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① 뿌리부터 혁신 막는 규제환경
② 신약개발은 제품설명서부터 거꾸로
③ 임상과 연관성 따지며 비임상 해야
④ 임상 전략 부재는 라이선싱 필패로 이어져
⑤ 한국 바이오텍은 나스닥에서 살 길 찾아라
⑥ 경직된 바이오 투자시장, 해외자본으로 마사지하기
⑦ L/O 기본기는 빅파마 니즈에 응하는 것
이전 6개 인터뷰 시리즈에선 신약 바이오텍 주변에 서있는 여러 플레이어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신약개발에 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이들을 만났으니, 이젠 당사자격인 바이오텍을 찾아갈 차례입니다.
여태 우리가 알아낸 신약개발 성공의 법칙은 ①리얼월드로부터 거꾸로 임상과 비임상을 디자인하기 ②임상을 최대한 모사할 수 있는 비임상 실험을 수행하기 ③임상전략을 미리 만들고 개발을 시작하기였습니다. 이 법칙이 실제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대표격 사례로 에이비엘바이오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사노피(Sanofi)향 ABL-301 기술이전이란 빅딜 뒤엔 어떤 개발전략이 있었는지, 한국형 신약개발 전략이란 무엇일지 탐구해 봤습니다. <히트뉴스>는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를 만나 '한국 신약개발을 어찌할 것인가'를 두고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 신약개발을 어찌할 것인가'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시켰던 주제는 '비임상 단계에서 라이선스 아웃이 가능하도록 개발전략을 짜자'였습니다. 리얼월드-임상 3상-2상-1상-비임상 순으로 시험 디자인을 거꾸로 트랜스레이션(Translation)해야 한다는 제언도 등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질환 분야별로 다를 것 같아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거죠. 가장 아이디얼(Ideal)한 상황은 비임상 단계에서 라이선스 아웃되는 경우가 맞긴 하죠. 다만 항암제를 예로 들자면 임상 데이터가 있어야 해요. 글로벌 빅파마가 요구하는 항암신약 데이터 패키지가 보통 그렇습니다.
항암제는 어차피 (임상 1상부터) 정상인이 아닌 암 환자에게 투여를 하잖아요. 그러니까 비임상에서 대장암에 대한 효력을 봤다고 해도 임상에 가선 어느 암에 들지 정확히는 알기 어렵죠. 항암제 개발이란 게 이런 면에서 딜레마틱(Dilemmatic)한 부분이 있습니다."
ABL-301은 비임상 단계에서 사노피에 기술이전 됐는데요. 신경계 질환에 대한 신약은 항암 신약과는 기술이전 전략이 다른 면모가 있는 걸까요?
"CNS(Central Nervous Systemㆍ중추신경계) 신약도 칼로 딱 자르듯이 '비임상에서 무조건 기술이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긴 어렵겠죠. 하지만 CNS 신약은 타깃이 정해져 있어요. 아밀로이드(Amyloid)가 대표적입니다.
아밀로이드 가설은 10년 넘게 연구가 된 영역입니다. 한 2년 전에 '아밀로이드 가설은 가짜다'라는 논란이 잠깐 있었지만, 결국 임상에서 밸리데이션(Validation)이 됐거든요. 올해 초에 로슈-제넨텍이 아밀로이드 항체에 BBB(Blood-Brain-Barrierㆍ뇌혈관장벽) 셔틀(Shuttleㆍ운반체)을 붙인 신약의 임상 2상 데이터를 보여줬어요. 일라이릴리의 '레켐비(LEQEMBI)'도 아밀로이드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입니다.
결국 무슨 이야기냐면, CNS 질환의 영역에선 타깃이 많지 않아서 비임상 기술 이전된 케이스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지난 5월에 에이씨이뮨(AC Immune)의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면역요법을 타케다가 비임상 단계에서 사간 것도 하나의 예시죠. 즉 CNS 쪽 신약은 임상에 진입하기 전에 기술이전하는 것이 해볼 만은 합니다."
다른 질환 분야에 대한 견해가 더 있으실까요?
