뛰어드는 것이다. 한 때 언급됐던 '책임의 외주화' 문제가 사실상 사라지는 포인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제약사들과 연관된 업체 A사는 최근 자사와 계약을 맺은 판촉영업자 외 2차 이상 CSO를 대상으로 제품 영업 관련 계약 내용 등을 포함한 위탁계약서를 작성해 회사로 직접 보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이같은 사례는 해당 회사 뿐만은 아니었다. 실제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근 일주일새 국내 제약업계 수십 곳이 공문 및 메시지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이들에게 급히 재위탁 관련 계약서 및 서류 등을 받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부랴부랴 재위탁 계약서를 작성해 받아놓는 이유는 10월 18일 시작된 'CSO 신고제'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의 영향 때문이다. 해당 법의 조항에 담긴 약사법 제47조 제4항에 서면 통보 의무가 포함되면서 각 제약사들이 그동안 고민했던 재위탁 의약품 문제를 '정보 확인'이라는 형태로 직접 관리키로 한 셈이다.

'약사법' 제44조(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 유지를 위한 준수사항) 내 일부

⑤ 의약품 판촉영업자는 위탁받은 의약품 판매촉진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법 제47조제4항에 따라 다른 의약품 판촉영업자에게 다시 위탁하는 경우에는 별지 제23호의8서식의 수탁자의 재위탁 통보서(전자문서로 된 통보서를 포함한다)에 재위탁계약서 사본을 첨부하여 재위탁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의약품의 판매촉진 업무를 위탁한 의약품공급자에게 보내야 한다. <신설 2024. 10. 18.>

 

실제 제약사들 사이에서 고민으로 작용했던 것은 CSO 신고제 시행 이후 'CSO로 인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문제였다. 특히 재위탁 의약품의 경우 제약업계는 이를 놔둘지, 품목을 버릴지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 9월 29일 대화제약이 법무법인 규원과 함께 연 CSO 신고제 관련 설명회에서 재위탁 문제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논의가 이어졌다. 당시 발표를 맡았던 우종식 규원 변호사는 "현재 1차벤더부터 2차, 3차까지 복잡하게 얽혀 재위탁이 이뤄지고 있지만 재위탁 CSO까지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계약내용에 재위임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거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조항이 삽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우 변호사는 "제도 시행초기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때 재위임된 CSO의 최종딜러가 취급자격이 있었는지 여부는 적발된 이후 알게 될 수도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되면 상위벤더나 제약사는 몰랐다는 점을 소명해야 수사과정에서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CSO의 경우 제약사에서 판촉 위임계약을 체결한 CSO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이용해 2차 영업, 3차 영업으로 이어지는 '벤더'식 체계가 구축된 경우가 왕왕 있어왔다. 하청식의 영업을 진행해도 타 CSO 대비 1%라도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사람이 모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규처를 뚫기가 어렵거나 오리지널 제품의 비중이 높은 후발 제제를 영업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방법이 자주 쓰였다.

실제 CSO 신고제 관련 설명회에서 복지부의 설명 내용을 도식화한 그림.
실제 CSO 신고제 관련 설명회에서 복지부의 설명 내용을 도식화한 그림.

그러나 상위 벤더 혹은 제약사와 관련해 시행 직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온라인 설명회에서는 단순히 소명 과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업체들 사이에서는 재위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설명회 내용에서는 2차 및 3차 CSO 역시 계약 사항을 제약사도 알아야 한다는 복지부 측의 해석이었다.

이 경우 제약사가 CSO를 관리하지 않으면 자사 품목의 최종 영업자가 불법 영업을 했을 때 문제가 되면 그 책임은 원청 즉 제약사가 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CSO는 한 회사의 품목만을 맡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일이 터지면 여러 제약사가 줄줄이 문제 소지가 벌어질 수 있다. 업계 입장에서는 영업은 외주화 해도 위험성은 외주화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 때문에 그나마 수익성이 낮은 품목까지는 생산을 중단하는 식으로 정리됐지만, 전체 CSO를 쳐낼 수도 없고 관련 법마저 이를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이 지정하는 신고제 시행 시점인 10월 18일을 재계약 시점으로 잡고 법령 안에 지정된 '30일' 이내로 급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런저런 충돌 속 업계의 '의문점’이 하나둘씩 신고제 이후 시행 과정에서 정리되는 가운데, 이같은 분위기에서 제약사들의 재위탁 직접 관리가 제약사들의 영업 움직임에 어떤 움직임을 줄 지 지켜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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