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시뮬레이션으로, 초기 개발 실패 가능성 줄일 수 있어"
엔비디아·구글·MS 등서 IT 공룡은 '자체 플랫폼' 협업 도전
인세리브로·퀀텀인텔리전스 등 국내 기업도 '파워 온'
기획 '꿈의 기술'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 게임체인저 될까
국내외 바이오텍들이 꿈의 기술로 평가받는 양자컴퓨팅 기반의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NVIDIA),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도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 인세리브로, 퀀텀인텔리전스 등이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제약사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히트뉴스>는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이 떠오르는 이유와 성공적인 신약 개발을 하기 위한 조건 등을 살펴봤다.
① 美 빅테크 기업들서 주목받는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
② 인터뷰 | 조은성 인세리브로 대표

국내외 바이오텍 및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 몇 년간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기반 신약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업계에서는 양자컴퓨팅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동안 인공지능(AI) 기술이 첨단 분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술이었지만, 최근 인공지능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이 최첨단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 계산 방식을 사용하는 컴퓨팅 기술이다. 기존의 고전적인 컴퓨터는 비트(Bit)를 사용해 0과 1만 구분할 수 있지만,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공존시킬 수 있다.
양자컴퓨팅은 △초고속 연산 능력 △인공지능과의 시너지 △혁신적인 과학적 발견 △미래 암호화 기술 등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양자컴퓨팅은 신약 개발에 있어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밀한 접근 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복잡한 분자 시뮬레이션과 화학 반응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약 후보물질 탐색 및 최적화 단계에서 그 효용성이 두드러진다.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 분야서 속도·효율성↑
美 빅테크 기업들,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 눈독
전통적인 신약 개발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신규 후보물질에 대한 설계 및 테스트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며, 임상시험에 도달하기까지 수 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은 정확한 분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기 개발 과정에서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며, 신약 개발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양자컴퓨팅은 신약 개발의 속도와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암, 염증성 질환, 항바이러스제 분야에서 양자컴퓨팅 기술이 신약 개발의 혁신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이 분야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양자컴퓨팅, AI와 기존의 고성능 컴퓨팅 기술을 결합해 신약 개발의 복잡성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과 양자컴퓨팅의 결합을 통해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는 하이브리드(Hybrid)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큐비트 파마슈티컬스(Qubit Pharmaceuticals)와 본격적으로 협력해 하이브리드 양자-클래식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체 개발한 'NVIDIA QODA' 프로그래밍 모델과 큐비트 파마슈티컬스의 아틀라스(Atlas)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또 NVIDIA QODA를 활용해 양자컴퓨팅과 고성능 GPU 컴퓨팅을 결합, 분자 시뮬레이션 및 화합물 탐색을 가속화할 수 있다.
구글은 '시카모어(Sycamore)'라는 자체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신약 개발에도 활용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회사가 보유한 양자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퀀텀(Azure Quantum)'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양자컴퓨팅 기술을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며,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양자컴퓨팅 리소스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 드라이브 건 국내외 바이오텍
업계 "글로벌 파트너십 통해 기술 상용화 박차"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 시장은 2023년 6억300만달러(약 8300억원) 규모로 평가됐다. 또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26% 성장해 2032년 시장 규모는 48억1000만달러(약 6조626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 분야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국내외 바이오텍들은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세리브로, 퀀텀인텔리전스가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세리브로는 AI와 양자컴퓨팅을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 탐색 및 최적화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5월 자사의 '양자 기계학습 기반 신약 개발' 과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 2024년도 양자컴퓨팅 기반 양자이득 도전 연구사업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과제 전체 규모는 3년 간 총 30억원(정부출연금 27억5000만원)이다.
인세리브로는 노르마, 고려대학교 양자대학원, 미국 아이온큐(IonQ)와 협업을 통해 신약 개발에 사용하게 될 양자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양자 오류 완화 원천기술을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아이온큐의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도 나설 예정이다.
퀀텀인텔리전스는 글로벌 양자컴퓨팅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에 특화된 양자 계산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8월 큐에라 컴퓨팅(QuEra Computing)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최첨단 중성 원자형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글로벌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 기업으로는 큐비트 파마슈티컬스, 폴라리스QB(POLARISqb), 크리스탈파이(XtalPi) 등이 있다. 큐비트 파마슈티컬스는 엔비디아와 협력한 기업으로 유명하며, 폴라리스QB는 양자(Quantum) 머신러닝을 활용해 수십억 개의 화합물을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크리스탈파이는 작년 12월 JW중외제약 자회사 C&C신약연구소와 저분자화합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 기업들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 상용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 기업들은 자체 플랫폼의 강점을 통해 약물 탐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빠르게 발전하는 양자컴퓨팅 기술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