"저희가 하고 있는 분야 외에는 솔직히 잘 몰라요. 저는 생각보다 무식한 사람입니다(웃음). CNS, 항암 분야의 논문 외에는 잘은 읽지 않죠."
그럼 지난 이장익 박사님 인터뷰에서 등장했던 TPP(Target Product Profile) 설정 방법에 대해 마저 여쭙겠습니다. 신약개발진 입장에서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TPP에 앞서서 TCP(Target Candidate Profile)를 먼저 이야기해 봅시다.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에 들어가기 전, 후보물질의 후보물질을 가리는 과정이 있잖아요. 리드 셀렉션(Lead Selectionㆍ선도물질 선별)이요. 어떤 조건으로 리드 물질을 선별할지 그 기준을 세우는 게 TCP입니다.
경쟁사 후보물질이 있다면, 그 물질의 인비트로(in vitroㆍ시험관내 실험) 데이터에서 IC50가 가령 50이라면, 우리 리드 물질은 적어도 이것보다는 나아야 하는 겁니다. 또는 경쟁 후보물질의 에피커시(Efficacyㆍ효력) 결과가 XX라면 우리 리드 물질은 이것보다 또 나아야죠. 여기까지는 TPP하고 거의 똑같습니다.
다만 TCP가 조금 다른 점은요. 예를 들어 '우리 후보물질을 2주에 한 번 투여하지 말고 4주에 한 번 투여하는 제형으로 만들어 보자'고 하겠습니다. 그럼 PK(Pharmacokineticsㆍ약동) 프로필을 어디까지 향상시켜야 하는지 목표를 세우게 되는 거죠.
이렇게 기본적인 TCP 데이터를 셋업하고, '그럼 임상에서 우리가 원하는 적응증은 무엇이냐?', '임상에 들어간 경쟁 물질과 우리는 어떤 식의 비교를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거냐?'에 답하기 위해 세워지는 게 TPP예요. 그러니까 초기 디스커버리는 다 TCP로 시작하고 어느 순간 TPP로 넘어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처음에 여쭈었던 '비임상 단계 기술이전 전략'에서, 항암제는 그런 임상 이전의 조기 라이선싱 전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여기로 잠깐 돌아가서 더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물질이 베스트 인 클래스(Best in Classㆍ계열 내 최고) 항암제라면, 빅파마들은 임상 단계에서 앞서 가고 있는 경쟁물질과 비교해 보고 싶어해요. 그걸 확인하려면 임상 결과를 봐야죠. 비임상 결과를 가지고 수없이 이야기한들 팔릴 가능성이 낮아요.
또 결국 항암제는 임상 2상에 들어가면서 병용치료 전략을 가져가요. 머크(Merck)만 봐도 anti-PD-1에 ADC(Antibody Drug Conjugateㆍ항체약물접합체)를, 존슨앤드존슨(Johnson and Johnson)은 CD3 이중항체에 4-1BB 이중항체를 쓰는 것처럼요. 이런 형국에선 결국 임상 결과를 가져가지 않으면 글로벌 회사들을 이해시키기가 너무 어려워요."
항암 섹터에 한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죠.
"저의 경험으로 한정짓자면 항암 섹터에서는 그렇고, CNS 섹터에선 또 달랐다고 할 수 있겠어요. 다만 인터뷰의 주제에서 제가 동의하는 부분은, 비임상에서 나온 데이터가 반드시 임상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다 해도 비임상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거예요. 앞서가는 경쟁 물질에 대한 차별성을 비임상에서 뚜렷하게 보여주는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경쟁 물질이 어디까지 앞서 있는지도 고려해야 하는데요. 많은 경쟁 물질들이 임상 3상에 가 있다면, 임상에서 차별성을 보여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만약 이들이 임상 1상 즈음에 있다면, 임상 데이터로 비교하긴 어려우니 이런 상황에선 비임상에서 차별성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이제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어요. '우리가 선택한 동물 모델은 정말로 그 차별성을 보는 데 적합한 모델인가', '혹시 우리가 만든 동물 모델은 더 좋아보이는 결과를 뽑아내기 위한 바이어스(Biasedㆍ편향된)된 모델은 아닌가'를 따져야 해요. 적잖은 회사들은 자기들이 보기에 유리한 모델을 쓰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니버셜(Universal)하게 쓰이는 모델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모델에서 나오는 비교 데이터가 더 설득력이 있으니까요."
