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00억원 규모 인수…내년 초 합병 마무리
지난해 사이클리카 인수 이어 개발역량 확보 목표

미국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 리커전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 리커전)가 영국 AI 신약 개발 기업 엑센시아(Exscientia)를 흡수합병한 가운데, 국내 AI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들은 양사 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커전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엑센시아를 6억8800만달러(약 94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3년 설립된 리커전은 지난해 5월 캐나다 AI 신약 개발 기업 사이클리카(Cyclica)를 인수했으며, 같은 해 7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로부터 5000만달러(약 6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엑센시아 주주는 1주당 리커전의 주식 0.7729주를 받게 되며, 양사 합병 후 리커전 지분의 26%를 보유하게 된다. 리커전의 주주는 양사 합병 이후 회사 지분의 74%를 소유하게 된다. 리커전은 이번 엑센시아 인수로 10개의 파이프라인(비공개 타깃 제외)을 보유하게 된다. 양사는 내년 초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크리스 깁슨(Chris Gibson) 리커전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병은 상호보완적이며 신약 개발을 산업화해 고객에게 고품질 의약품과 낮은 가격을 제공한다는 우리의 사명에 부합한다"며 "엑센시아의 정밀 화학 도구와 역량을 통해 우리의 기술 기반 유효물질(Hit) 발굴 및 중개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관계자들은 생물학 데이터를 활용한 실험에 강점이 있는 리커전과 효율적인 저분자화합물 개발에 능한 엑센시아 간 인수합병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AI 신약 개발 기업 대표는 "리커전은 설립 초기부터 자사의 독자적인 세포 실험 데이터 확보를 장점으로 내세운 기업이다. 지난해 사이클리카 인수를 통해 프로테옴과 약물 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ADMET) 관련 실험 데이터와 모델을 확장했다"며 "이번 엑센시아와의 합병은 지난해 사이클리카 인수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양사 간 합병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우선 리커전은 세포 이미지 기반으로 타깃을 찾거나 약효 검증에 있어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엑센시아는 신규 화합물 구조의 예측 및 합성에 능하다. 양사가 합병되면 초기 타깃 발굴(Target discovery)부터 화합물 합성, 약효 검증까지 AI 기반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