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 항소심 다수 소취하…"상대방 요청 의한 것"
무정형 등 4~5개 심판 제기 후 '승리 가능성 낮은 심판 걸러내기' 분석

최근 HK이노엔이 후발 제제 제약사와 벌이는 결정형 특허 항소심을 일부 취하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같은 결정이 HK이노엔의 결정이 아니라 제네릭을 출시하려는 회사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결정형 형질 동일성 이슈로 필요없는 분쟁을 가지치기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 8월 초 자사가 보유한 '벤즈이미다졸 유도체의 신규 결정형 및 이의 제조방법' 특허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특허는 자사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성분명 테고프라잔)의 결정형과 관련한 것으로 오는 2031년 3월 만료될 예정이다.
관련 소송을 끝낸 회사의 수는 소송 시점의 차이로 전체가 확인되지는 않지만 26일 특허청이 제공하는 '키프리스' 내 20여개 이상이 등록됨을 감안했을 때 더 많은 숫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특허를 두고 불과 몇 주 전까지 HK이노엔의 항소 러시가 이어졌던 분쟁이라는 데 있다. 실제 이번 특허 분쟁은 현행 허가특허 연계제도 내 동일 기준으로 간주하는 최초 심판 후 2주 사이에 무려 180건 가까이가 제기됐던, 2020년대 가장 규모가 큰 특허분쟁이었다.
국내 제약사들이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제기해, 이들이 이겼다는 '청구성립’을 받아낸 상황에서 HK이노엔이 반격에 나섰는데 이를 갑자기 취소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그 대답은 오히려 국내 제약사들이 소 취하를 희망한데서 시작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이번 특허소송 취하와 관련 "합의를 희망한 회사(제네릭 희망사)와의 논의에 따라 소송을 취하한 것"이라며 "취하한 것 이외의 나머지 소송은 현재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즉 HK이노엔이 싸움이 포기한 것이 아닌, 국내 제약사들이 백기를 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제약사의 소송 취하 요청과 관련해 흥미로운 주장을 던진다. 바로 결정형의 동일성 문제다. 이를 알아보려면 당시 국내 제약사들이 받았던 제네릭 위수탁 의향서의 내용을 다시 짚을 필요가 있다.
위탁제조를 맡은 많은 회사는 제조과정에서 특허 분쟁 및 제네릭 생산을 위해 또다른 결정형(결정형 B)와 무정형 원료를 각각 제기하면서 위탁사의 참여를 요청했다. 특허심판 당시에도 중국과 인도 내 원료회사 등에서 테고프라잔의 무정형 원료 4가지와 결정형 B 상태의 원료 1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자사가 위탁생산 혹은 자사생산을 할 제네릭이 결정혈 문제를 최대한 피해가야 했던 탓에 많게는 5건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여러 결정형을 가지고 한 회사가 여러 건의 심판을 함께 제기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문제는 이들 결정형이 제네릭을 완제품으로 제조했을 때 케이캡과 동일한 결정형으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HK이노엔이 심판 당시 보낸 감정을 요청하면서 주장했던 것도 이와 같다. 물론 1심의 역할을 하는 특허심판에서는 그에도 불구하고 제네릭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과 3심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었다.
이런 가운데 심판을 제기한 회사들 사이에서 과하게 뻗은 심판 중 상대적으로 승리 가능성이 낮은 분쟁을 잘라내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편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결정형이 이번 결정형 특허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아직도 수없이 남은 특허분쟁의 움직임이 어떻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