ABL-301에 그런 점을 반영해 비임상 개발을 했던 내력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ABL-301을 파킨슨병 치료제로 비임상 개발 중일 때, 처음에 썼던 동물 모델이 알파 시뉴클레인(Alpha-synuclein)을 과발현하는 트랜스제닉(Transgenic) 마우스였어요. 이 모델이 좋은 줄 알고 썼는데, 실제 실험을 해 보니까 인간 병리를 다 모사하지 못했어요. 알파 시뉴클레인 발현은 보이는데, 파킨슨병에서 가장 중요한 병리인 도파민 뉴런의 결손이 안 보였던 거죠. 이런 결함이 있지만 아직도 이 모델을 쓰는 회사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다음으로 알파 시뉴클레인 에그리게이트(Aggregate)를 마우스의 뇌에 직접 찔러넣는 모델을 사용했습니다. 이 경우 6개월 후에 파킨슨병의 증상을 보이거든요. 앞서 말한 트랜스제닉 마우스보다 파킨슨병의 병리를 더 잘 따라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주장하고자 하는 신약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모델인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과정이 회사에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라이선싱 논의를 글로벌 빅파마들과 진행하게 되면, 그들은 웬만한 동물모델 정보는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본인들이 생각하는 합격 기준이 체크박스로 마련돼 있는 거예요. 거기 맞는 데이터를 가져가면 기술이전을 성공시키는 것이고요.
정리하자면 비임상 라이선싱은 가능한 전략이나, 글로벌 회사들이 요구하는 객관적인 비임상 자료를 완성시켰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비임상 단계에서 라이선싱을 하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그럴 수 없는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
"실은 ABL-503을 비임상에서 라이선스 아웃하고 싶었죠. 마음은 그랬지만 물질의 특성 상 비임상 라이선싱이 힘든 매우 명백한 이유가 있어요.
ABL-503은 PD-L1과 4-1BB를 타깃하는 이중항체예요. 이런 메커니즘으로 개발한 이유는요. '키트루다(KEYTRUDA)', '옵디보(OPDIVO)', '티센트릭(TECENTRIQ)' 같은 PD-1 혹은 PD-L1 타깃 치료제를 맞은 환자가 불응할 때 후속 치료제로 쓰기 위함입니다. 그러니까 불응성 환자에 PD-L1, 4-1BB 타깃 치료제가 들어갔을 때 효능을 보이는 임상 데이터를 반드시 보여줘야 라이선싱 논의에 진전이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하나 더 이슈가 있는데, 4-1BB 타깃 치료제에 있어 빅파마들이 꼭 확인하고 싶어하는 부분이 간 독성입니다. BMS가 4-1BB 타깃 신약('우렐루맙 Urelumab')을 개발하다가 간 독성으로 인해 임상을 중단시켰거든요. 또 인히브렉스(Inhibrx)라는 회사가 PD-L1+4-1BB 이중항체를 개발하다 임상 2상 중간에 드랍시켰죠. 저용량에서 간 독성이 나와서 그랬습니다.
물론 ABL-503은 이들에 비해 테라퓨틱 윈도우(Therapeutic Window)가 3배 이상 크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이것을 동물실험 데이터로 주구장창 이야기해도 빅파마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래 알았어, 임상 데이터 보여줘'인 거죠. 이것은 당연한 반응일 수밖에 없는 것이, 위에서 말한 다른 회사들은 다 임상 단계에서 독성 문제로 넘어졌으니까 그렇습니다."
BMS와 인히브렉스도 다 비임상 4주 독성시험을 거쳐서 임상에 진입했을 텐데요. 왜 간독성을 잡아내지 못했을까요?
