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국 노리는 중국·인도 API 기업
한국 시장 '메리트' 적다? 기술력·안정성에 "단가 싸움도 가능하다"
국자 차원 규제에 수출입 아쉬움 토로 목소리도

오는 29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CPHI 코리아 2024에는 국내외 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외국인이 사전등록자의 80%에 달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외국 회사의 제품, 특히 API 및 조품 등 상담 부스가 많았다. 27일 총성없는 비즈니스 전쟁터 모습을 담아본다.
"와, 진짜 중국 회사들이 많네요."
함께 부스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이야기하듯 히트뉴스 부스가 위치한 박람회장의 남측 문을 중심으로 서측 가장자리와 북쪽 가장자리 참가 기업의 상당수는 중국기업이 많은 수를 차지했다. 장쑤성, 절강성 등 업계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원료 의약품 업체의 부스가 즐비했다. 이들 부스에서는 한국 관계자, 인도 등 다른 지역 관계자들이 상담했다. 중국어와 영어가 뒤 섞여 들렸다.
그 뿐만 아니다. 안쪽도 중국 기업의 부스가 이어졌다. 일부 지역의 경우 아예 부스의 간판 디자인을 통일시키면서 특정 지역 기업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 기업 말고도 인도 등 국내 의약품 혹은 건강기능식품 원료와 관련해 다양한 국가의 기업 부스도 눈에 띈다. 인도식 터번을 쓴 이들이 국내 기업 혹은 중국 기업과 미팅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이들의 목표는 1차적으로 한국 기업이다. 우리 기업과 미팅과 매칭을 통해 시장 확대를 노리는 것이다.
각 부스에서 커다란 포스터로 자사가 만드는 API와 조품의 종류를 적어놓았다. 포스터 안에는 가볍게는 아시클로버 등 항생물질부터 보노플라잔 등의 P-CAB, 다파글리플로진 등의 SGLT-2 억제제까지 수십 개 많게는 100개에 달하는 제품들이 적혀져 있다. 그들 사이 미팅을 이어가는 회사들은, 자사 품목을 판매하는 데 여념이 없다.
국내 CPHI는 원료의약품 부스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합성의약품 제조를 향한 관심이 높은 만큼 국내 제약사 역시 새로운 원료의약품 조달 과정에서 이번 박람회를 찾는다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 히트뉴스 부스에서 처음 만났던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들은 이같은 말을 전한다.
"이번에 저희 쪽에서는 API와 관련해서 (우리 기업에) 제공이 가능한 외국 회사를 찾아보려고 왔습니다. 단가가 어느 정도 맞는지, 제공 가능량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보고 있어요."
실제 국내 기업 중에는 자사의 위수탁 생산 과정에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회사를 새로운 원료의약품 제공처로 구하는 사례가 눈에 띄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은 이후 기존 거래선 혹은 새 거래처가 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과 미팅을 통해 자사 제조의 안정성을 노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우리 쪽에 와서 이야기하더라고요. 바꿀 생각이 있는지."
처음 시장에 참가했다는 한 국내 원료의약품 기업은 올해 미팅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실제 여러 회사 부스에서 '국내사가 제조하는 API의 조품을 우리가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고 답했다. 원료 구입선 변경을 유도하는 미팅 내용이 상당히 많았다는 뜻이다.
"가령 저희 회사가 OOO(특정 원료)의 API를 만들 때는, 중국의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인도 회사가 (자신들의) 조품으로 만들 수 있는지, 만들면 어떤 안정성과 이익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이야기들을 제법 했었어요. 우리 쪽에 제품을 공급하고 싶다는 거죠."
