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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기준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신뢰'의 단초

발제를 던지고도 몇 번이나 바꿔가며 생각했던 것은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이야기였습니다. 여러 기자들과 함께 취재를 진행해 기사를 작성한 이후 많은 이들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떤 독자는 '기사를 잘 봤다'는 답을 직접 주었고, 또다른 독자는 '의도는 알겠으나 결국 이번 이야기는 제약업계의 허가 사항 위반 부분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모두 일리있고 납득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전화를 주신 수 명의 관계자들이 했던 공통적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이야기'였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 맞느냐'라는 이야기를 넘어서 결국 누구든 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불편한 진실이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과연 그리 불편한 것인지를 이야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오늘은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관련 기사를 '분량의 압박' 속에 적게 된 이유와 문제의식을 조금 더 해보려고 합니다.
이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23년 한국휴텍스제약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여부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입니다. 이어 11월 평소답지 않게 아주 긴 이유가 담긴 식약당국의 보도자료에서 그 고민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됐습니다. 허가사항 대로 '안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였습니다. 물론 게으름 탓이겠지만 이 문제는 언젠가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잊혀진 사이 두 번째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대상인 한국신텍스제약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생각하지 않았던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고작 30분도 되지 않는 공판을 보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으로 향하면서도 듣고 싶었던 것은 업계가 말하는 '왜 허가사항대로 만들지 않았느냐'의 답이었습니다.
그 답은 한 관계자의 제보로 쉽게 풀렸습니다. 이 문제가 아주 근본적인, 기업의 매출 상승 속 시설을 구축하기는 어려운 각 회사의 어쩔수 없음 혹은 게으름에서 출발했다는 그의 말은 이번 취재를 제대로 시작한 계기가 됐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은 압박이 됩니다. 취재에 협조해준 익명의 관계자 다수도 '과연 국내 업체들이 허가사항 수준의 물량만 만들면 과연 지금과 같은 매출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같은 양의 성분을 넣어도 온도와 습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제조 환경을 어려워하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제품을 그 상태에 0% 오차 없이 맞춰가며 동일한 양만을 생산하는 것은 인하 위주의 약가체제에서는 부담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매출이 조금만 줄어도 투자와 언론까지 나서서 매출이 떨어졌다며 날카로운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경영진에게는 참을 수 없는 부담일 것입니다.
반대를 하는 분들의 마음도 납득이 갑니다. 하다못해 카페에서도 각 점포마다 맛이 다르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효과 및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전제해도 '약의 레시피'가 다름을, 과연 복용하는 환자가 인정할 수 있을까요. 밸리데이션의 예외 기준을 높이면 어느 순간 약의 레시피는 허가사항과 동떨어집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약을 만들지 않았다는 당국의 원론적인 입장은 '정론'입니다.
두 편에 걸친 글의 마지막은 결국 정부가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매우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릴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예외와 정론을 주장하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둘을 무기로 삼고 상대방을 비판하기만 하는 것은 과연 서로에게 득이 되는 일일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당국의 규제와 업계의 관행이 빚은 '제조품질 지체현상'은 결국 허가당국과 약가당국이 해결하지 않으면 풀 수 없습니다. 허가 입장에서는 기준을 느슨하게 혹은 더 단단하게 해야한다는 문제가 아닌 모두를 높아진 규제에 맞춰 상향평준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제약업계가 식약당국은 '모든 책임을 회사에게만 지게 한다'는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약가는 공급에 따라 적정선의 약가를 지급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치료질환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근 등장하는 상당수의 임의제조 문제에서 대상약제는 단일제라는 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손이 많이 가지만 약가가 낮은 약이 임의제조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뜻으로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정부도, 산업계도 결국 서로를 악으로 보는, 서로 믿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문제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됩니다. 악의를 가진 대상에게 신뢰는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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