"BMS가 개발한 물질은 원숭이의 4-1BB에 바인딩(Binding)하지 않아서 그래요. 또 설사 바인딩하는 물질이었다 한들, 그 데이터가 똑같이 인간에서 나오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비슷한 예를 더 들어볼게요. DLL4라는 타깃이 2005년 즈음에 매우 '핫'한 타깃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빅파마들이 DLL4 단독항체를 개발했어요. 이 항체가 원숭이에서 독성실험을 거치면 독성이 딱 하나 나와요. 시누소이덜 딜라테이션(Sinusoidal Dilatation), 간 내피세포가 팽창하는 현상입니다. 암젠, 사노피, 리제네론의 물질이 다 같은 이슈가 있었어요.
과거에 빅파마들의 DLL4 타깃 물질이 임상에 진입하니, 비임상에서 보였던 간 관련 이슈는 없었어요. 대신 심장 독성이 발견됐어요. 비임상에서 예측 못한 독성 말이죠. 그러니까 임상에 가서야 발견되는 이슈가 얽힌 타깃이라면, 빅파마들은 '당신 후보물질의 타깃은 과거 타 사들의 임상에서 XX, YY같은 이슈가 있었다. 비임상에서 예측이 안 됐던 이슈였다. 그러니 당신의 후보물질도 임상 데이터를 가져와야 한다'고 반응하게 됩니다.
ABL-503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요. 빅파마들은 BMS의 4-1BB 타깃 신약이 보인 간 독성을 알고 있어요. 또 젠맵(Genmab)의 PD-L1 타깃 신약이 보인 간 독성도 알고 있어요. 그러니 빅파마들은 이런 이슈를 해소하는 임상 결과를 요구합니다. 그러니 저희 연구는 이런 니즈를 소명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또 이에 맞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현재 발표자료에는 이런 데이터가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인터뷰 서두에서 말했듯, 모든 신약을 비임상에서 라이선싱하는 일원화된 전략이 있다고 보기 힘들어요. 물질과 플랫폼의 특성에 따라 임상까지 들어가 검증해야만 라이선싱이 가능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결국은 가장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오게 됩니다. 오로지 강한 사이언스만이 신약 바이오텍의 반석입니다.
"제넨텍 같은 빅파마들이 왜 사이언스를 강조할까요. 그게 기본기라서 그렇습니다. 비임상이든 임상이든 정확한 사이언스를 통한 근거 자료를 만들어내야 경쟁력이 있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2024년 신년 하례식에서 내건 슬로건이 'No.1 Korean Biotech in Science'입니다. 당장의 매출 1위는 저희에겐 중요하지 않아요. 5년 전에 커다란 시총을 자랑했던 바이오텍들이 지금에 와서 어떤 상황인지를 보면, 사이언스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도 2019년, 2020년에는 지금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이 없었어요. 빅파마가 마지못해 공부를 시켜준 거죠(웃음). ABL-301 라이선싱 전에도, 빅파마 BD(사업개발)들을 만나면 본인들이 원하는 신약 프로파일에 대해 수십 개의 체크리스트를 줬거든요. 그걸 하나씩 체크해 나가면서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던 거죠. 이걸 반복하다 보니, 지금은 외부에서 물을 법한 체크리스트를 저희가 선제적으로 만들어 연구한 다음, 미리 데이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제 본 인터뷰 시리즈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의식을 두고 여쭙겠습니다. 한국의 신약 바이오텍이 앞으로 가져가야 하는 개발전략은 무엇일까요?
"TCP, TPP로 다시 돌아와야죠. 차별성이 있는 TCP, TPP를 만들어나가고 있는지 계속 자문해야 합니다.
또 앞선 인터뷰 시리즈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빅파마들은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ㆍ계열 내 최초) 신약을 일찍 사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임상 2상은 지나서 리스크가 해소된 다음에야 사면 되거든요. 반면 베스트 인 클래스는 1상 개발 직후 사갈 수 있어요. 그 중에서도 CNS 신약이라면 비임상에서도 딜이 가능한 거고요.