물론 기업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우리 나라의 API 제조 과정에서 상당수의 조품이 중국이나 인도에서 공급되고 있고, 이들은 가격이나 제품 공급 안정성 이슈를 강조하며 기존 자리를 밀어내고 API 제조사의 새로운 자리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올해에도 이어진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 고작 한 줄 올라오는 '원료 제조원 추가’라는 항목이 이같은 제조원 쟁탈전 속에서 벌어진다 생각하면 외국 기업의 총성없는 전쟁은 그야말로 피만 튀기지 않을 뿐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기업, 가능성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이에도 우리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알리면서 외국 기업들 사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자부심으로 경쟁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이름난 이니스트에스티, 엠에프씨, 한국바이오켐제약, 국전약품 등 기업을 비롯해 지에프퍼먼텍 등 건강기능식품 기업과 함께 오가노이드 기반 타깃발굴을 주로 하는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 등 새로운 건기식 기능성 평가를 목표로 부스를 차리는 등 바이어를 맞이한다.
이들 기업의 부스에는 사람들이 꾸준히 들락거리며 해외 바이어들을 맞이했다. 앞서 나온 해외 기업의 조품 공급 미팅과 API 공급선 미팅과 함께 자사 제품의 생산량과 안정성, 기술력을 국내외 기업에게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처음 부스를 냈다는 한국바이오켐제약은 해외 API와 경쟁에서도 어느 정도 뒤쳐지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우리 나라 원료의약품의 경우 업계의 이미지는 기술력과 신뢰도가 어느 정도 뒷받침됐다는 장점과 가격 혹은 생산량이 (중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우려가 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올해 특히 불순물 문제에서 우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NDMA 등의 불순물 문제에서 완성도를 갖춰 안정성을 높였다는 점을 해외 바이어들에게 호소하고 있어요.
생산량과 가격에서도 국내 기업이 과거와 달리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기업들과 대비해 우리 기업이 정상적인 원료 제품의 수율을 높여 실제 공급단가 역시 기존보다 훨씬 저렴하게 맞춘 셈입니다."
실제 이같은 흐름은 국내 기업들에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 기업이 가지고 있었던 '단점이었던' 이미지를 개선하고 기술력으로 그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는 지점을 크게 강조한 곳이 여러 곳 눈에 띈다. 이니스트에스티나 엠에프씨 역시 해외 기업과 단순 경쟁보다 우리 스스로가 개발한 다양한 품목을 꺼내들며 국내 여러 기업에 원료의약품 공급 제조 역량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앞서 나온 지에프퍼먼텍 등은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타민K2 등을 홍보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타민B, C 제품의 포화로 기업들이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하나둘씩 등장한 비타민K2 및 비타민K7 등의 제품을 초임계 상태의 고순도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하며 새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
"국가 차원의 규제가 달라, 어려운 부분도 있죠."
이 과정에서 국내 제약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등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올해 처음 출전한 한 국내 제약사의 말이다.
"시장 내에서 인도나 중국 업체들이 의약품 API 혹은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우리 업체를 중간 단계로 통하려고 했던 회사들이 저희 부스에 많이 방문했어요. 직접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원료 관련) 허가를 받아 국내 시장에 직접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느냐라는 질문도 받았었어요."
한국의 원료의약품 업체 등을 통하는 것보다 마진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사례 역시 이번 CPHI에서 보여진 또 하나의 모습이었다.
다만 이러한 홍보에서 다소 아쉬움을 표시하는 기업도 있다. 제품 수출 혹은 수입 과정에서 각국의 규제 문제는 여전히 과제다. 특히 이같은 경향은 건강기능식품 등의 원료 문제에서 더욱 크게 벌어진다. 올해 처음으로 참가한 한 외국 기업의 말이다.
"건강기능식품 원료 등의 경우 한국과 외국 간 규제 형태가 달라서 실제 제품 계약을 여기서 맺는다고 해도 선적 이후 기준에 맞춰 통관 자체가 가능할 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저희 역시 자국 내 연구자들과 논의를 통해 논문화된 자료가 있음에도 한국 기준과는 다르거나, 기준이 어느 정도 맞아도 정식으로 수출이 어려운 품목이 있다는 것이어서 미팅에서 (판매 가능 부분을) 언급하며 미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약품과 건기식의 원료를 비롯해 코엑스에서 열린 총성없는 원료 전쟁이 오는 29일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노력과 외국 기업 간의 경쟁이 어떻게 흐를 지 남은 이틀을 흥미롭게 바라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