ABL-301도 차별성 있는 TCP와 TPP를 고민해 나가면서 다듬어졌던 사례죠. 5~6년 전까지만 해도, 빅파마들은 알파 시뉴클레인 에그리게이트(Aggregate)에 특이적으로 붙는 물질 프로파일을 요구했어요. 그래서 이 요구사항에 맞춰서 리드물질을 개발한 거죠.
그러다 개발 트렌드가 바뀌면서 어피니티(Affinityㆍ친화력) 강화를 요구해왔어요. 그래서 예전에 연구해둔 항체 클론을 다시 끄집어내서 어피니티가 높은 물질을 다시 개발했고요. 이미 해둔 독성실험, 효력실험, PK 실험을 다시 다 해가면서 말이죠. 그렇게 ABL-301이 '빅파마가 원하는 TCP, TPP'에 맞는 물질로 거듭나게 된 거예요."
그런 빅파마의 니즈를 정확히 짚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빅파마가 얘기해 주는 것만 들어선 부족해요. 학회를 가야죠. 요즘은 AACR도 유튜브로 올려주는데, 이것도 찾아서 모두 들어야 합니다. 학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상태로 '우리 약물은 베스트 인 클래스야'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저희는 학회 출장을 다녀와서 발표를 해요. 학회에서 나오는 이야기엔 성공적인 데이터만 있지 않거든요. 잘 안된 물질에 대한 정보도 있어요. 이런 것들을 정리하고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 특허도 봐야 합니다. 경쟁사와 빅파마 특허를 보고 리드 물질로 예상되는 것을 3개 정도 추정해 보는 거예요. 그리고 직접 우리가 생산해서 테스트해 보면, 1번 물질이 리드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3번이 리드인 경우도 왕왕 있어요. 그럼 그걸 기반으로 비교 실험을 하고요."
만약 빅파마의 니즈에 맞는 물질을 개발하다가도, 그게 불가능해지거나 경쟁에서 밀린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빨리 프로젝트를 죽여야죠. 버려야 할 물질을 질질 끌고 가면 스스로 수렁으로 걸어들어가는 겁니다. 저희는 엄청난 속도로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또 죽입니다. 의도했던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없거나 보이지 않는다면 빨리 그만둬야 해요.
저희가 아이맵(I-Mab)과 PD-L1+TIGIT 이중항체를 만들다가 중단시켰던 게 5년 전입니다. 그 당시에 TIGIT 타깃과 PD-L1 타깃 병용치료가 될까말까 하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빅파마들은 '병용도 애매한데 이중항체로 만들어서 되겠느냐'고 의문을 품을 법했습니다. 그러니 BMS는 TIGIT 이중항체에다 PD-1 타깃 삼중병용을 했어요."
정리하면 라이선싱이 거의 유일한 수익모델인 한국의 신약 바이오텍은 '빅파마의 니즈에 응하는 TCP, TPP'를 짜서 개발하는 걸 우선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비임상 단계에서의 라이선싱은 물질과 플랫폼의 과거 개발 이력이나 특성에 따라 불가능한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니즈에 응하는 객관적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인터뷰 시리즈에선 그러한 데이터를 비임상 단계에서 생산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을 더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기사
- "신약 L/OㆍIPO만이 살 길?… 한국 투자시장에 '미국물' 끌어오자"
- 4조 빅딜 더글라스 팸브로 "K-바이오텍, 나스닥으로 가라"
- "한국, Best in Class 올인해야…임상전략 없는 신약은 안 팔린다"
- "한국, 신약개발서 중개과학 이해도↓…비임상-임상 연관성 입증 필수"
- "신약은 안전성·유효성 아니라 위험-효용 따져 '거꾸로' 개발하는 것"
- "한국, 포지티브 규제… 혁신신약은 네거티브 규제로부터 나온다"
- 에이비엘바이오-아이맵, ESMO서 ABL111 1상 데이터 발표
- "신약 라이선싱, 마냥 좋아할 일 아냐… 한국 독자 신약이 최종 목표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